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피플] 울진 산양 넉 달만에 야생방사
지난 6월9일 경북 울진의 응봉산 탐방로. 그물에 산양이 걸렸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산양이 몸을 꼼짝 못한 채 드러누워 씩씩거리고 있었다. 김상미 사단법인 산양보호협회 울진지회 사무국장이 1일 말했다.
“멧돼지 피해 때문에 무덤 주변에 쳐놓은 그물이었어요. 하지만 산양이 아주 놀라서…”
산양은 예민한 동물이다. 사람과 접촉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래서 산양은 구조가 된더라도 치료센터로 이송 중에 대부분 폐사한다. 하지만 이 네 살짜리 암컷 산양은 이 시간을 버텼고, 강원 인제의 종복원기술원북부센터에서 치료를 받았다.
구조센터로 이송됐지만, 산양은 잘 먹지 않았다. 몸은 바싹 말라갔다. 김상미 국장은 “사람이 먹이를 갖다 주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라고 말했다. 게다가 위치발신기를 부착해 내보내려고 했는데, 제작 기간만 석 달이 걸린다고 했다. 산양보호협회 울진지회는 환경단체 녹색연합, 문화재청, 울진군 등과 함께 장애물을 하나씩 헤쳐나갔다. 산양도 조금씩 기운을 차렸고, 위치발신기도 한 달 만에 제작을 끝냈다.
경북 울진은 산양의 최남단 집단 서식지이다. 그러나 산양 구조치료센터가 없어 이송 중에 폐사하기 일쑤였다. 2010년에는 산양 25마리가 집단 폐사한 일도 있었다. 하지만 환경단체 녹색연합이 지속해서 산양 보호 캠페인을 전개하고 2013년 한국산양보호협회 울진지회가 설립·결합하면서 산양이 체계적으로 관리받기 시작했다. 울진군과 문화재청도 호응해 내년 울진 산양구조·치료센터가 착공한다.
지난 27일 오전 9시 산양은 다시 응봉산 집으로 돌아갔다. 넉 달만이었다. 녹색연합은 “산양은 케이지 문이 열린 처음에는 머뭇거리는듯했으나 잠시 후 힘차게 달려나가 산 능선을 한달음에 넘었다”고 말했다. 아주 짧은 시간이었다.
영상 박선하 피디 salud@hani.co.kr, 글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10월27일 야생방사를 위해 산양을 운반하고 있다. 한국산양보호협회 울진지회 제공
지난 6월9일 경북 울진 응봉산에서 그물에 걸린 채 발견된 산양. 한국산양보호협회 울진지회 제공
10월27일 산양이 다시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케이지에서 이송 중이다. 한국산양보호협회 울진지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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