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와 뺨에 초록색 조류가 자라 독특한 모습을 보이는 오스트레일리아 마리강거북. 크리스 반 와이크, 런던동물학회 제공.
오스트레일리아 동북부 퀸즐랜드 마리 강의 여울에는 특별한 거북이 산다. 길이 32∼42㎝의 제법 큰 이 민물 거북은 강변에 둥지를 틀고 급류가 흐르는 강에서 주로 사냥하며 살아간다. ‘마리강거북’(학명 엘루소르 마크루루스)이란 이름으로 불리지만, 모습에선 펑크록 가수나 아메리카의 모호크족 인디언이 떠오른다. 머리 위와 뺨에 초록빛 조류가 부숭부숭하게 자라 머리카락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런던동물학회는 최근 세계에서 진화적으로 독특하면서 동시에 멸종위기에 놓인 파충류 100종의 목록을 발표하면서 이 거북을 29번째에 올렸다. 이 학회는 멸종위기종 가운데 먼저 보전에 나서야 할 진화적으로 중요한 가치가 있는 종을 선정하는 ‘존폐 갈림길에 선 동물들’(Edge of Existence)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는데, 포유류와 양서류에 이어 이번에 파충류 목록을 발표한 것이다.
마리강거북은 다른 현생 거북과 4000만년 전 갈라져 나온 종으로, 배설과 생식을 모두 담당하는 총배설강에 아가미 구실을 하는 분비샘이 있어 최대 3일 동안 잠수할 수 있다.
오스트레일리아 동북부 퀸즐랜드에 있는 마리강. 마리강거북의 서식지이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지난해 조사에서 136마리가 확인됐는데, 이것이 지구에 살아남은 총 개체 수다. 25살이 돼야 번식을 하는 등 번식력도 낮은 편이다. 런던동물학회는 “이 거북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1970년대부터 애완동물로 길렀는데, 놀랍게도 학계에 공식 발표된 것은 1994년”이라고
보도자료에서 밝혔다. 댐 건설로 서식지가 파괴되고 애완동물 업자가 알을 채취해 멸종위기에 놓여 있다.
100대 파충류 가운데 1위는 마다가스카르큰머리거북으로 공룡시대인 8000만년 전 다른 거북과 갈라져 진화한 희귀종이다.
진화적으로 가장 특이하고 멸종위기가 심각한 종으로 선정된 마다가스카르큰머리거북. 베르나르 듀퐁/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이번 연구결과를 과학저널 ‘플로스 원’에 발표한 이 학회 박사과정생 리키 검브스는 “이번에 선정된 파충류는 고대 계통의 유일한 생존자로서 공룡시대에까지 이어지는 갈래”라며 “만일 이들 종을 잃는다면 그와 같은 동물이 지구에서 영영 사라지는 셈”이라고 말했다.
조홍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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