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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야생동물

‘유리 감옥’ 갇힌 재규어의 3년…한화 “새 삶터로 이관 추진”

등록 2017-09-28 09:30수정 2017-09-28 10:22

[애니멀피플] 동물 실내 전시
일산 한화아쿠아플라넷 재규어 부모, 통유리인 전시장서 3년
새끼 ‘잭’ 낳았는데, 어미가 돌보지 않아 ‘인공 포육’ 후 합사
지난 6월24일 태어나 생후 100일을 지난 일산한화아쿠아플라넷의 새끼 재규어 잭. 부모가 돌보지 않아 인공포육 중이다.
지난 6월24일 태어나 생후 100일을 지난 일산한화아쿠아플라넷의 새끼 재규어 잭. 부모가 돌보지 않아 인공포육 중이다.
“재규어야 밥 먹자!”

지난 20일 찾은 한화 아쿠아플라넷 일산점 ‘더 정글’ 전시관의 재규어 사육사 앞, 어린아이들이 다 같이 모여 소리를 질렀다. 가만히 누워 있던 한 쌍의 재규어가 어슬렁거리며 사육사가 던지는 닭고기를 받아먹었다. 흥분한 아이들은 소리를 지르고 유리 벽을 두드렸다. 먹이를 다 받아먹은 암컷 재규어는 볼일 다 봤다는 듯 무심하게 제자리도 돌아가 다시금 엎드렸다. 수컷 재규어는 우리를 어슬렁거렸다.

재규어가 우리를 한 바퀴 도는 데에는 삼십 초도 채 걸리지 않았다. 관람객들은 유리창 바로 앞에서 손을 흔들고 사진을 찍었다. 갑자기 수컷 재규어가 유리창 코앞까지 다가와 어지러이 왔다 갔다 했다. 관람객들이 당황했다.

“어? 쟤 왜 저렇게 안절부절못하지?”

당황한 관람객이 슬그머니 사라지자 재규어는 등을 돌리고 누워 눈을 감았다.

한화 아쿠아플라넷 일산점은 국내 대기업인 한화가 총 830억원을 투자해 2014년 만든 대규모 실내 수족관이다. 수족관 내부에는 정글을 주제로 한 ‘더 정글’ 동물 전시관이 있다. 이날 찾은 ‘더 정글’은 입구부터 축제 분위기로 떠들썩했다. 올해 6월24일에 태어난 새끼 재규어 잭이 100일을 맞이했기 때문이다.

잭은 2011년 대전의 공영동물원 대전오월드에서 태어난 두 마리의 재규어에 이어 국내에서 3번째로 태어난 재규어이다. 잭의 이름은 페이스북 이벤트를 통해 붙여졌다.

잭의 부모 이름은 ‘멕시’와 ‘칸’이다. 멕시코에서 와서 이런 이름을 갖게 된 두 재규어는 2014년 6월에 만 1살의 나이로 국내로 들어왔다. 멕시와 칸은 ‘더 정글’ 내부의 투명한 유리 케이지 안에 있었다. 해외에서도 동물원 안 재규어의 번식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지난 20일 찾은 한화 아쿠아플라넷 일산점에서 재규어 한 마리가 나무 위에 올라 쉬고 있다.
지난 20일 찾은 한화 아쿠아플라넷 일산점에서 재규어 한 마리가 나무 위에 올라 쉬고 있다.
잭의 부모 멕시와 칸.
잭의 부모 멕시와 칸.
하지만 초보 부모는 어떤 이유에선지 잭을 돌보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잭은 10월 말까지 사육사에 의한 인공 포육 중이다. 어미와 분리되어 세상을 경험하다 이후에는 부모와 함께 유리 전시장에서 합사 훈련을 하면서 친해질 계획이라고 한다.

아는 사람은 다 알지만, 멕시와 칸이 사는 유리 전시장은 2014년 이 아쿠아리움이 개관할 때부터 동물보호단체의 규탄 대상이 됐다. “육상동물인 재규어가 야생방사장도 없이 건물 3층의 유리관 같은 밀폐공간에 전시되고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중남미의 넓은 초원부터 잡목 지대, 습한 정글까지 다양한 환경을 즐기며 사는 야생의 재규어는 하루 85㎢를 이동하며 사냥한다. 또 대형고양잇과 동물 중 유일하게 수영을 하고 아나콘다와 작은 악어까지 사냥한다. 실제로 전시환경이 매우 좋은 외국의 동물원에서는 재규어가 사는 환경에 반드시 재규어가 수영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둔다. 하지만 멕시와 칸이 사는 유리 케이지 안에는 시멘트 바닥 위 얕은 웅덩이 정도밖에 없었다.

한화 쪽은 비판을 수용해 서식환경 개선에 나서기도 했다. 재규어의 행동 풍부화를 위해 연못을 만들고 고무공 같은 각종 장난감을 케이지에 넣었다. 하지만 실제로 가서 보니 효과가 커 보이지는 않았다. 멕시와 칸의 연못은 얕고 좁아 다리도 다 담가지지 않았고 고무공은 다 터져있었다.

관람객들이 재규어를 보고 있다.
관람객들이 재규어를 보고 있다.
방음이 안 되는 점과 사람들의 시선에서 벗어나지 못한 점 등은 여전했다. 재규어는 야행성 동물로 독립적 성향이 강한 개체이다. 맞은편 관람객이 보일 정도로 사방이 투명한 유리 케이지에서 재규어는 몸을 숨길 은신처를 찾기 어려워 보였고, 계속 흘러나오는 음악과 견학 온 아이들의 즐거운 웃음소리와 유리창을 두드리는 손짓 등이 걱정스러울 정도였다.

실내 전시관의 특성대로 소음은 외부로 분산되지 않았고 내부에서 메아리쳤다. 아이들을 제지할 직원은 보이지 않았다. 재규어 생태설명회 시간에 음악 소리가 가장 컸다. 사육사는 마이크를 사용해 설명회를 진행했다. 관람객들은 다 같이 재규어에게 소리를 지르거나 박수를 쳤다.

올해 6월부터 야생 동물과 해양 또는 담수 생물을 보유하고 전시하는 동물원과 수족관을 대상으로 하는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동물원·수족관법)’ 이 시행됐다. 그러나 법안에 실제 동물원 동물의 서식환경을 바꿀 수 있는 새로운 사육시설 기준에 대한 내용은 빠져 있고 처벌 수위가 낮아 실효형이 미미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현재 국내 재규어 사육시설은 국제적 멸종 위기종 사육기준에 의해 14으로 규정되고 있을 뿐 구체적인 사육 기준은 없다.

한화 쪽은 28일 “전시장이 사방으로 시야가 개방되어있어 스트레스 유발 가능성이 있었으나 관람 동선의 일부를 막아 화단으로 조성하여 시야를 차단하고 은신처와 연못, 놀이기구를 제공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내외부 시설을 개선했다”면서 “가족을 함께 이관하는 것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에버랜드 등 국내 주요 동물원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규어 가족은 어디로 가게 될까. 3년 넘게 산 유리 감옥에서 벗어나면 조금이라도 나은 환경에서 살 수 있을까.

글·사진·영상/박지슬 교육연수생 sb02208@naver.com,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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