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에서 여행길 한숨을 돌리고 있는 황금새.
꽃피는 봄이 왔다. 탐조는 겨울이 절정임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다음 겨울까지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은 아니다. 이번 글에서는 그 중에서 봄에만 누릴 수 있는 봄 탐조의 매력을 전달하고자 한다.
지난 글에서 우리나라의 10대 탐조지를 소개(
‘눈물나게 아름다운 새들의 군무를 보라’ 참조)한 바 있다. 그 중에 한 꼭지가 봄섬이다. 봄을 맞아 그 봄섬에 대해 좀더 자세히 알려드리고자 한다.
봄의 모든 섬이 대상이 될까? 그렇지는 않다. 특별한 섬은 서해의 외딴섬이다. 외딴섬이라 함은 내륙에서 멀리 떨어진 섬이다. 최소 뱃길로 2시간은 가야 하는 섬들에 봄마다 특별한 마법이 걸린다. 면적에 비해서 엄청나게 많은 새들이 집중 될 뿐만 아니라 내륙에서는 보기 힘든 다양한 새들이 매우 자주 관찰된다. 섬 어디라도 앉아 있으면 다양한 새들이 와서 눈을 마주치고 간다고 느낄 정도이다. 육지에서는 느낄 수 없는 섬에 오는 철새 여행 만의 매력이다. 혹자는 1박2일에 서로 다른 100종 이상의 새들을 볼 수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봄섬에서는 어떻게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일까? 전 세계의 거의 모든 새들이 남북으로 크게 대이동을 하는 시기가 바로 봄이기 때문이다. 철새들이 이용하는 하늘길은 전세계에는 고르게 분포하지만, 특별히 많은 새들이 집중하여 지나는 큰 하늘길이 8개 정도 있다. 그리고 그 중 하나가 우리나라의 서해안을 지나간다. 서해안의 가장 먼 섬들은 힘들게 서해를 건너온 새들에게 첫번째 휴게소이자 우리나라로 입경하는 관문의 역할을 한다.
중국 동해안에서 우리나라 서해안은 지역에 따라 직선거리로 200~500km 정도되는데, 참새만한 작은 새들이 6~12시간 정도를 쉬지 않고 날아야 우리나라 서해의 외딴 섬에 도착할 수 있다. 중간에 지친다면 또는 바람에 휩쓸린다면, 바다로 추락할 수 밖에 없는 목숨을 건 여행길인 셈이다. 그렇지만, 그 처절한 도전 덕분에 다양한 새들을 일시에 만나는 호사를 누릴 수 있다.
외국에도 우리나라 봄섬 탐조의 매력이 조금씩 알려진 모양이다. 작년 유럽에서 용감하게 새를 보러온 두명의 젊은이를 전북 어청도에서 만났다. 이들은 말도 통하지 않는 섬에서 며칠을 머물며 새를 보다가 돌아갔다. 세계가 인정하는 매력적인 생태관광자원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어청도 외에도 이런 매력적인 섬들은 전남 가거도, 홍도, 흑산도, 충남 외연도, 인천의 서해5도, 덕적군도 등이 있다.
어청도 전경. 봄섬 철새 탐조는 새보기의 즐거움 뿐 아니라 아름다운 지역과 그 곳만의 순박한 밥상까지 맛보는 기쁨이 있다.
이런 섬들은 하루에 한번만 연안여객선이 운행되는 곳이 많다. 따라서 방문을 하면 최소 1박을 하면서 현지의 숙박시설과 식당을 이용하며, 상당한 소비를 자연스럽게 하게 된다. 이는 자연을 누리고 새를 만나러 섬에 방문하는 것 자체가 지역 사회에 상당한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 주는 자연스러운 생태관광의 모델이 되는 긍정적인 효과도 크다.
나그네에게 흔쾌히 사랑방을 내주었던 우리 조상들처럼, 수백 킬로미터를 날아온 새들에게 물 한 모금 마시고 허기를 채워갈 수 있도록 서해의 외딴섬들을 새와 사람이 공존하는 평화지역으로 계속 보존 유지되기를 희망한다.
4월 중순부터 5월 중순까지 마법에 걸린 섬으로 여행을 떠나보자. 하나의 팁을 더하자면, 섬의 순박한 밥상은 그 자체로 꽤 즐길만한 대상이다.
글·사진 이병우 에코버드투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