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피플] 어웨어, 동물체험시설 실태 조사
체험동물원의 최신 경향은 ‘무경계 전시’
사람·동물, 동물·동물 경계 없는 환경에서
동물복지는↓ 인수공통전염병 위험성은↑
체험동물원의 최신 경향은 ‘무경계 전시’
사람·동물, 동물·동물 경계 없는 환경에서
동물복지는↓ 인수공통전염병 위험성은↑
한 체험동물원에서 어린이가 코아티에게 직접 먹이를 주고 있다. 어웨어 제공
위험한 만지기 체험…관리자는 없었다 어웨어에 따르면, 전국 동물체험시설은 95곳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으며, 온라인 등으로 검색이 불가한 업체를 포함하면 100곳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동물원으로 등록 완료되었거나 진행 중인 업체는 16일 기준 58곳이다. 어웨어가 직접 방문 조사를 진행한 20개 업체 모두 동물과 신체 접촉이 가능했고, 이 가운데 13개 업체에서 관리 인원이 배치되지 않은 장소에서 동물을 만지거나 먹이를 주는 체험이 가능했다. 일부 업체는 홈페이지를 통해 ‘울타리 없는 교감, 도심 속 실내 애니멀테마파크’, ‘사람과 동물 사이의 창살을 걷어내고 동물과 함께 교감’ 등을 홍보 문구로 쓰며 무경계 전시를 적극적으로 알리기도 했다. 보고서를 보면, 사람과 동물, 동물과 동물 사이의 경계가 무너진 이러한 공간은 사람의 손이 쉽게 닿는 곳에 동물이 전시돼 있었다. 관람객이 사육장을 자유롭게 드나듦은 물론이고, 분리 벽이 있지만 누구나 손을 뻗으면 만지는 것이 가능한 곳도 있었고, 높은 곳에 전시된 동물을 만지기 쉽게 디딤용 발판을 제공하는 업체도 있었다. 관람객 공간에 쏟아져 나와 있는 종들의 경계도 무너져 있었다. 어웨어는 왈라비, 알락꼬리여우원숭이, 페럿 등 포유류부터 설가타육지거북, 비어디드래곤 등 파충류가 통로나 경계가 모호한 사육장에서 전시되고 있었다고 보고했다. 일본원숭이, 청금강앵무, 사막여우 등 국제적 멸종위기종도 접촉 체험에서 예외가 아니었다.
25일 서울 중구 레이슨카슨홀에서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가 ’동물체험시설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신소윤 기자
다른 종 섞어 사육…종간 감염 위험 그러나 대부분의 체험동물원은 사고 발생 가능성이 큰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관리자가 부재했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101종, 2700여 마리의 개체를 보유한 경기도의 한 대규모 체험시설의 경우, 전문인력은 촉탁 수의사 1명과 사육사 4명 등 5명에 불과했다. 300~600마리의 개체를 사육하는 체험동물원 가운데 7곳은 단 한 명의 전문인력 없이 운영되는 곳도 있었다. 서로 다른 종을 한 공간에서 사육하는, 부적절한 이종 합사도 문제로 지적됐다. 어웨어는 총 14개 업체가 2종 이상의 동물을 합사하거나 공간 구분 없이 전시하고 있었다고 보고했다. 많게는 6종의 서로 다른 동물이 한 사육장에 들어 있기도 했다. 원숭이와 파이톤, 개와 파충류 등 다른 종의 동물을 함께 꺼내 보여주거나, 재미를 위해 일부러 접촉하게 유도하는 경우도 있었다. 물그릇과 먹이 그릇을 공유할 경우 다른 개체의 타액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진다. 어웨어는 “여러 동물을 합사할 경우 각 동물이 보유한 병원체에 서로를 노출해 질병 전파를 촉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비정상적인 사육환경에서 동물들은 정신적 스트레스와 함께 면역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건강하지 못한 동물은 병원체를 노출하는 매개체가 된다. 어웨어는 “신종 전염병의 75%가 동물로부터 근원했으며 사람이 감염되는 병원체 중 60%가 인간과 동물에 공동으로 감염될 수 있다”는 세계보건기구의 보고를 근거로 인수공통감염병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동물의 배설물이 분진 형태로 존재하는 실내시설에서, 손과 입을 통해 끊임없이 동물과 접촉하는 환경에서 특히 면역력이 약한 어린이들은 접촉성 매개물에 의해 감염될 가능성이 커진다.
한 어린이가 일본원숭이에게 입을 맞추려는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고 있다. 어웨어 제공
일본원숭이 등 비인간연장류는 사람과 전파 가능한 병원체가 다른 동물보다 많다. 비정상적인 사육 환경에서 스트레스를 받아 면역력이 저하된 동물들은 병원체를 보유하고 옮길 가능성이 높다. 어웨어 제공
치명적인 헤르페스-B 등 감염통로 될 수도 보고서는 일본원숭이, 알락꼬리원숭이, 다람쥐원숭이 등 비인간영장류는 어떤 동물보다 사람과 전파 가능한 병원체가 많다고 썼다. 특히 일본원숭이 등 영장목 긴꼬리원숭잇과는 증상 없이 헤르페스-비(B) 바이러스를 보균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사람이 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비율은 낮은 편이지만, 감염됐을 때는 폐사율이 70%에 이른다. 헤르페스-B 바이러스는 직접 접촉, 체액, 세포와의 점막 접촉 등에 의해 감염될 수 있다. 대부분 체험동물원에서 일상적으로 이뤄지는 행위다. 이외에도 긴꼬리원숭잇과는 A형 간염, 로타바이러스, 이질, 결핵, 인플루엔자균 등 대중적으로 익숙한 질병을 옮길 가능성도 크다. 파충류는 사람에게 설사, 두통, 발열, 복통을 일으키는 살모넬라균을 보균하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고(거북이 85%, 뱀 92% 보유), 스컹크, 라쿤, 패럿 등은 광견병 숙주 동물이다. 어웨어 이형주 대표는 “문제점이 드러난 업체 대부분이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동물원 등록이 완료된 시설이었지만 그런데도 체험동물원은 여전히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어웨어는 동물체험시설 관리 방안으로 △현행 동물원 등록제를 허가제로 전환 △동물 종별 적정한 사육환경 및 관리 의무화 △사람-동물 간 직접 접촉 규제 방안 마련 △금지행위 조항 강화 △사육동물 질병 관리 및 기록 제출 의무화 △동물원에서 동물판매 규제 △야생동물 거래 규제 및 개인 소유 제한 방안 마련 등을 제시했다.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