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피플]
녹색당, 서울시 야생동물카페 전수 조사
방석 실밥 뜯어먹는 초식 동물 왈라비
매트를 미친 듯 긁고 있는 미어캣 등
기본 생존권 보장받지 못하는 동물들
녹색당, 서울시 야생동물카페 전수 조사
방석 실밥 뜯어먹는 초식 동물 왈라비
매트를 미친 듯 긁고 있는 미어캣 등
기본 생존권 보장받지 못하는 동물들
9일 녹색당이 ‘서울시내 야생동물카페 전수조사 보고서'를 펴냈다. 녹색당은 서울시 10개 업체를 직접 방문해 전수 조사하고, 외국 야생동물카페 현황도 보고했다.
녹색당 조사 보고서를 보면, 10개 업체 있는 동물들 다수가 스트레스로 인한 이상행동을 보이는 등 ‘야생성’이 파괴됐다. 동물보호법에서 모든 포유류와 조류, 식용 목적을 제외한 파충류, 양서류, 어류는 법 아래 보호되는 동물이지만, 야생동물카페의 동물들은 그렇지 못했다. 동물보호법에서 ‘동물학대’는 정당한 사유 없이 동물을 죽이거나 고의로 상해를 입히는 경우를 정의하는데, 감금 및 전시 노출로 인한 스트레스·부상·질병에 대해서는 규제를 적용하기가 애매모호하다.
야생동물 카페에 사는 동물들은 먹이, 소음, 환기, 바닥 재질, 채광 문제 등으로 기본적인 생존권 또한 보장받지 못했다. 5개 카페에서 체험용 동물 먹이를 판매하고 있었는데, 먹이의 종류는 견과류, 인공사료 등으로 제한적이었다. 먹이 주기 체험은 영양 과잉 또는 영양실조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또한 생태 특성에 맞지 않는 먹이는 동물의 이상행동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데, 예컨대 초식동물인 왈라비는 인공사료만 먹다 보니 실밥이 튀어나온 방석을 뜯으며 풀을 뜯어먹는 듯한 행동을 했다.
동물들은 늘 큰 소리가 흘러나오는 스피커에 노출된 채 몸을 축 늘어뜨리고 잠을 자기도 했다. 환기가 잘 안 되는 실내에서 동물 냄새가 많이 나니 화학성분의 탈취제를 사용하는 경우도 빈번했다. 조사 대상 카페 가운데 타일과 흙바닥 구간이 혼재된 공간이 있는 한 곳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시멘트나 타일이 깔렸었다. 위생적 관리는 가능하겠으나 땅이나 흙 위에 살았던 야생동물 본성에는 맞지 않는다. 한 카페에서는 미어캣이 매트 봉제 부분이 뜯어질 정도로 앞발을 이용해 반복적으로 땅을 파는 듯한 행동을 보였는데, 미어캣은 야생에서 땅을 파고 숨는 습성이 있다. 큰 창을 통해 자연 채광이 되는 카페의 경우 오히려 밤에는 인공조명이 들어와 야생동물들의 생태 습성을 방해했다.
대다수 야생동물카페에서 사육하는 라쿤들은 작은 철제 케이지에 전시되거나 송곳니가 발치된 경우도 있었다. 이에 대해 카페 직원에게 묻자 “야생성 강한 라쿤은 동물병원에 가서 송곳니를 뽑는다”고 말했다. 북극여우와 은여우가 있는 카페에서는 에어컨이 없는 외부에 이들을 방치해두고 얼음 조각들을 던져줬다.
이런 야생동물카페는 대만에서 시작해 일본에서 붐을 일으키고, 지금은 전 세계로 퍼져 있다. 북미와 유럽 지역은 주로 고양이 카페가 다수이며 소수의 개 카페가 운영 중이다. 최근 영리 목적의 ‘펫 카페’가 늘어나는 조짐이 있지만, 유기동물 보호와 입양 홍보를 목적으로 하는 곳이 많다.
한편 대만, 일본, 싱가포르, 태국, 홍콩, 한국 등은 개·고양이에서 다양한 야생동물 테마로 이동 확산하는 추세다. 한국의 동물카페는 관련 법규의 강도가 약하거나,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가운데 신종 비즈니스 모델로 발전하고 있는 경향이 있다.
조사에 참여한 이들은 “예쁘니까, 만지면 기분 좋으니까 라는 이유로 동물이 소비되는 상황이 안타까웠다”고 전했다. 녹색당은 보고서를 통해 △동물원·수족관법 개정을 통해 소규모 야생동물 전시영업 금지 △식품위생법을 개정하여 식품접객업소의 편법 야생동물 전시 금지 △민법 개정으로 동물 법적 지위 향상 등을 요구했다.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한 야생동물카페에서 사육 중인 라쿤이 시멘트 바닥을 땅을 파듯 긁고 있다. 사진 녹색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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