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바다거북이 바다에서 헤엄을 치고 있다.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지구 온난화 때문에 호주 연안에 사는 푸른바다거북 개체군의 99%가 암컷으로 태어난다는 충격적인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호주 북동부 연안의 대보초(그레이트배리어리프)에 사는 푸른바다거북을 조사해보면 유전적으로 다른 두 개체군으로 분류되는데, 북부 개체군의 경우 암컷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남부 개체군의 경우 65~69%가 암컷인 반면, 북부 개체군은 암컷 비율이 어린 거북에서는 99.1%, 성장기가 거의 끝난 거북에서는 99.8%, 다 자란 거북에서는 86.8%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연구는 미국 해양대기청(NOAA)과 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 세계자연기금 호주지부가 공동 진행했으며, 지난 8일 학술지 ‘커런트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서 발표됐다.
연구진은 두 푸른바다거북 개체군이 함께 섞여 먹이를 구하는 호윅섬 일대의 바다에서 바다거북 411마리를 붙잡아 조사했다. 등딱지 길이에 따라 35~65㎝인 것은 어린 개체로, 65~86㎝는 거의 다 자란 개체로, 86㎝ 이상은 다 자란 개체로 분류했다. 나이로 따지면 대략 4~16살, 13~23살, 20살 이상이다.
푸른바다거북은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한 야생동물로, 큰 것은 등딱지 길이가 112㎝, 몸무게는 220㎏에 달한다. 자연에서 수명은 80살에 달하기도 한다.
이들은 전 세계 열대와 아열대 바다를 중심으로 살고 있는데, 크게 대서양과 인도-태평양에 사는 두 그룹으로 나뉜다. 인도양과 태평양에 사는 푸른바다거북 가운데 호주 북동부 연안의 대보초를 중심으로 사는 푸른바다거북이 가장 많은데, 이들은 주로 두 곳에서 알을 낳고, 이에 따라 유전적으로 다른 두 개체군으로 분류된다. 하나는 브리즈번 인근의 여러 섬에서 알을 낳는 남부 개체군이고, 다른 하나는 1200㎞ 떨어진 레인섬 일대에서 알을 낳는 북부 개체군이다. 두 곳에서 따로 태어난 새끼들은 몇 년 자라면 대보초 전역에서 함께 섞여 해조류를 뜯어 먹으며 산다. 그러다가 20년쯤 더 지나 완전히 성숙한 어른이 되면 각자가 태어난 고향으로 찾아가 짝짓기를 하고 알을 낳기 때문에 두 개체군이 유전적으로 구분된다.
모래에 알을 낳는데, 온도가 높으면 암컷이 많이 태어난다.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대보초 북부 개체군은 세계에서 가장 큰 푸른바다거북 개체군으로 손꼽히는데 알을 낳을 수 있는 다 자란 암컷만 20만 마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가운데 90% 이상이 레인섬과 인근의 몰터케이라는 더 작은 산호섬에서 알을 낳는다. 북부 개체군의 중심지인 레인섬은 남위 11도에 있는 32헥타르 정도의 작은 산호섬이지만 푸른바다거북에게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산란지다. 이곳에는 한 번식기에 1만8000마리까지 이르는 푸른바다거북이 몰려들어 알을 낳는다.
바다거북은 어미가 모래 해변에 구덩이를 파고 알을 낳은 다음 다시 모래로 덮어놓는데, 알이 부화하는 동안의 모래 온도가 태어날 새끼의 성별을 결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온도가 높을수록 암컷이 많이 태어나며, 그 온도 차는 불과 몇 도에 불과하다. 푸른바다거북의 경우 부화되기까지 55일이 걸린다.
바다거북은 겉모습을 봐서는 성별을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에 연구진은 작은 배를 타고 다니며 바다거북을 발견하면 바다에 뛰어내려 바다거북 등에 올라탔다. 바다거북 등에 달라붙은 연구자는 바다거북을 해변으로 몰고 가서 혈액 샘플을 채취하고 생식선을 확인해 성별을 알 수 있었다. 연구실에서는 혈액 유전자를 분석하면 바다거북의 고향을 확인할 수 있었고 이에 따라 두 개체군으로 분류할 수 있었다.
푸른바다거북이 수면 위로 고개를 내밀고 있다.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학자들에 의하면 1970~80년대에도 성비가 불균형하여 암컷이 많았지만 기껏해야 6대 1 정도의 비율이었다. 이후 지구적인 온난화 때문에 암컷 바다거북이 좀 더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다가 이번 조사를 통해 푸른바다거북 성비를 확인해보았더니, 북부 개체군의 경우 116:1로 암컷이 압도적으로 많아 학자들이 충격을 받았다.
이러한 조사 결과를 기온 관측 자료와 비교해서 분석했더니 북부 개체군의 경우 지난 20년 이상 암컷의 숫자가 압도적으로 많이 태어났던 것으로 판단된다. 이처럼 극심한 성비 불균형 때문에 조만간 이들 개체군에는 암컷만 남을 것이다. 게다가 부화되는 동안 온도가 높으면 부화율이 떨어진다. 지구적으로 온난화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바다거북의 생존에 아주 심각한 위협이 초래되고 있다.
푸른바다거북이 사는 대보초는 호주 북동부 연안을 따라 발달한 산호초로 폭이 60~250㎞에 길이가 2300㎞에 달한다. 이곳 산호초에 의존해 사는 물고기만 1625종에 달할 정도로 지구에서 가장 복잡하고 풍요로운 생태계 가운데 하나지만 최근 지구 온난화 영향으로 산호가 죽어가는 백화현상이 대규모로 진행 중이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Jensen, M. P. et al. Environmental Warming and Feminization of One of the Largest Sea Turtle Populations in the World. Current Biology (2018)
DOI: http://dx.doi.org/10.1016/j.cub.2017.11.057
마용운 객원기자·굿어스 대표
ecolia@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