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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야생동물

중국에 흔했던 오랑우탄, 구석기인 사냥으로 격감

등록 2018-06-28 03:00수정 2018-06-28 10:11

[애니멀피플]
2만년 전 뼈로 된 촉 발명으로 나무 위 동물 쉽게 사냥
환경변화 대응하는 융통성 커 포괄적인 보전대책 세워야
팜유 농장이 대부분인 심하게 교란된 숲에서 오랑우탄 암컷이 새끼와 나무에서 쉬고 있다. 후탄, 키나바탕간 오랑우탄 보전계획(KOCP) 제공.
팜유 농장이 대부분인 심하게 교란된 숲에서 오랑우탄 암컷이 새끼와 나무에서 쉬고 있다. 후탄, 키나바탕간 오랑우탄 보전계획(KOCP) 제공.
보르네오와 수마트라의 원시림 숲에서 매우 드물게 살며 잘 익은 과일만 먹는 야생자연의 아이콘, 사람과 가장 가까운 친척의 하나이면서 가장 심각한 멸종위기에 놓인 영장류… 오랑우탄 하면 이런 이미지가 떠오른다. 그러나 사람과 오랑우탄의 관계는 짐작하는 것보다 훨씬 오래됐고, 오랑우탄은 요즘 우리가 아는 것과 매우 다른 동물이어서 보전전략도 달라져야 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스테파니 스페하르 미국 위스콘신대 오쉬코쉬 캠퍼스 인류학 교수 등 국제 연구진은 화석과 고고학 발굴, 유전자 분석, 행동 분석 등 다양한 접근방법으로 오랑우탄과 인류의 관계를 새롭게 조명했다. 과학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스’ 27일 치에 실린 논문에서 “오랑우탄은 7만년 동안 사람과 부대끼며 살아오면서 유연하고 융통성 있는 생존 방식으로 적응했다”며 “원시림 훼손을 최소화하는 식의 단선적 방식보다 다면적이고 경관 차원의 보전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오랑우탄 한 마리가 인도네시아 폐광 철길에 앉아있다. 세르게 위치 제공.
오랑우탄 한 마리가 인도네시아 폐광 철길에 앉아있다. 세르게 위치 제공.
현생 인류가 동남아에 도착한 것은 7만년 전으로, 이때 오랑우탄은 매우 많은 수가 폭넓게 분포했다. 연구자들은 중국, 타이, 베트남의 고고학 유적지에서 발굴한 동물 유해 가운데 가장 흔한 것은 오랑우탄의 이라고 밝혔다. 플라이스토세(260만∼1만2000년 전) 동안 오랑우탄은 중국 남부와 인도차이나 반도, 빙하기의 해수면 하강으로 육지로 연결된 수마트라·자바·보르네오 섬에 널리 서식했다. 이 영장류는 열대우림뿐 아니라 훨씬 다양한 기후와 환경에 적응해 살아갔다.

그러나 약 2만년 오랑우탄의 수는 급격히 줄어들었다. 서식지는 애초 분포면적의 20%인 보르네오와 수마트라 섬으로 좁혀졌다. 유전자 분석 결과 개체수 격감은 수마트라 섬에서 2만4000년 전, 보르네오 섬에서는 2000∼200년 전에 일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화석으로 밝혀진 오랑우탄의 과거 서식지(회색)과 현생 3종의 서식지. 스테파니 스페하르 외 (2018) 사이언스 어드밴스 제공.
화석으로 밝혀진 오랑우탄의 과거 서식지(회색)과 현생 3종의 서식지. 스테파니 스페하르 외 (2018) 사이언스 어드밴스 제공.
이제까지 그 이유에 대한 대표적 설명은 ‘환경 가설’이었다. 빙하기 특히 마지막 빙하기(2만4000년∼1만8천000년 전) 동안 열대림이 남쪽으로 이동하고 계절 변동이 커지면서 오랑우탄은 마지막 열대림을 피난처 삼아 보르네오와 수마트라 섬에서만 살아남았다는 설명이다. 이후 간빙기가 왔지만 해수면이 상승한 데다 오랑우탄이 환경변화를 감당하지 못해 원래 서식지로 퍼져나가지 못하고 두 섬에 주저앉았다.

그러나 연구자들은 이런 환경 가설에 허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과거의 빙기·간빙기 기후변동을 잘 이겨낸 오랑우탄이 유독 마지막 빙하기의 충격을 견디지 못했다는 것이 설득력이 없고, 꽃가루 화석 증거를 보면 오랑우탄이 빽빽한 열대우림이 아닌 듬성듬성한 숲에서도 잘 살았을 만큼 생태적 융통성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연구자들은 논문에서 새롭게 ‘사람 가설’을 제시했다. 무엇보다 2만년 전 고고학 유적에서 발견된 뼈를 이용한 창과 활의 촉이 결정적이었다. 그때까지도 오랑우탄을 사냥했지만 새 무기는 나무에 사는 동물을 사냥하는데 최적이었다. 유적지에서 나무에 사는 동물 뼈가 전보다 많이 발견됐다. 스페하르 교수는 “유적으로 미뤄보건대 구석기인은 일상적으로 오랑우탄을 사냥했을 것이다. 그런데 오랑우탄은 번식속도가 아주 느려 개체군이 찌부러드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라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사람의 영향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꽃가루 화석과 숯 분석 결과 사람들은 숲에 광범하게 불을 질러 새로 돋은 순을 찾아 모인 초식동물을 사냥했다. 18세기 이후 식민지 시대에 총이 도입되면서 사냥의 강도는 한층 세졌다.

연구자들은 오랑우탄 개체군의 격감은 환경적 요인에 더해 인위적 영향이 가해져 일어났을 것이라고 논문에서 밝혔다. 일종의 ‘혼합 가설’이다. 환경이 나빠졌을 때 개체수가 줄고 흩어졌다가 여건이 좋아지면 원상태로 돌아가던 오랑우탄이 강한 사냥과 산불 등 인위적 요인이 추가되면서 원래 집단을 회복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공동 연구자인 에릭 메이자아드 ‘엔지오 보르네오 퓨처’ 공동대표는 “오랑우탄이 과거 인간에 의해 어떻게 영향을 받았는지 알아야 현재 인간의 위협에 그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고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그는 오랑우탄의 적응력이 우리가 알던 것보다 훨씬 뛰어나다며 “예를 들어, 오랑우탄은 대부분 나무 위에서 생활한다고 알려졌지만, 숲에 무인카메라를 설치해 보면 어떤 곳에서는 오랑우탄이 땅 위에서 잘 걸어 다닌다”고 말했다.

새끼를 데리고 있는 암컷 오랑우탄이 심하게 훼손된 숲길을 걷고 있다. 세르게 위치 제공.
새끼를 데리고 있는 암컷 오랑우탄이 심하게 훼손된 숲길을 걷고 있다. 세르게 위치 제공.
이뿐만 아니다. 오랑우탄이 사람에 의해 심하게 교란된 환경, 이를테면 팜유 농장과 조림지도 곧잘 이용한다는 연구가 잇따른다. 연구에 참여한 더글러스 쉐일 노르웨이대 열대생태학자는 “이런 사실은 오랑우탄 보전에 아주 중요한 의미가 있다. 만일 오랑우탄이 간벌한 숲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걸 진작 알았다면 그곳에 대한 보전대책을 세워 오랑우탄 수천 마리의 목숨을 구했을 텐데 아쉽다”라고 말했다.

연구자들은 “모델링 결과 현재의 보호구역만으로는 오랑우탄 보전이 힘들다”며 “다양한 자연 서식지와 단기적으로는 사람이 변형시킨 곳에서도 오랑우탄이 견딘다면 보호구역 밖 서식지의 보전을 포함한 경관 차원의 보전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논문에서 밝혔다.

오랑우탄을 보전하려면 원시림 보호에 매달리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 후탄, 키나바탕간 오랑우탄 보전계획(KOCP) 제공.
오랑우탄을 보전하려면 원시림 보호에 매달리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 후탄, 키나바탕간 오랑우탄 보전계획(KOCP) 제공.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Stephanie N. Spehar et al, Orangutans venture out of the rainforest and into the Anthropocene, Scinece Advances, 2018;4:e1701422 http://advances.sciencemag.org/content/4/6/e1701422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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