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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야생동물

개울 속의 ‘젤리’ 함께 지켜요

등록 2018-05-30 11:59수정 2018-05-30 14:59

[애니멀피플] 마승애의 내 이웃의 동물들
귀하고도 흔한 동물, 숲속의 도롱뇽
한국 전역 살지만 포획 금지종
튜브 속 점점이 박힌 도롱뇽 알 본다면
아이들에게 생명의 소중함 가르치자
한 아이가 손에 도롱뇽을 놓고 관찰하고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한 아이가 손에 도롱뇽을 놓고 관찰하고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엄마! 이게 뭐야? 누가 여기에 젤리를 놔뒀어!“

아이 둘을 데리러 학교에 갔는데, 작은 아이가 교문을 나서자마자 길옆 웅덩이로 달려가더니 소리쳤다. 이제 막 1학년이 된 작은 아이는 온갖 것에 호기심이 많았다. 작은 아이가 달려간 웅덩이는 학교 아이들이 ‘올챙이 쉼터’라 부르는 곳이었다. 근처 계곡에서 내려온 맑은 물이 가득 차 있었고, 주변엔 낙엽이 많았다. 이름대로 올챙이들이 살기 딱 좋은 곳이었다.

그런데 아이를 따라가 보니, 그곳에 흰색 젤리처럼 생긴 것들이 촘촘히 모여 있었다. 저마다 까만 점이 박힌 채로.

“야! 그거 도롱뇽 알이야!”

2학년 형님 하나가 아는 체하며 말했다.

“도롱뇽 알이라고?”

_____
도롱뇽 유생들이 올챙이가 되었다

그 말에 1학년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대부분 도시에서 나고 자라다 시골 학교를 찾아 이사 온 아이들이었기에 모두 신기했던 모양이다. 아이들은 한참을 들여다보며 까르르 웃고 떠들었다. 그런데 그때, 무리 가운데 몇이 나무막대기를 찾아들었다. 그리고는 알을 집어 올려 장난을 하기 시작했다. 주변에 있던 엄마들이 일제히 “안 돼!” 하고 외치며 아이들을 말렸다. 하지만 그러는 사이에 도롱뇽 알 몇 개는 이미 흙에 패대기 쳐버려지고 말았다. 엄마들은 아이들에게 소중한 생명이니 보호해 주어야 한다고 타일렀지만 이미 일이 벌어지고 난 다음이었다. 서둘러 다시 물에 넣긴 했지만, 도롱뇽 새끼들이 잘 태어날 수 있을까 걱정되었다.

이후 나는 아이와 함께 기회가 될 때마다 알들이 잘 크는지 관찰하곤 했다. 다행히 검은 점 같던 도롱뇽 유생들은 아이들로 인한 수난에도 불구하고 잘 자라 웅덩이에 올챙이들이 가득했다. 어느 날, 함께 웅덩이를 둘러보던 아이가 불쑥 말했다.

“엄마! 그거 알아? 도롱뇽 알은 기다란 젤리 속에 있는데, 개구리 알은 몽글몽글한 젤리 속에 있어. 둘이 달라!”

“오! 제법인데? 그런데 개구리 알도 본 적이 있어? 이 웅덩이엔 도롱뇽 알밖에 없던데?”

“응. 산 위쪽 계곡이랑 집 아래 논에는 개구리 알도 많아.”

아이는 자랑스럽게 말했다.

“그래, 그럼 그쪽에도 여기처럼 올챙이들이 많겠구나!”

“당연하지!”

아이와 도롱뇽과 개구리 알에 관해 이야기를 한창 나누고 있는데, 저편 아래에서 싸우는 소리가 들렸다. 얼른 소리를 따라가 보았다. 소나무가 멋있게 자란 이층집 아주머니와 그 옆에 새로 집을 지어 이사 온 아주머니가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남쪽에 담을 이렇게 높게 쌓으면 어떡해요! 우리 집에 비치는 햇빛을 다 가리잖아요!”

“담을 낮추면 집 모양이 안 나온다고요. 집안도 훤히 들여다보이고 저번에 미리 말씀드렸잖아요!”

“말하면 다예요? 그때도 최대한 낮추라고 했잖아요. 그런데 이렇게 높이 쌓다니 당장 내리세요!”

개울 안에 있는 도롱뇽 알. 개구리 알과 다르게 튜브처럼 생긴 보호막 안에 알이 들어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개울 안에 있는 도롱뇽 알. 개구리 알과 다르게 튜브처럼 생긴 보호막 안에 알이 들어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그때였다. 분위기가 점점 더 험악해지려는데, 새로 이사 온 집에 사는 초등학생 아이가 두 손을 모은 채로 헐레벌떡 달려왔다.

“엄마! 어떡해. 이 아이가 길바닥에 있었어. 지나가던 차에 밟힐까 봐 내가 데려왔어.”

도롱뇽 한 마리가 아이의 고운 손안에서 축 늘어져 있었다. 간밤에 온 비에 산에서부터 물살에 쓸려 내려와 도로에 내팽개쳐진 듯했다. 엄마들은 잠시 싸움을 멈추고 머뭇거렸다. 그때, 작은 아이가 나섰다.

“원래 살던 곳을 알면 그 근처로 데려다주면 좋을 것 같아요.”

“그, 그래야겠구나. 저쪽 위 어디랬지…?”

_____
도롱뇽이 시켜준 화해

이사 온 집 아주머니는 웅덩이 쪽을 가늠하며 두리번거렸다. 그리고는 당장 나설 듯 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새 동네 지리를 잘 몰라 머뭇거렸다. 그걸 보고 있던 소나무집 아주머니가 나섰다.

“올챙이 쉼터로 데려다주면 되겠구나. 날 따라와요. 처음 이사 와서 길을 모를 테니….”

얼떨결에 도롱뇽 한 마리가 이웃을 화해시킨 꼴이 되고 말았다. 나와 작은 아이는 서로 마주 보며 씩 웃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소나무집 아주머니는 길고양이들에게 밥을 주던 마을의 캣맘 중 한 분이었고, 새로 이사 온 분은 다친 유기견을 구해 함께 살던 분이었다. 담을 높게 쌓은 것도 강아지를 마당에서 풀어놓고 편하게 뛰놀게 하려고 그랬던 것이었다. 결국, 동물을 좋아하는 두 사람은 도롱뇽 웅덩이에 다녀온 이후로 가장 마음 맞는 이웃이 되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얼마 후, 논에서는 개구리들의 아름다운 합창이 들려왔다.

내 이웃의 동물 알아보기

도롱뇽과 개구리는 물과 육지 두 장소를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양서류입니다. 도롱뇽 올챙이는 자라서 성체가 되어도 꼬리가 남아있지만 개구리는 꼬리가 사라집니다. 이들은 도심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지만 자연이 살아있는 시골 마을이나 계곡 주변에서는 제법 자주 발견할 수 있는 동물입니다.

우리나라 전역에서 서식하는 도롱뇽은 평상시에는 계곡 주변이나 숲의 낙엽 아래, 흙 속에서 살다가 봄이 되면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이나 논으로 내려옵니다. 도롱뇽은 현재 포획금지 야생생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일부 부모님들 가운데 생태교육을 말하여 도롱뇽 알을 채취해 가는 분들이 꽤 있는데, 이는 불법입니다. 진정한 생태교육이란 자연을 있는 그대로 지켜야 함을 알려주는 것입니다. 덧붙여 신기한 도롱뇽과 개구리들을 지켜주기 위해 물과 육지 환경을 보호해 주는 것이 더 중요하단 사실도 알려주는 것이 좋겠지요?

마승애 동물행복연구소 공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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