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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야생동물

‘아파트 절벽’에 둥지 튼 ‘도심의 사냥꾼’ 황조롱이

등록 2018-05-15 10:10수정 2018-05-15 11:32

[애니멀피플] 윤순영의 자연관찰 일기
야구선수처럼 눈 밑에 ‘검은 테이프’ 하고
까치집 없으면 아파트 베란다에 둥지 짓고
곡예비행하며 도심과 변두리에서 사냥한다
황조롱이는 정면에서 보면 가면을 쓴 듯 보인다. 햇빛이 시야를 방해하지 않도록 눈 밑에 테이프를 붙인 야구선수처럼 눈 밑에 검은 깃털이 있다.
황조롱이는 정면에서 보면 가면을 쓴 듯 보인다. 햇빛이 시야를 방해하지 않도록 눈 밑에 테이프를 붙인 야구선수처럼 눈 밑에 검은 깃털이 있다.
황조롱이는 전국에서 관찰할 수 있는 텃새다. 높은 곳에 앉아 사냥감을 찾거나 땅 위를 낮게 날기도 하고 정지비행을 하다 갑자기 매우 빠른 속도로 내려와 날카로운 발톱으로 사냥하기도 한다. 주로 해안이나 강가, 산림에서 번식하지만 도시의 아파트와 고층건물에서의 번식이 늘고 있다. 4월15일 도심의 야산에서 황조롱이가 사냥하는 모습을 관찰했다.

숲 속에서 황조롱이가 사냥에 나섰다.
숲 속에서 황조롱이가 사냥에 나섰다.
사냥을 위해 자리를 뜬다.
사냥을 위해 자리를 뜬다.
빠른 속도로 자리를 박차고 난다.
빠른 속도로 자리를 박차고 난다.
비번식기에는 평지로 이동해 단독으로 행동하지만 4월 초순에 흰색이나 크림색 바탕에 적갈색 또는 흑갈색의 얼룩무늬가 흩어져 있는 알을 4~6개 낳으며, 약 27∼31일 동안 품는다. 알은 암컷이 주로 품고 새끼를 키울 땐 수컷이 사냥을 한다. 새끼는 부화 후 약 30일 이내에 둥지를 떠난다. 황조롱이는 넓게 펼쳐진 야산을 끼고 있는 농경지 등에서 주로 들쥐와 작은 새, 곤충 등을 사냥한다.

황조롱이가 자리를 옮겼다. 사냥감과 거리를 좁혀간다.
황조롱이가 자리를 옮겼다. 사냥감과 거리를 좁혀간다.
사냥이 여의치 않아 자리를 다시 옮긴다.
사냥이 여의치 않아 자리를 다시 옮긴다.
황조롱이는 앉아 있던 나뭇가지를 디딤대 삼아 빠른 속도로 이동한다.
황조롱이는 앉아 있던 나뭇가지를 디딤대 삼아 빠른 속도로 이동한다.
수컷의 머리는 청회색이고, 등과 날개 윗면은 적갈색 바탕에 검은색 반점이 흩어져 있다. 암컷의 몸 윗면은 적갈색이며 검은색 반점이 수컷보다 더 많이 흩어져 있고, 머리와 꼬리는 적갈색이다. 다리와 부리의 기부, 눈 테두리는 노란색으로 암수가 동일하다. 어린 새는 암컷과 유사하지만 몸 윗면의 반점과 아랫면의 줄무늬가 더 크다.

평야에서는 정지비행을 하며 사냥하지만 숲 속에서는 장애물이 많다.
평야에서는 정지비행을 하며 사냥하지만 숲 속에서는 장애물이 많다.
사냥을 위해서라면 번거롭게 자리를 이동하는 건 아무것도 아니다. 그러나 평지보다 어려움이 있다.
사냥을 위해서라면 번거롭게 자리를 이동하는 건 아무것도 아니다. 그러나 평지보다 어려움이 있다.
가까운 거리에서 사냥감을 노려보는 황조롱이.
가까운 거리에서 사냥감을 노려보는 황조롱이.
황조롱이는 영역 본능과 귀소 본능이 매우 강한 새다. 최근 들어 급격히 늘어나는 아파트는 원래 황조롱이의 서식 공간이었다. 황조롱이가 도시로 온 것이 아니라 도시가 황조롱이의 공간을 침입했다. 그러나 아파트는 동시에 절벽 비슷한 새로운 서식지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높은 도심 빌딩의 옥상, 아파트 베란다의 화단, 화분 등이 황조롱이가 서식지 감소와 천적으로부터의 위협에서 알과 새끼를 보호하는 번식지가 되었다. 환경변화에 잘 적응한 셈이다.

■ 황조롱이 사냥 연속 동작

신중하게 다시 자리를 옮긴 황조롱이가 사냥 기회를 노린다.
신중하게 다시 자리를 옮긴 황조롱이가 사냥 기회를 노린다.
수차례 자리를 옮기더니 사냥이 시작되었다.
수차례 자리를 옮기더니 사냥이 시작되었다.
시선은 사냥감에 고정돼 있다.
시선은 사냥감에 고정돼 있다.
사냥감의 행동을 예측하여 한 치 오차 없이 빠르게 낚아야 한다.
사냥감의 행동을 예측하여 한 치 오차 없이 빠르게 낚아야 한다.
나뭇가지도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
나뭇가지도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
나뭇가지를 비껴가며 신기에 가까운 비행 모습을 보인다.
나뭇가지를 비껴가며 신기에 가까운 비행 모습을 보인다.
사냥감을 향해 내리꽂는 황조롱이.
사냥감을 향해 내리꽂는 황조롱이.
황조롱이는 스스로 둥지를 짓지 못한다. 한번 쓴 둥지를 지속해서 쓰며, 지정된 사냥터도 둥지와 멀지 않은 곳에 있다. 보통은 까치나 물까치가 지어둔 묵은 둥지나 흙벽, 암벽의 오목한 곳에 둥지를 튼다. 마땅한 것이 없으면 그다음으로 선택하는 것이 아파트 베란다 옥상에 흙을 담아 놓은 화분이다. 모양이 대체 둥지로 손색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렵게 보금자리를 마련해도 황조롱이의 역경은 계속된다.

황조롱이는 풀숲을 노렸다.
황조롱이는 풀숲을 노렸다.
발에 사냥감을 움켜쥔 것 같다.
발에 사냥감을 움켜쥔 것 같다.
사냥을 끝내고 날아오르는 황조롱이.
사냥을 끝내고 날아오르는 황조롱이.
발가락으로 들쥐를 움켜쥐었다.
발가락으로 들쥐를 움켜쥐었다.
도시환경에 적응하며 살고 있지만 복잡한 빌딩 숲 사이를 날아다니며 먹이를 찾아야 하는데, 빠르게 날다 보면 투명한 유리창을 보지 못하고 그대로 부닥쳐 사고를 당하기도 한다. 도시에는 위험요소가 항상 도사리고 있다. 사람들 틈에서 어렵게 더부살이하며 새끼를 키우는 것이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글·사진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겨레 환경생태 웹진 '물바람숲' 필자. 촬영 디렉터 이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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