지난 7월26일 전주동물원에 사는 개코원숭이가 우리 밖을 바라보고 있다. 우리에는 놀이시설이 부족했다.
국내 공영 동물원에 갇혀 사는 동물 가운데 22마리 이상은 해마다 서로 싸우는 과정에서 죽거나 다른 동물에게 잡아먹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투쟁사’로 불리는 이런 죽음은 동물원이 동물의 생태 습성을 잘 이해하면 막을 수 있는 죽음으로, 좁은 공간에 동물을 가두기만 할 뿐 관리는 제대로 하지 못하는 국내 동물원의 전문성 부족이 빚은 비극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겨레>가 24일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환경부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전국 공영 동물원 13곳 가운데 규모가 큰 서울대공원의 서울동물원·서울어린이대공원·대전오월드·광주우치공원·전주동물원 등 6곳에서 지난 3년간 동물 67마리가 ‘투쟁사’로 숨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해 평균 22.3마리다.
이 기간 광주우치공원에선 에조불곰, 과나코, 나일악어, 코요테, 풍산개, 태양황금앵무 등 16마리가 다른 동물들과 싸우다 죽었다. 전주동물원에선 다람쥐원숭이, 일본원숭이 등 6마리가 서열다툼을 하다 숨졌다. 서울동물원에선 3년간 25마리가 투쟁사 희생양이 됐는데, 2015년엔 야생동물이 조류를 잡아먹은 게 6건에 달했다. 같은 기간 투쟁사를 비롯해 병들거나 늙어 죽는 등 폐사한 전체 동물은 906마리였다.
전문가들은 나이든 개체의 질병사는 피할 수 없지만, 어린 개체의 질병사나 수술 과정 중에 쇼크로 인한 사망, 투쟁사 등은 동물원 수준이 더 전문화되면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죽음으로 본다. 익명을 요구한 한 동물원 관계자는 “지은 지 30여년이 되어가는 국내 공영 동물원에선 폐사율이 높아질 시기다. 그래도 투쟁사는 관리 소홀, 동물 생태 습성에 대한 이해 부족이 주요 이유”라고 짚었다.
글·사진/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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