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에서 미국 알래스카까지 이동하는 큰뒷부리도요. 우리나라 철새 중 가장 먼 거리를 이동한다.
지난 글에서 봄은 철새들의 대이동 시기이니 서해의 외딴섬에서 엄청난 수의 새들을 만나보고 오시라는 추천을 했었다. 그리고 지난주 충남 대천에서 배로 2시간 거리에 있는 외연도라는 작은 섬과 천수만 농경지, 홍성 갯벌 등의 충청남도 해안선을 다녀왔다. 2박3일 동안 110여종의 새들을 관찰했다. 우리나라의 새가 500여종이니, 그중에 5분의 1에 해당하는 철새들을 불과 사흘 만에 만나는 호사를 누린 것이다.
한국의 새 도감을 상세히 살펴보면, 500여종 중에 텃새는 불과 95종에 불과하다. 나머지 400여종의 새들이 철마다 지구를 누비는 담대한 여행을 한다. 95종의 텃새들도 거리가 짧을지라도 이동하는 경우가 많다.
봄은 전 세계 철새들이 모두 약속한 듯이 삶의 터전을 남쪽에서 북쪽으로 고스란히 이동하는 시기임에는 틀림이 없다. 겨울철새 두루미와 기러기는 중국 동북부와 시베리아로 떠났고, 여름철새 저어새는 타이완에서 우리나라로 이미 한 달 전 도착했고, 동남아시아에서 출발한 꾀꼬리와 제비는 이제 막 도착했다. 상당수가 우리나라를 거쳐 가는 도요물떼새는 호주와 동남아에서 시베리아 끝으로 이동하며, 잠시 우리나라에 들렀다.
9개의 세계 철새 이동 경로.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 파트너십’(EAAFP) 소개 책자에서 발췌했다.
비행기에도 항로가 있듯이 새들도 이용하는 항로가 큰 틀에서 정해져 있다. 조류 과학자들은 전 세계 아홉 개의 큰 항로가 있다고 말한다. 그중에서도 규모가 큰 하나의 항로가 우리나라가 포함된 ‘동아시아 항로’인데, 저 멀리 뉴질랜드부터 호주, 동남아, 중국을 거쳐 시베리아와 알래스카까지 연결되는 큰 항로이다. 우리나라는 그 항로 중에 가장 중요한 곳에 위치해 있다. 풍부한 먹이를 제공하는 서해안의 갯벌은 대표적인 물새인 도요물떼새들이 머물다 가게 한다.
이런 국제적인 철새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한 나라의 보호 활동을 넘어서 새들이 이동하는 전역에 걸쳐서 보호활동이 포괄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중요하다.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 파트너십’(EAAFP·East Asian-Australasian Flyway Partnership)라는 국제 엔지오가 그 역할을 하고 있으며, 한국은 2006년부터 참여하고 있다.
최근 아주 뜻깊은 일이 있었는데, 북한이 지난 4월 EAAFP에 36번째 회원국으로 가입한 것이다. 국내에는 철원평야, 한강 하구, 천수만, 구미 해평습지, 순천만, 주남저수지, 우포늪, 낙동강 하구, 금강 하구, 유부도 갯벌, 칠발도 등이 중요 서식지로 등록되어 있고, 북한에도 금야습지, 문독습지 등이 보호구역으로 등록되었다.
남북 관계의 훈풍과 더불어 철새 보호를 위해 남북한이 함께 협력하는 구체적인 기회도 빠른 시일 내에 마련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철새 보호와 서식지 보존의 고리가 한반도에서 연결된다면, 이는 동아시아의 모범이 되고 전 세계에 또 한 번 인상적인 평화의 메시지를 전해줄 수 있지 않을까!
글·사진 이병우 에코버드투어 대표
타이완에서 겨울을 나고 번식을 위해 한반도를 찾는 저어새.
흰꼬리딱새. 동남아시아에서 겨울을 보내고 중국 북동부로 번식하러 가면서 우리나라에 들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