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피플]
미국 캘리포니아주 사우스레이크 타호. 네바다주의 경계에 있는 인구 2만명의 호수 도시로 야생동물이 많은 곳이다.
“이제 생각만 해도 불안할 지경입니다. 앞으로 어떻게 집밖으로 나갈 수 있겠어요?”
이곳에서 20년 이상 살아온 부부 레인 사익스와 캐럴 스코필드가 지역방송 ‘콜로8'에 지난 14일 말했다.
부부가 불안해 하는 이유는 곰 때문이다. 이들이 약 1시간 집을 비운 사이 곰 한 마리가 부엌 창문을 부수고 침입한 것이다. 곰의 출몰은 이 지역에서 아주 드문 일은 아니지만, 이 곰은 달랐다. 이번이 두번째 ‘가택 침입’이었던 것이다.
부부는 지난 13일 곰이 침입한 장면을 시시티브이(CCTV)로 촬영할 수 있었다. 부부는 8개의 영상을 유튜브에 올렸고, 22일 온라인 매체들이 전하면서 미국에서 화제가 됐다.
지난 13일 부부가 집에 도착해 들어가려고 하자, 이웃이 “당신 집에 곰이 있어요” 하고 소리쳤다. 맨 처음엔 믿지 않았다. 곰의 잦은 ‘방문' 때문에 밖으로 열린 문이란 문은 다 잠가놓고 외출하는 습관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집안에 바로 그놈이 있었다. 길이 2m, 130kg이 넘은 흑곰!
흑곰은 딱 하나 열어둔 통로, 부엌 창문에 거대한 몸을 구겨 넣고 있었다. 펑퍼짐한 몸통만으로도 꽉 차는 작은 창문이었다. 슬라이딩 도어는 열려 있었고, 곰은 방충망을 뜯은 뒤 앞발을 뻗어 싱크대 위에 있던 엠엔엠(M&M) 초콜릿을 낚아챘다. 초콜릿 알이 싱크대로 떨어졌고, 몇 개를 주워 먹었다.
다시 돌아온 흑곰은 이번에는 시리얼과 남은 M&M을 노렸다. 보다 못한 레인 사익스는 집으로 들어가 스프레이를 뿌려 곰을 쫓아냈다.
그는 인터넷 매체 ‘패치닷컴'에 최근에만 벌써 여섯번이나 곰이 침입했다고 말했다. 그 중 최소 두 번은 이번에 나타난 곰의 소행이었다. 곰은 메이플시럽과 초콜릿 파우더 그리고 건포도가 든 시나몬 빵을 찾는다고 사익스는 덧붙였다. 냉장고에서 아이스크림을 꺼낼 줄도 안다고 했다. 지난해 11월에는 문을 부숴 700달러의 피해를 보기도 했고, 젖은 옷과 신발을 두는 현관에 토마토를 두었을 때도 곰이 나타났다.
곰은 왜 자꾸 집에 들어가는 걸까? 곰은 뛰어난 후각능력을 지녔다. 꿀을 좋아한다고 알려졌듯이 곰은 유난히 단 음식을 좋아한다. 캘리포니아 어류야생동물국 리사 존스톤은 콜로8과의 인터뷰에서 “곰은 문을 부수고 들어가면 음식이라는 ‘보상'이 기다리고 있다는 걸 경험했다. 이 기억 때문에 행동을 반복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지난 13일 미국 사우스레이크 타호에서 곰이 방충망을 뜯고 레인 사익스 집에 들어오고 있다. 유튜브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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