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마트라호랑이는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에 약 700마리 남은 멸종위기종이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네살짜리 수마트라호랑이 ‘보니타’가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의 리아우 지역의 숲과 팜유 농장의 경계부에 출몰했다. 인간과의 충돌 때문에 지난 2개월 동안 정부 당국은 보니타를 포획하려고 했었다. 팜유 농장에서 일하는 노동자 두 명을 공격해 죽인 것으로 알려진 호랑이다.
인도네시아 군과 경찰, 자연자원보전국(BKSDA), 시민단체와 수의사들은 공동 포획팀을 구성해 보니타의 생포에 나섰다. 100일이 넘는 기간 수차례의 시도 끝에 지난달 20일 결국 이 호랑이를 잡을 수 있었다. 포획 직후 보니타는 서수마트라의 야생동물재활센터로 이송됐다. 인간에 대한 공격과 먹이로 인한 질병 감염 위험성 때문에 이 호랑이의 행동 변화가 의심됐기 때문이다. 우선 보니타의 행동을 면밀히 관찰해야 했다.
호랑이로 인해 사람이 숨지면 ‘여론’은 나빠진다. 올해 초 북수마트라의 한 마을 주민들은 호랑이를 잔인하게 창으로 찔러 죽인 뒤 천장에 걸어 모두가 볼 수 있도록 걸어놓았다. 호랑이가 주민 한 명을 공격해 숨지게 한 사건의 ‘후폭풍’이었다. 이 일이 있고 난 뒤, 환경단체 활동가 등은 보니타에 대한 ‘복수’가 이뤄질까 걱정했고, 정부 당국과 팀을 이뤄 적극적인 생포에 나선 것이다.
마지막 인도네시아 호랑이
수마트라호랑이(Panthera tigris sondaica)는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에만 사는 종이다. 인도네시아의 ‘마지막 호랑이’이기도 하다. 2016년 개체수 조사를 보면, 약 700마리밖에 남지 않았다. 친척 뻘인 발리호랑이(
Panthera tigris balica), 자바호랑이(
Panthera tigris sondaica)는 각각 1940년대와 1980년 야생에서 멸종한 것으로 알려져, 수마트라호랑이야말로 남은 숲에서 힘겹게 생존하고 있는 것이다.
이 놀라운 생명체는 팜유 농장의 대대적 확대와 인간의 주거지역 침범으로 점차 살 땅을 잃어가고 있다. 이빨과 발톱 등 신체 기관, 일부 나라에서 전통 의약품으로 소비하는 생식기가 밀렵과 불법 거래를 부추긴다. 사실 1990년 인도네시아의 야생보전법은 수마트라호랑이 같은 보호종을 폐사시키는 경우 5년의 징역이나 7천달러의 벌금을 부과한다. 하지만 많은 활동가는 처벌 수위가 너무 가볍다고 생각하고 있다.
2001년부터 2016년까지 최소 1065건의 수마트라호랑이와 인간의 충돌이 있었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2001년부터 2016년까지 사례를 분석한 ‘수마트라호랑이와 인간 충돌의 시공간적 경향 분석’ 보고서를 보면, 수마트라섬에서 최소 1065건의 충돌 사례가 있었다. 크게 네 가지 유형으로 분류된다.
첫째, 호랑이가 인간 거주지나 농장을 돌아다녀 공포를 유발하지만, 피해는 입히지 않는 경우(376건)다. 둘째, 호랑이가 염소나 버펄로, 소 등 가축을 습격한 경우(375건)다. 셋째, 사람을 죽이거나 피해를 입히는 등 호랑이가 일으키는 사고다. 184건이었다. 넷째, 사람이 독극물이나 덫, 함정, 총을 이용해 호랑이를 죽게 한 경우다. 이런 유형은 130건 발생했다.
수마트라호랑이를 보전하는 인도네시아 포럼 ‘수마트라호랑이 보전 포럼’(FHK)의 락스미 다투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엔지오, 민간기업과 지역공동체 등 이해관계자들 사이의 이해와 굳건한 협력이 이 종의 보전을 위해 필수적이라고 본다. 그는 “현재 우리는 인간-호랑이 충돌을 완화하기 위한 프로토콜을 개발하는 첫 단계에 있다”며 “민간기업 부지로 호랑이가 이동할 경우, 기업이 호랑이를 적대시하지 않도록 정부가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호랑이는 중요하다”
수마트라호랑이는 수마트라섬의 민요와 신화에 자주 나온다. 호랑이는 조상들의 영혼이며 힘의 상징이자 존경받는 권력이다. 불행히도 이런 전통적인 생각은 공동체에서 점차 사라지고 있다. 락스미 다투가 인터뷰를 맺으며 말했다.
“지역 공동체의 보전 의식을 높이고 수마트라호랑이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야 합니다. 그래야 인간과 호랑이 모두에게 위험이 줄어듭니다. 수마트라호랑이가 사라져 후세대에 전설 같은 이야기로 남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라하유 옥타비아니 인도네시아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