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피플] 김진수의 진버드
어른 안 된 흰꼬리수리의 서툰 사냥
가까스로 잡았지만 옮기긴 버거워
흰꼬리수리가 보였다. 2015년 12월 강원도 철원에 있는 저수지 위를 두 마리가 교대로 선회하고 있었다. 태어난 지 4년쯤 됐을까. 어른 새 꽁지깃은 온통 흰색이지만 이들은 쐐기 모양 꽁지깃 가장자리에 흙갈색이 아직 남아 있었다. 미성숙 개체다. 어린 새는 사냥도 서툴다. 어미 새를 따라 사냥 연습이라도 하듯 두 새는 번갈아 물로 곤두박질치곤 다시 날아오르기를 반복한다.
흰꼬리수리는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으로 지정된 국제 보호조다. 적은 수가 한반도로 날아와 겨울을 난다. 다 자라면 몸무게가 5㎏이 넘고 날개 길이는 2.5m에 이른다. 큰 덩치를 유지하기 위해 하루 500~600g을 먹어야 한다. 매처럼 빨리 잘 날지도 못해 사냥 성공률이 높지 않다. 해안이나 커다란 호수나 하천 하구에서 물고기나 새를 사냥하며 힘겹게 겨울을 난다. 사냥 못하는 독수리를 위해 겨우내 사람이 차린 `독수리 식당’에도 자주 기웃거린다.
물 위에서 자맥질하듯 첨벙대던 새가 큰 날개를 퍼덕거리며 날아올랐다. 이번엔 커다란 사냥감을 움켜쥐었다. 청둥오리 암컷이다. 큰 새의 몸무게는 1.5㎏도 더 나간다. 사냥감이 무거운지 새는 멀리 날아가지 않았다. 저수지 옆 제방에 내려앉았다. 차에 올라타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제방으로 이어진 길은 험한 비포장 농로다. 마침 며칠 전 내린 눈이 녹아 차가 빠지는 진창길이었다. 승용차라면 지나갈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이다. 운 좋게 사륜구동차를 구입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가까이서 사진을 찍어도 신경을 쓰지 않는다. 사냥감 손질에만 몰두한다. 허탕 친 다른 새가 먹이를 빼앗아가려고 달려든다. 같은 형제 같지만, 먹이를 나누지는 않는다. 도망치듯 다시 날아오른 흰꼬리수리 날개 사이로 청둥오리가 드러났다. 몸과 고개가 축 처졌다. 아직 숨이 붙어 있는 새는 발을 움츠리고 가늘게 입을 벌리고 있다. 청둥오리의 마지막 비행이다.
김진수 한겨레21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