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 송클라주에서 좌초 뒤 구조됐다가 숨진 들쇠고래에서 나온 비닐봉지. 타이 해양자원부 영상 갈무리
타이 남부의 해안에서 발견된 들쇠고래의 위장에서 80개의 비닐봉지가 발견됐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과 타이 영자지 ‘방콕포스트' 등 주요 매체는 들쇠고래 한 마리가 타이와 말레이시아 국경 근처에서 빈사 상태로 구조됐다 죽었다고 3일(현지시간) 전했다.
고래가 송클라주의 클롱 나탑 운하에 나타나 좌초 위기를 겪은 건 지난달 28일. 길이 4.5m, 무게 약 500㎏의 수컷 들쇠고래였다. 주민들은 부이를 이용해 고래를 떠오르게 하고 직사광선에 의한 피부 화상을 방지하기 위해 우산을 씌어주는 등 필사적으로 구조했다. 육지로 끌고 온 들쇠고래를 수의사들이 회복시키려 했지만, 결국 1일 숨졌다.
곧이어 진행된 들쇠고래 사체에 대한 해부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80장의 비닐봉지가 위장에서 발견된 것. 무게가 8kg에 이를 정도였다. 들쇠고래는 구조 과정 중에 이미 5개의 비닐봉지를 내뱉었다고 이 매체들은 전했다. 비닐봉지를 너무 많이 먹은 게 폐사의 원인으로 추정된다.
특히, 들쇠고래의 위장에서 꺼낸 비닐봉지를 늘어놓은 타이 해양자원부 녹화 영상의 갈무리본이 에스엔에스(SNS)를 통해 퍼지면서, 타이는 물론 세계적으로 해양 플라스틱 문제에 대한 경종을 울리고 있다. 타이는 세계에서 비닐봉지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나라 중 하나다. 카셋스타트 대학의 생물학자 쏜 탐롱나와사왓은 아에프페(AFP) 통신에 “80개의 비닐봉지가 위장 안에 있다면 당신도 죽었을 것”이라며 “타이는 너무 많이 비닐봉지를 쓴다. 아주 큰 문제”라고 말했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페이스북 ‘타이웨일즈’에 실린 들쇠고래 구조 장면. 주민들이 좌초된 들쇠고래에 우산을 씌우고 부이를 이용하여 구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