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를 보다 보면 자연스럽게 아름다운 그 모습을 담아 두고 싶은 욕구가 생기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기록하고 싶기도 하고, 간직하고 싶기도 하도, 자랑하고 싶기도 하다. 그런데, 사진은 비용과 시간, 노력 등 투자해야 할 것들이 많다. 그렇다면 탐조 초보자의 입장에서는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사진을 활용할 수 있을까? 정말 보기 힘든 새를 단지 5초 동안만 만날 수 있다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그 선택은 성향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조금 더 탐조를 한 사람의 입장에서 초보자에게 사진을 어떻게 활용하는 것이 좋을지 전해드리고자 한다.
한국에서 새를 보고 즐기는 사람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탐조가와 사진가이다. 같은 대상을 보고 즐긴다는 측면에서 하나의 집단으로 볼 수도 있지만, 성향은 상당히 다르다. 그리고 탐조가보다는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더 많다. 탐조가도 사진을 찍고, 사진가도 관찰을 한다. 어디에 더 중점을 두느냐가 두 부류를 가른다. 탐조를 시작하는 사람에게 사진 촬영은 필수일까, 아닐까. 뛰어난 탐조가들 가운데 사진을 찍는 것이 좋다라고 말하는 이도 있고, 관찰에 더 많은 신경을 쓰라고 하는 이도 있다.
그렇다면 사진이 주는 장점과 단점을 먼저 알아보자. 첫 번째 장점은 기록이다. 내가 본 새에 대해서 더할 나이 없이 정확한 기록을 할 수 있다. 두번째 장점은 식별이다. 관찰 장비로 식별이 어려울 때 찍어서 확대해보면 큰 도움이 된다. 이런 용도로 활용한다면 관찰에 재미를 더해준다. 세번째는 공유다. 잘 찍은 사진 한 장은 사람들에게 자연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기에 매우 좋은 수단이 된다.
그러나 단점은 장점보다 조금 더 많다. 첫째, 장비병에 빠지기 쉽다. 내 사진이 왜 다른 사람만큼 잘 찍지 못한 것 같은지 자괴감을 느끼고 더 좋은 장비에 투자를 하는 경향이 생기기 쉽다. 주객이 전도된 경우다. 둘째, 관찰 장비와 병행에 제약이 있다. 관찰장비인 망원경과 카메라를 모두 가지고 다니기는 쉽지 않다. 셋째, 충분한 관찰이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더 나은 사진을 위해서 너무 오래 한군데서 시간을 허비하는 경우도 생긴다. 넷째, 장비의 발달로 아마추어도 하루에 수천 장을 쉽게 찍을 수 있다 보니, 거의 모두 똑같이 찍힌 연사 사진 중에 정말 원하는 사진을 가려내는 작업에 꽤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프로 작가라면 필수의 과정이지만, 아마추어에게는 시간의 낭비가 될 수도 있고, 1년에 수십만 장의 사진을 찍고도 정리를 못하는 경우가 있다.
관찰과 식별에 도움을 주는 보조적인 도구로서 카메라를 활용한다면, 분명히 도움을 주는 측면이 있다. 그러므로 투자를 보조적인 수준에 걸맞게 하는 것이 초보자에게 좋다. 투자라 함은 비용·시간·노력 모두 포함한다. 관찰과 식별에 보조적인 역할을 하는 카메라와 세밀하게 확대하여 찍어야 되는 카메라에 대한 투자는 확실히 다를 것이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디지스코핑’이라는 촬영법도 있는데, 망원경과 스마트폰 카메라를 조합하여 망원렌즈의 효과를 내는 방법이다. 비용 효율적으로 활용하기에 추천할 만 하다.
관찰을 중시한다면 망원경에 투자를 하는 것을 추천한다.
인터넷에서 사람들이 찍은 새 사진을 보면, 증명사진처럼 온몸이 또렷하면서 크게 찍힌 것들이 많다. 그래야 사람들의 반응도 좋다. 그러다보니 새들의 생태는 보이지 않고 모두가 똑같은 사진으로 승부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애니멀피플’에 글을 쓰면서 필요한 사진을 찾으려니 나 자신도 대부분 증명사진을 찍어둔 것을 깨닫는다. 스마트폰으로 새들이 사는 환경을 한장만 찍었어도 훨씬 재미있는 콘텐츠를 완성할 수 있을텐데, 후회도 든다.
좋은 콘텐츠는 좋은 영상과 좋은 글의 조합으로 만들어질 것이다. 인터넷에 사진은 넘쳐나지만, 관찰 기록, 생태 행동, 감상 등이 함께 남겨진 콘텐츠는 별로 없다. 사진과 함께 간단한 코멘트라도 남기고, 이것들이 모인다면 우리나라 조류 생태의 빅 데이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생태 보호에 참여하는 의미도 있다.
서두의 가정에 대한 나의 선택은 다음과 같다. 5년 전에 나라면 사진을 찍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나는 5초 동안 그 새를 보는 걸 택할 것이다. 5초 동안 사진을 찍어서 좋은 장면을 담을 가능성도 있겠지만, 실제로는 영원히 다시 만나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글·사진 이병우 에코버드투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