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초 수도산을 향하던 반달곰 KM-53이 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를 당해 회수된 데 이어, 13일 백운산 반달곰도 폐사한 채 발견됨에 따라 지리산 바깥에 사는 반달곰은 하나도 없게 됐다. 사진은 지리산에 사는 반달곰 가족. 국립공원관리공단 제공
지리산을 빠져나와 백운산에서 새 삶터를 차렸던 반달곰이 올무에 걸려 숨졌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14일 “전남 광양 백운산에서 활동하던 반달곰 케이엠(KM)-55(수컷·5살)가 올무에 걸려 숨진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지난달 초 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를 당해 회수돼 치료를 받고 있는 ‘수도산 반달곰' KM-53에 이어 ‘백운산 반달곰’도 폐사함에 따라 지리산 바깥에 사는 반달곰은 하나도 없게 됐다. 이번에 숨진 백운산 반달곰 KM-55는 지난해 7월 백운산으로 건너가 활동했고, 지리산 반달곰의 서식지를 확대한 개체로 평가받고 있었다.
KM-55에는 위치추적장치가 달려 있어 국립공원관리공단 종복원기술원이 모니터링 하고 있었다. 문광선 남부복원센터장은 “이틀 전부터 신호가 수신이 안 돼 집중 모니터링을 시작했다. 오랜 시간 움직이지 않을 때 나오는 이상음이 13일 수신돼 현장에 가보니, KM-55가 이동형 올무에 걸려 숨져 있었다”고 말했다.
지리산을 빠져나와 백운산에서 새 삶터를 차렸던 반달곰 KM-55가 올무에 걸린 채 죽어있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제공
다래덩굴에 감긴 이동형 올무. 이 올무에 걸리면 반달곰은 발에 달고 다니다 죽음을 맞게 된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제공
이동형 올무란 길이 1m 정도의 절단목에 와이어형 올무를 달아놓은 것으로, 야생동물이 올무에 걸린 채 돌아다니다가 폐사하게 된다. 이동형 올무가 다래덩굴에 한번 엉켰고, KM-55는 바위틈에서 숨진 것으로 보인다. 문광선 센터장은 “일반적으로 멧돼지를 잡을 때 쓰이는 올무”라고 설명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반달곰이 백운산에서 안정적으로 살도록 그동안 불법 올무와 덫 등을 수거했으나, 미처 제거하지 못한 올무가 남았던 것으로 보고 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불법 올무 설치자에 대한 수사를 의뢰하는 한편 주민 홍보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