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경북 김천 수도산에서 생포돼 지리산으로 이송 중인 반달곰 KM-53. 2015년 1월 지리산 국립공원공단 종복원기술원에서 중국 출신 부모에게서 태어나 지리산에 방사된 네살짜리 수컷 반달곰이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종복원기술원 제공
지리산 반달가슴곰 ‘KM-53’이 지리산을 떠나 다시 ‘긴 여행’을 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각에선 ‘교통사고’ 주장도 제기돼, 건강 상태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해 보인다. KM-53은 지난해 두 차례나 갔던 김천 수도산 방향으로 북진하고 있다.
9일 국립공원관리공단 종복원기술원 관계자는 “KM-53이 지난 5일부터 현재까지 경남 산청군 통영대전고속도로 생초 나들목 인근에서 확인됐다”고 밝혔다. 지리산 국립공원 북동쪽에 있는 생초 나들목은 지리산에서 직선거리만으로도 23km 이상 떨어져 있다.
KM-53은 지난해 6월 경북 김천 수도산에서 발견되어 지리산으로 옮겨졌지만, 한 달 뒤 또 수도산으로 이동해 재포획된 개체다. 당시 안전사고 예방 차원에서 지리산 야생으로 ‘회수’됐지만, 반달곰 서식지 확대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받았다. 환경부도 2004년 반달곰 복원사업을 시작한 이래 반달곰 개체수가 늘었다며, 지리산 밖으로 빠져나가는 곰들도 강제 회수 조처를 취하지 않겠다고 지난 2일 밝힌 바 있다. (관련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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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시기에 반달곰이 차량에 치였다는 증언도 나왔다. 지난 5일 새벽 3시께 통영대전고속도로에서 관광버스를 운전하던 기사가 생초 나들목 인근에서 야생동물과 부딪혔다고 한국도로공사에 신고했다. 도로공사가 당시 현장을 확인한 결과 동물의 사체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그 뒤 운전자는 지리산으로 이동 후 국립공원관리공단에 “곰을 친 것 같다”고 신고했다. 종복원기술원 관계자는 “관광버스에서 발견된 털은 맨눈으로 볼 때 멧돼지의 것으로 추정되는 것도 있어 분명치 않다. 유전자 검사 결과는 다음 주 중에 나올 예정”이라고 말했다.
KM-53의 움직임을 봤을 때, 실제 ‘교통사고’를 당했는지 당장 확인하기 어렵다는 게 종복원센터의 입장이다. KM-53은 지난 5일 이후 하루 1㎞ 정도씩 이동하고 있는데, 이는 평소 이동 패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종복원기술원 관계자는 “곰이 어떤 날은 많이 움직이기도 하고, 어떤 날은 적게 움직이기도 하는데, 평소보다 움직임이 급감하지 않았고 연휴 기간 비가 많이 와서 활동이 많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덧붙여 “5일을 기점으로 그 전날에는 먼 거리를 이동했고, 5일 이후는 생초 나들목 근처에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고 말했다.
종복원기술원은 당장 KM-53을 회수해 상태를 점검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출동해 치료할 수도 있지만, 치료 기간 사람에 익숙해지면 다시 야생으로 내보낼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어서 (조심스럽다)”라고 이유를 밝혔다.
윤주옥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실행위원장은 “만일 몇 차례 지리산을 떠나 수도산으로 갔던 KM-53이 사고를 당한 것이 사실이라면 예상되는 야생동물 이동에 대한 대응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며 “곰의 횡단이 예상되는 곳에 안내판이라도 만들어 운전자가 서행하게 하는 등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소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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