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치타와 투 인터내셔널 파이낸스 센터(412m·홍콩). 종이에 수채, 76×57㎝, 2018
지상에서 가장 빠른 포유류인 치타는 시속 최대 110㎞까지 달린다. 큰 심장과 폐, 유연한 척추, 방향타와 균형추 구실을 하는 긴 꼬리 등을 지닌 덕분에 평야에서 놀라운 속도를 낸다. 치타는 황갈색 몸의 상체에 조밀한 검은 반점이 있고 배 부위는 밝은 흰색을 띤다. 눈 안쪽에서 입가로 이어지는 검은색 눈물선이 특징이다. 몸길이는 평균 112~135㎝이고 꼬리 길이는 66~84㎝이다. 새끼는 보통 3~4마리가 태어나지만 사자, 하이에나 등의 위협으로 사망률이 높다. 수명은 10~12년이다. 치타는 아프리카와 아시아 등에 폭넓게 분포했으나 현재는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
1996년부터 국제자연보전연맹의 적색목록에서 야생 절멸 직전에 처한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된 아시아치타는 98%가 원래 서식지에서 사라졌다. 중앙아시아, 중동, 인도 등에서 멸종했고 현재 이란에만 생존해 있다. 1970년대에는 200여마리였지만 최근에는 불과 50마리 미만 남은 것으로 추산된다. 서식지 파괴와 사막화로 인한 먹이 감소가 가장 큰 위협이다. 채굴 산업과 도로 등 인프라 개발의 여파로 로드킬도 증가했다. 2001~14년 사이에 최소 11마리의 아시아치타가 도로에서 죽었다. 이란 정부는 유엔개발계획(UNDP)의 자금 지원을 받아 2001년 아시아치타 및 서식지 보호 프로그램을 시작했고 여러 곳의 국립공원에서 적극적으로 보호하고 있다. 통제되지 않는 지역에서는 여전히 밀렵이 이뤄지고, 목축업자들은 가축을 지키거나 기념품으로 삼으려고 치타를 죽인다. 2017년 12월 이후, 유엔개발계획은 예산 부족 때문에 지원을 중단했다. 이란 환경부 산하 아시아치타 보존계획은 인공수정을 위해 정자를 냉동 보관하고 있다.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는 월드컵 열기가 뜨겁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당시, 이란 국가대표팀은 아시아치타가 그려진 유니폼을 입고 뛰었다. 아시아치타 보호 캠페인의 일환이었다. 이번 러시아 월드컵에서도 이란 대표팀의 유니폼에서 아시아치타를 볼 수 있다. 국제적인 보존 프로젝트 지원이 중단되어 자체 예산으로 비용을 충당해야 하는 이란 정부는 아시아치타를 멸종위기에서 구하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 아시아치타에게는 국적이 없다. 한 나라의 노력이 아니라 지구촌 전체의 관심과 지지가 필요하다. 이번 월드컵을 통해 아시아치타의 멸종위기 상황이 보다 널리 알려지길 기대해 본다.
장노아 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