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피플]
러시아에서 온 RF-04가 지난 2월 새끼 낳아…아빠도 러시아서 온 RM-19
“지리산 반달곰 늘었지만 유전자 풀 좁았다…다양성 확보에 도움될 듯”
러시아에서 온 RF-04가 지난 2월 새끼 낳아…아빠도 러시아서 온 RM-19
“지리산 반달곰 늘었지만 유전자 풀 좁았다…다양성 확보에 도움될 듯”
인공수정으로 새끼 반달가슴곰이 태어났다. 지리산 반달가슴곰 복원 사업의 과제 중 하나였던 유전적 다양성 확보에 도움이 된다는 해석이다.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전남 구례군종복원기술원 증식장에 있는 반달가슴곰 RF-04(러시아에서 들여온 4번 암컷)가 올해 2월 낳은 새끼가 인공수정으로 태어난 새끼인 것을 확인했다고 10일 밝혔다. RF-04의 새끼는 8~9월쯤 증식장 인근의 자연적응훈련장으로 옮겨 야생적응 훈련을 받은 후 올해 가을에 방사될 예정이다. CF-38(중국에서 들여온 38번 암컷)도 역시 인공수정으로 새끼 1마리를 낳았으나, 올해 5월 초순 알 수 없는 원인으로 폐사했다.
인공수정의 성공 여부는 유전자 검사를 통해 확인했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연구진은 지난해 7월 증식장에 있는 4마리(RF-04, CF-38, CF-37, RF-109) 암컷 곰의 몸에 RM-19(러시아에서 온 19번 수컷)의 정자를 사용해 인공수정을 했다. 4마리 중 2마리(RF-04, CF-38)가 새끼를 낳았다. 혹시 증식장 안에서 자연교미가 이뤄졌을 수도 있기 때문에 유전자 검사를 했더니 RM-19가 새끼의 아버지로 확인됐다.
곰이 인공수정으로 새끼를 출산하는 것은 쉽지 않다. 중국에서는 수십년동안 팬더곰의 인공수정을 시도하고 있지만 성공률이 25% 미만이다. 최초로 성공한 것은 2006년이다.
미국 신시내티동물원과 스미소니언연구소에서도 북극곰과 말레이곰을 대상으로 각각 2008년부터 인공수정을 시도하고 있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그동안 미국 스미소니언연구소, 독일 라이프치히연구소 등 해외 전문가들로부터 정보를 구해 2015년부터 반달가슴곰 인공증식 기술을 본격적으로 개발해왔다.
이번 인공수정의 성공은 반달가슴곰 복원 사업의 과제 중 하나였던 유전적 다양성 확보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지난해 반달가슴곰 50마리 복원 사실을 알렸지만, 곰의 수는 늘었어도 유전적 다양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문제점이 꾸준히 지적돼왔다. 실제로 번식력이 강한 부모의 유전자만이 유전될 수 있기 때문에 같은 부모의 새끼들만이 계속 태어나고 있다.
사단법인 반달곰 친구들의 윤주옥 이사는 “유전적 다양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인공수정 성공 소식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유전적 다양성을 높이기 위한 다른 노력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윤 이사는 ”지리산의 경계를 넘어 새로운 서식지를 찾는 곰들이 생기고 있기에 또다른 서식지가 필요해보인다. 또 복원 사업과 관계없이 애초에 야생에서 살던 곰이 있다면 그들은 어떻게 사는지 야생곰 관련 조사를 할 필요가 있다. 유전적 다양성의 의미는 인공수정같은 과학적 노력뿐 아니라 서식 환경 개선, 야생곰과의 조우 등 입체적으로 바라봐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사진·영상 국립공원관리공단 제공
새끼 곰이 엄마 곰이랑 놀고 있다.
인공수정 중인 엄마곰.
인공수정 중인 엄마곰과 연구진.
곰의 인공수정 성공률은 높지 않다. 중국의 팬더곰도 인공수정 성공률이 25% 미만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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