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동물보호단체 ‘못생긴동물보호협회’의 대표 사이먼 와트가 대표적인 “민달팽이를 보호합시다”라고 쓰인 팻말을 들고 있다. UAPS 제공
못생겨서 슬픈 동물들이 있다. 인간의 기준으로 못생겼다 평가받은 이 동물들은 외모 때문에 보호와 종 보존에서 소외당하곤 한다. 그래서 영국의 한 생물학자가 이런 단체를 만들었다. ‘못생긴동물보호협회'. 코미디언이기도 한 그는 동료 배우들, 과학자들과 함께 못생긴 동물들을 알리는 공연을 한다.
그들은 ‘세계에서 가장 못생긴 동물'로 ‘블로브피시'를 선정해 사람들에게 알리기도 했다. 블로브피시는 젤리 같이 흐느적거리며 심해에서 둥둥 떠다니는 생물이다. 600~1200m의 심해에서 부레로는 부력을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에 흐물거리는 몸으로 밀도를 줄여 부력을 유지하는 신비로운 생명체다. 깊은 바다에 사는 블로브피시가 멸종 위기에 놓인 정황은 황당한데, 어부들의 저인망식 그물에서 걸려서 죽는다. 블로브피시의 주식은 갑각류인데, 갑각류를 잡는 어부들이 무분별하게 포획을 하는 가운데 블로브피시도 함께 딸려올라와 버려지는 것이다.
못생긴동물보호협회는 블로브피시가 보기 좋고 아름다운 생명체였다면 이렇게 함부로 버려졌을지 질문을 던진다. 못생긴 동물들이 귀여운 판다만큼 사랑 받고 보호될 때까지 공연을 계속할 것이라는 ‘못생긴동물보호협회'(Ugly Animal Preservation Society·UAPS) 대표 사이먼 와트와 이메일 인터뷰를 했다.
오스트레일리아 본토와 태즈메이니어 섬 근처에 사는 물수배기과의 심해어인 블로브피시는 '못생긴동물보호협회'가 꼽은 세계에서 가장 못생긴 동물이다. 사진=S. 험프리스, 오스트레일리아 박물관
‘못생긴동물보호협회’는 언제, 어떤 계기로, 어떤 사람들이 만든 건가요?
2013년도에 저희의 첫 공연을 런던에서 열었어요. 이 단체의 대표인 저는 생물학자이자 코미디언입니다. 저는 사람들이 항상 똑같은 동물에 대해서만 묻는 게 지겨웠어요. 예컨대 모든 사람이 판다의 고통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멸종위기종은 귀엽고 뽀송뽀송하지 않다는 이유로 무시당하거나 대중의 관심을 얻지 못하죠. 우리는 생물 다양성의 위기 속에 있습니다. 멸종은 우리가 이야기해야 할 문제예요. 우리 멤버의 절반은 전문 코미디언이고 나머지는 생명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재미있는 보존학자, 과학자, 뮤지션들이에요. 공연 출연진은 40명 정도 되고요.
어떤 활동을 하나요?
코미디를 이용해 사람들을 교육하고 보존에 대한 인식을 높이려고 해요. 모금을 진행하기도 하고요.
코미디언들은 ‘못생긴동물보호협회’에서 어떤 활동을 하나요?
우리 출연진들은 대부분 전문 스탠딩 코미디언이에요. 공연은 유료일 때도, 무료일 때도 있고, 공연에 나선 배우들이 돈을 받을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어요. 출연진이 돈을 받지 않을 때는 모든 수익금을 저희가 선택한 동물보호단체에 보내요. 교육프로젝트를 위해 기부하기도 하고요.
‘못생긴동물보호협회’ 홈페이지(www.uglyanimalsoc.com) 갈무리 화면.
각 도시를 돌며 코미디쇼를 진행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못생긴 동물의 보존 상태가 절망적이라서요. 사람들이 다른 방식으로는 이 메시지에 관심을 갖지 않기 때문입니다. ‘못생긴 동물’을 선정하는 기준은, 누군가의 눈에 그들이 못 생겨 보일 것. 그리고 멸종위기에 처해 있을 것. 이 기준에 부합하는 동물들을 공연에 끌어들여 사람들에게 알리고 있어요. 우리는 공연을 할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가요. 위치가 좋고 페스티벌을 하는 곳이라면 더 좋겠죠.
코미디쇼로 못생긴 동물을 알리는 것 외에 어떤 일들을 하고 있나요?
책을 출간하고 학교를 돌며 교육 활동을 하고 공연을 열어요. ‘레벨업 휴먼’이라는 팟캐스트도 진행하고요. 사람들에게 못생긴 멸종위기 동물의 생물학적 특성과 그들에게 닥친 위기에 대해 알려주고 동시에 그들을 즐겁게 해주는 것이 우리의 목적입니다.
유지인 교육연수생
yji9410@gmail.com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