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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야생동물

가난을 몰아내는 윌슨극락조의 화려한 춤

등록 2018-05-27 10:00수정 2018-05-27 10:56

[애니멀피플] 인도네시아의 극락조 생태관광
암컷을 유혹하는 화려한 춤
전세계의 관광객도 끌어모았고
주민들은 경제적 이득 맛봤다
인도네시아 서와이게오에서 윌슨극락조가 공연을 하기 전에 나뭇가지에 올라가 있다.  센드라와지 보탁-잔탄 제공
인도네시아 서와이게오에서 윌슨극락조가 공연을 하기 전에 나뭇가지에 올라가 있다. 센드라와지 보탁-잔탄 제공
새벽 5시, 우리는 인도네시아 서와이게오 자연보호구역 안에 있었다. 국제동식물협회 인도네시아 프로그램(FFI-IP)의 지역발전 담당 모릿츠 카피아는 네덜란드에서 온 야생조류 관찰자 두 명을 동반하고 있었다. 어둠의 침묵이 자욱한 숲에 그들이 조용히 앉아 있었다. 그들이 기다리던 새는 윌슨극락조(Cicinnurus respublica).

_________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새의 춤

참을성 있게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한 시간 뒤, 윌슨극락조가 나타났다. 화려한 깃털의 수컷이었다. 새는 짧게 그리고 반복적으로 지저귀었다. 암컷을 유혹하기 위해 곧 공연을 펼칠 장소를 정비하는 것처럼 보였다. 나뭇잎들이 공연장으로 떨어지자 녀석은 안절부절못했고, 잠재적인 경쟁자가 발견하기 전에 신속히 제거했다. 이 수컷은 운이 좋았다. 이내 두 마리 암컷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의 유혹이 성공한 것이다.

그리고 쇼가 시작됐다. 녀석은 수직으로 뻗은 나뭇가지 위에 올라갔다. 암컷은 녀석을 평가하려고 가장 좋은 자리를 잡았다. 암컷이 보는 앞에서 그는 최선을 다해 자신의 빛나는 에메랄드 깃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입을 열어 또 다른 녹색을 띤 형광색을 보여주었고, 암컷은 깊은 인상을 받은 듯했다. 그렇다. 지금 그는 스타였다!

윌슨극락조의 구애의 춤
숲의 한가운데 공연장을 정비한 뒤
암컷을 불러서 구애의 쇼를 시작
수컷의 아름다운 지저귐과 함께
화려한 색의 향연이 펼쳐진다

영국 조류학자 에드워드 윌슨의 이름을 따서 명명된 윌슨극락조는 그 특이함과 화려함으로 이름이 높다. 청록색 머리와 밝게 빛나는 붉은색 등 그리고 나선형의 꽁지깃으로 극락조 중 가장 화려하다. 윌슨극락조는 암컷을 유혹할 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조류관찰자들도 끌어당기고 있다. 인도네시아 웨스트 파푸아의 라자암팟 제도의 두 섬(와이게오와 바탄타 섬)에만 사는 이 새는 붉은극락조(Paradisaea rubra)와 서식지를 공유한다. (관련 기사 ‘천국의 새' 무도회장을 망치는 고속도로)

이 두 극락조가 조류관찰자들을 자석처럼 끌어당긴다. 직접 보려고 수천 마일 비행기를 타고 오는 사람들도 많다. 게다가 그 아름다움의 독특성으로 지역사회에 경제적 이득을 가져다 주고 있다.

윌슨극락조를 가장 관찰하기 좋은 곳은 서와이게오 자연보호구역의 완충 지역인 사포크렌 마을 주변의 숲이다. 따라서 이 숲의 종 다양성은 지속 가능해야 한다. 극락조가 가져다주는 가치가 지역사회에 중요할 뿐만 아니라 생계를 보장하는 대안적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코넬대 조류연구소가 공개한 윌슨극락조가 구애의 춤을 준비하는 영상.

숲에서 극락조를 관찰하는 조류관찰자들.  모릿츠 카피아 제공
숲에서 극락조를 관찰하는 조류관찰자들. 모릿츠 카피아 제공
주민들은 조류관찰자들에게 최고의 가이드이다. 이 숲과 야생에 몸이 익은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모릿츠 카피아는 “지역사회의 능력을 갖추는 데 주민교육 프로그램이 가장 중요하다”며 “2013년부터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극락조의 생태와 보전 필요성에 대한 교육과 함께 게스트하우스 주인들에게 전하는 서비스 교육이 이뤄진다.

맨 처음에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4년이 흐르면서 주민들도 (극락조 생태관광이 가져다주는) 단맛을 느끼게 되면서 바뀌기 시작했다. 모릿츠 카피아가 웃으며 말했다.

“사실 일부 주민들은 야생조류 사냥꾼이었고, 어떤 사람들은 불법 벌목꾼이었습니다. 하지만 지속적인 교육과 캠페인으로 그들은 자신들이 숲의 보전자라는 인식을 갖게 되었죠. 한 원주민은 아주 자랑스러워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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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보전의 성공 스토리가 됐다

사포크렌 마을의 극락조 관찰 프로그램은 지역주민들이 운영한다. 환경보전 단체가 지원하고 지방정부가 모니터한다. 총 32가구가 가이드를 포함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고, 8가구는 관광객들을 위한 민박을 열었다.

지역주민들에 의해 관리되는 구역은 이제 3만6390㎢에 이른다. 자연보전의 성공 스토리인 셈이다. 그리고 이것은 지역주민의 삶을 개선하지 않는 한 자연보전은 성공할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징표이기도 하다.

인도네시아/ 라하유 옥타비아니 애니멀피플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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