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서양백상어보전단체(Atlantic White Shark Conservancy)가 지난달말 미국 동부 케이프코드에서 발견된 상어 사체를 운반하고 있다. 이 단체는 페이스북에 “너무 꽁꽁 얼어 부검할 수 없을 정도다. 미국 해양해기청(NOAA)에 보내 톱질을 해놓고 나중에 부검을 한다”고 설명했다. 대서양백상어보전단체 페이스북 갈무리
최근 북미 동부지역을 강타하고 있는 기록적인 한파가 인명과 재산에 심각한 피해를 주고 있는 가운데, 야생동물들도 잇따라 수난을 당하고 있다고 현지 언론들이 보도하고 있다. 지난달 27일(현지 시각)에는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이프코드 해변에서 상어 3마리가 얼어 죽은 채 발견되었다. 따뜻한 바닷물을 좋아하는 상어가 이상 한파로 차가워진 냉수대에 갇혀 쇼크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해 들면서 바다거북 100여마리가 플로리다 앞바다에서 구조됐다. 바다거북도 따뜻한 바다에 사는데, 바닷물 온도가 차갑게 내려가자 온몸이 마비된 바다거북들이 물 위에 둥둥 떠다니거나 해변으로 떠밀려왔다. 냉혈동물은 수온이 영상 10℃ 이하로 내려가면 위험한 상황에 빠진다. 몸이 마비된 바다거북이 빨리 구조되어 체온을 올리지 않으면 폐렴에 걸리거나 죽는데, 다행히 구조된 바다거북들은 야생동물 보호시설에서 회복되고 있다.
미국 플로리다주에서는 이구아나가 나무에서 떨어져 죽은 사진이 사회관계망 서비스(SNS)를 통해서 퍼지고 있다. 맥신 벤첼 트위터 갈무리
30년 만에 눈이 내렸다는 플로리다주에서는 갑자기 닥친 추위로 몸이 굳어진 이구아나들이 나무에서 떨어졌다. 녹색이구아나는 원래 플로리다에 사는 동물이 아니라 중남미에서 넘어온 외래종으로 토착 생물들을 위협하는 골칫거리였다. 열대 기후에서 살던 이들은 기온이 영상 3℃ 이하로 내려가면 몸이 마비되어 나무에서 떨어진다. 2010년에 매서운 추위를 겪으면서 플로리다에서는 외래종 버마왕뱀 수천 마리가 죽었다고도 전해진다. 이 때문에 기상 이변이 생태계를 더 건강하게 만들었다고 반기는 사람들도 있다.
아열대 바다에 사는 매너티는 추위에 약한 동물이다. 새끼를 거느린 매너티 가족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플로리다주 탬파베이에는 추위를 피하려던 매너티들이 수백 마리씩 발전소의 온배수 배출구 앞에 모여들었다. 매너티는 열대와 아열대의 따뜻한 바다에서 사는 동물로 수온이 20℃ 이상이 되어야 살 수 있다. 생긴 것은 상당히 통통하지만 차가운 바닷물 속에서 몸을 보호해줄 지방층이 거의 없기 때문에 차가운 물 속에 오래 있으면 스트레스를 받아서 잘 먹지도 못하고 병에 걸리거나 죽게 될 수도 있다. 야생동물 보호당국은 매너티들이 몰려있는 곳에 사람들이 다가가지 말도록 요청하고 있다. 사람들이 타고 가던 배에 매너티들이 부딪히는 사고가 나기도 하고, 매너티들이 사람을 피해 추운 바다로 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조류 보호단체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고 강과 호수가 얼음으로 덮이면 물새를 비롯한 새들은 먹이를 구하기 어려워 체온을 잃고 탈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캐나다 토론토에서는 이미 많은 물새가 얼어붙은 강과 호수에서 구조됐다. 다치거나 기력을 잃은 새들은 잘 움직일 수도 없는데, 미국 리치먼드에서는 연못 위의 얼음 속에 갇혀있던 고니가 구조되기도 했다. 3주일이 넘게 영하의 날씨가 이어지고 있는 미니애폴리스에서도 고니가 발에 동상을 입은 채 구조되기도 했다. 새들은 추운 날씨에도 비교적 잘 견디지만, 혹한이 오랫동안 지속하면서 피해가 커지고 있다.
캐나다 뉴펀들랜드에서 눈 속에 파묻혔다가 구조된 말코손바닥사슴. 조너선 앤스티 페이스북 갈무리
캐나다 뉴펀들랜드에서는 말코손바닥사슴 한 마리가 구조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사슴은 온몸이 눈 속에 파묻히고 두 귀만 눈 위로 솟아있었다가 스노모빌을 타고 가던 사람들에게 발견되어 가까스로 구조됐다. 대지가 눈으로 덮여 있으면 초식 포유동물들은 먹이를 찾기 어려워진다. 게다가 강추위가 지속되면 눈이 딱딱하게 굳어서 먹이 찾기가 더욱 어렵다. 2015년에 조사를 해봤더니 몹시 추운 겨울을 보낸 이후 미국 메인주에 사는 희귀종 뉴잉글랜드솜꼬리토끼의 서식처가 60%나 줄어들었으며, 위치추적장치를 달아서 방사한 개체는 모두 다 죽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토끼가 좋아하는 먹이가 눈 속에 파묻혀졌고, 흰 눈 위에서 갈색 토끼가 포식자에게 더 쉽게 노출되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유례가 드문 이번 혹한을 야생동물들이 더 큰 피해 없이 잘 견딜 수 있기를 바래본다.
마용운 객원기자·굿어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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