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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야생동물

일하지 않는 수벌, 먹지도 마라

등록 2017-10-26 16:30수정 2017-10-27 10:26

[애니멀피플] 박진의 벌떼극장
짝짓기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수벌
집에서 쫓겨나는 게 당연하다
일벌(가운데)이 수벌(왼쪽)을 쫓아내고 있다. 수벌은 일벌보다 눈과 엉덩이가 크고 눈과 엉덩이가 검은색이다. 박진 제공 영상 갈무리
일벌(가운데)이 수벌(왼쪽)을 쫓아내고 있다. 수벌은 일벌보다 눈과 엉덩이가 크고 눈과 엉덩이가 검은색이다. 박진 제공 영상 갈무리
‘일하지 않는 자는 먹지도 마라’. 빈둥빈둥 놀고 있는 시기에 이 말 한 번쯤은 들어봤을 거다. 그래도 우리네 부모님은 일하지 않는 자식에게도 일용할 양식을 주시긴 한다. 하지만 꿀벌 세계는 냉정하리만큼 가혹하다. 일하지 않고 효용가치가 떨어진 순간, 그들은 집에서 쫓겨난다. 오늘은 수벌에 대해 집중적으로 이야기하고자 한다.

하나의 꿀벌 군집(무리)에서 수벌은 약 10% 내외의 비율을 차지한다. 평균적으로 꿀벌 한 군집은 평균 2만~6만 마리가 산다. 즉 한 군집에서 수벌은 평균 2천~6천 마리 정도가 된다고 보면 된다.

수많은 수벌은 봄, 여름 내내 동화 속 개미와 베짱이의 베짱이처럼 일은 하지 않고 짝짓기에 집중한다. 매미 소리가 잦아들고 낙엽이 지는 10월이 되면 좋았던 시절은 낙엽처럼 사라져 간다.

우리나라의 10월은 꿀벌들의 입장에서는 겨울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이다. 일벌들은 먹이를 준비하고 여왕벌은 더는 산란을 하지 않게 된다. 가을철의 수벌은 존재가 가치가 사라진 잉여꿀벌이 된다.

잉여꿀벌 수벌의 최후는 가혹하다. 먹이가 풍부하고 따뜻한 날이었던 봄, 여름철에는 수벌 또한 짝짓기를 위해 필요한 존재이다. 하지만 더는 짝짓기를 하지 않아도 되는 시기이며 먹이만 축내는 존재이기에 수벌들은 인정사정없이 쫓겨난다. 일벌보다 덩치는 더 크지만 일벌들보다 숫자에서 밀리는 수벌들은 한 마리 한 마리씩 벌통 바깥으로 쫓겨난다.

어떻게 쫓아내지? 이런 궁금증이 들까 봐 짧은 영상을 준비했다. 일벌들은 그들의 턱으로 수벌의 날개, 다리를 붙잡고 바깥으로 쫓아낸다. 다시 들어오려는 수벌들은 문지기 일벌들이 막아서서 못 들어오게 한다.

10월에 시작된 이 일은 11월 초까지 이어지고 11월 중순이 되면 벌통 내부에서 수벌을 찾는 건 여왕벌 찾는 것만큼이나 힘들어지게 된다.

수벌 쫓아내기가 마무리되면 그 벌통은 완벽히 겨울나기에 돌입하게 된다. 수벌을 쫓아내는 이유는 겨울을 버티기 위한 꿀벌들의 생존전략인 셈이다.

마지막으로 몇 해 전, 한 박람회에서 어린아이들에게 꿀벌 이야기를 들려주다 수벌과 관련한 에피소드가 있어 잠시 소개한다. 남자들이여! 수벌과 같은 존재가 되지 말자.

어반비즈서울 일을 안 하는 수벌은 가을이 되면 여자 벌인 일벌들에게 쫓겨나요.

7살 아이 (해맑게 웃으며) 선생님! 우리 아빠랑 똑같아요. 우리 아빠도 술 먹고 들어오면 엄마가 문 안 열어주고 쫓아내요.

글·사진·영상/박진 어반비즈서울 대표, 편집 애니멀피플 박선하 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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