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피플] 이병우의 새 보기 좋은 날
탐조인들이 새를 관찰하고 있다. 관찰 도구와 도감은 탐조의 필수 요소다.
한국 대표 조류도감의 탄생 많은 탐조인들은 2000년에 발간된 ‘야외 원색도감 한국의 새’(한국의 새)를 한국 탐조 역사에 있어 아주 큰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이전에는 일본에서 발간된 도감과 일부 학자들이 발간한 사진 도감을 병행해 사용했다. 사진 도감에 실리는 사진은 촬영 환경과 개체의 개성에 따라 크게 좌우되기 때문에 한 종을 표준적으로 표현하는 데 한계가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도 그림 도감이 절실하던 차였다. 그때 엘지(LG) 상록재단이 ‘한국의 새’를 발간했다. 당시 한국에는 새를 전문적으로 그리는 세밀화 화가가 없었다. 엘지는 일본의 새 도감을 그린 타니구치 타카시의 그림을 실어 도감을 완성했다. 한국과 일본은 같은 서식지로서 나라를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고, 이미 좋은 새 그림을 가진 일본의 책을 활용한 것은 여러모로 현명한 선택이었다. 우리나라 화가를 양성하여 그렸다면 훨씬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했을 것이다.
지난해 울산에서 열린 세계 조류 축제 중 하나인 ‘아시아 버드 페어’(ABF)에서 ‘한국의 새’ 도감을 활용하는 참가자들.
현장에서 도감은 새 식별을 위한 중요한 기준이 된다.
탐조가였던 고 구본무 엘지 회장이
18년 전 의욕적으로 펴낸 새 그림 도감
한국 조류도감의 ‘역작’으로 떠올랐고
새는 전문가에서 대중에게 날아왔다
더 많은 사람이 이 책을 봤으면 좋겠다 그런데 엘지가 좋은 뜻으로 책을 계속 만들어낸다고 하더라도, 이 책의 유통 문제는 풀어야 하리라 생각한다. 대형서점에 가도 이 책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온라인에서는 구매가 가능하지만 나이 드신 분이나 외국인의 경우 접근이 어렵다. 상록재단은 ‘한국의 새’ 애플리케이션을 책의 약 30% 가격인 1만원에 판매하고 있지만, 잘 알려지지 않았다. 체험판은 무료인데 너무 적은 종만 볼 수 있어 도감으로서 큰 의미는 없다. 누구에게나 쉽게 전달돼 활용될 수 있도록 유통에도 획기적인 변화가 생기기를 기대한다. 그러면 구본무 회장의 발간사에서처럼 그의 소망이, 그리고 누구나 바라는 희망이 이루어지지 않을까. “새가 자유와 평화, 그리고 희망의 상징이듯이 우리의 자녀들 또한 복된 미래를 누려야 할 우리의 희망입니다. 그들이 이 도감을 펼쳐놓고 더욱 많은 새의 이름과 그 생태에 관한 견문을 넓히고 나아가 자연과 조화를 이루면서 사는 값진 지혜를 얻었으면 좋겠습니다.” 글·사진 이병우 에코버드투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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