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7마리로 추산되는 남방큰돌고래는 제주에서 한 무리를 이룬다. 제주 연안에서 남방큰돌고래 무리가 헤엄치고 있다. 고래연구센터 제공
국내에서 제주 연안에만 서식하는 남방큰돌고래의 개체수가 증가세로 바뀐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공원 ‘제돌이’ 등 7마리의 야생방사와 어민들의 보전 노력이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센터는 23일 “지난해 제주 연안에 서식하는 남방큰돌고래 개체수를 조사했더니 총 117마리가 관찰됐다”며 “지난 5년간 13마리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동안 남방큰돌고래는 2050년 이후 지속가능한 개체군을 유지할 수 있는 수준 이하로 떨어져 제주에서 사라질 것으로 예상됐었다.
고래연구센터는 지난 3월부터 12월까지 5차례 소형선박을 이용해 돌고래 모니터링을 벌였다. 등지느러미를 촬영해 개체를 식별하는 ‘표지재포획법’을 통한 분석 결과, 남방큰돌고래 개체수는 2012년보다 13마리 늘어난 117마리로 나타났다.
남방큰돌고래는 지속적인 감소 추세에 있었다. 2008년에는 124마리에서 2009년 114마리, 2010년 105마리, 2012년 104마리 등으로 점차 줄어들었다. (2013~16년 자료는 분석 중) 가장 큰 이유는 제주 연안 곳곳에 설치된 정치망에 돌고래들이 걸려들었기 때문이다. 2008년부터 2010년 사이 약 22마리가 이렇게 그물에 걸려 폐사하거나 생포됐다. 이 중 일부는 제돌이처럼 불법 생포되어 제주 중문의 퍼시픽랜드와 경기 과천 서울대공원에서 돌고래쇼를 벌였다.
고래연구센터는 “요즈음에는 제주 지역 어민들이 조업 중 살아있는 상태로 혼획된 돌고래를 발견한 경우 현장에서 방류하고 있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남방큰돌고래 자원이 차츰 회복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돌고래쇼를 하다가 바다로 돌아간 삼팔이는 새끼를 낳았다. 이화여대-제주대 돌고래연구팀 제공
남방큰돌고래 등지느러미는 사람의 지문처럼 각각 다르다. 등지느러미 사진을 찍어 개체를 식별한다. 고래연구센터 제공
이번 결과는 세계적으로 독보적인 한국의 돌고래 야생방사 정책이 멸종위기종 보전에 기여했음을 보여준다. 2012년 서울시가 서울대공원 제돌이의 방사 결정을 내리면서 남방큰돌고래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이듬해 제돌이는 퍼시픽랜드의 춘삼이 삼팔이와 함께 바다로 돌아갔다. 2015년에는 해양수산부 주도로 태산이와 복순이가 고향으로 돌아갔고, 2017년에는 금등이와 대포도 뒤를 이었다. 5년 사이 늘어난 13마리 중 7마리는 야생방사와 직접적 관련이 있다(방사 뒤 야생 적응 5마리, 출산 2마리).
바다로 돌아간 돌고래들은 좋은 소식을 보냈다. 춘삼이, 삼팔이는 야생에서 새끼를 낳았고, 제돌이, 태산이, 복순이도 지금까지도 야생 무리와 어울리는 모습이 관찰된다. 다만 금등이와 대포는 지난해 7월 야생방사 뒤 아직 발견되지 않은 상태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