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애니멀피플 야생동물

‘랭귀지스쿨’ 다니는 다람쥐? 신종 야생동물 애완산업

등록 2018-07-02 07:59수정 2020-01-20 10:34

[애니멀피플]
미국서 수입한 남부하늘다람쥐
분앙하면서 부가서비스 묶어 판매
병원, 호텔, 유치원까지 운영
업체 “다람쥐와 교감해야 한다”

외래종 야생동물 유입으로
신종질병 옮길 가능성 있지만
법적으로 영업 막을 길 없어
고속버스 통한 배달도 문제
사람을 가까이 대하게 하는 것이 순치의 과정이다. 손에 있는 먹이를 집어 먹는 것도 교육 과정에 포함됐다.
사람을 가까이 대하게 하는 것이 순치의 과정이다. 손에 있는 먹이를 집어 먹는 것도 교육 과정에 포함됐다.
광주광역시에 사는 ㄱ씨는 지난해 10월 ㄹ사에서 하늘다람쥐를 분양받았다. 초등학생인 아들의 친구를 만들어주고 싶어서였다. 다람쥐는 밤 9시 한 고속버스의 화물칸에 실려 광주까지 왔다. 5시간이 걸렸고 하늘다람쥐를 담은 박스 위에는 ‘건담’이라고 쓰여 있었다.

ㄱ씨는 총 186만원을 냈다. 암컷 다람쥐와 둥지, 장난감 등 74만원, 약값 22만원, 교육비 90만원 등을 합한 가격이다. 교육비란 다람쥐를 사람의 손이나 어깨 위에 올려놓고 산책할 수 있을 정도로 순치시키는 데 드는 비용이었다.

하지만 ㄱ씨 집에 온 다람쥐는 예상했던 것과 달리 사람을 따르지 않았다. 밤새 케이지 철망을 ‘갈갈갈’ 긁으며 불안해했고 새끼까지 출산했다. ㄱ씨가 항의하자 ㄹ사는 개체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또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자 다람쥐를 바꿔준다고 제안했다고 한다. ㄱ씨는 다람쥐 용품을 ㄹ사 내부 거래사이트에 올린 후 팔았고, 다람쥐를 반품한 뒤 ㄹ사로부터 올해 3월 70만원을 돌려받았다. ㄹ사는 29일 “ㄱ씨가 계속 요구해 그냥 환불해준 것”이라고 답했다.

ㄹ사는 대표적인 하늘다람쥐 분양업체이다. 다람쥐는 북미 지역에 서식하는 ‘남부하늘다람쥐’이다. 천연기념물 328호이자 멸종위기종 2급인 한국 ‘하늘다람쥐’와는 다른 종이다. 서로 외모가 유사해 하늘다람쥐라는 ‘귀한’ 이름으로 ‘통칭해’ 잘못 불린다. 미국에서 애완동물로 많이 키우고 있다. 이 업체도 미국 중부 지역에서 직접 남부하늘다람쥐를 수입해 하늘다람쥐 이름으로 판매하고 있다.

ㄹ사는 병원, 호텔 그리고 유치원을 같이 운영한다. ‘랭귀지스쿨’이라고 부르는 유치원은 다람쥐와 사람이 친해지는 방법을 전수한다. 이른바 순치 과정이다. 홈페이지에서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보면 4단계까지 있다. 사람의 눈을 마주 본다→사람이 손바닥에 올려놓은 해바라기씨같은 간식을 먹는다→빛과 소음에 적응한다→사람에게 날아오고 사람의 몸을 타고 논다. 재교육을 받을 수도 있다. 1~3개월을 업체에서 데리고 있으면서 교육을 해주는 데 비용은 19만원부터 150만 원대까지 다양했다.

‘다람쥐 순치’ 해주고 돈 받아

다람쥐가 받는다는 교육은 무엇일까. 지난 5일 <애니멀피플>과의 통화에서 ㄹ사 원장은 “(다람쥐는) 지능이 높고 자존심이 세다. 먹이로 하는 교육으로는 절대 순치되지 않는다. 다람쥐와 교감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은신처 훈련을 한다. 나무를 타는 다람쥐의 습성을 이용한다. 공간에 사람이 우뚝 서 있으면 다람쥐가 사람을 나무처럼 생각해 타고 오르는데 그때 다람쥐를 심장 근처에 품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또 텐트를 만들어 놓고 옷이나 천으로 굴을 만들어두면 집 안에서 놀던 하늘다람쥐가 숨을 공간을 찾아 알아서 다가온다고 한다. 다람쥐 스스로 마음의 문을 열고 사람에게 다가오게 하는 것이다.

순치 교육 중인 ㄹ사 남부하늘다람쥐가 케이지에서 놀고 있다.
순치 교육 중인 ㄹ사 남부하늘다람쥐가 케이지에서 놀고 있다.
다람쥐를 살 때 교육을 반드시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업체는 다람쥐를 순치시키기 부담되거나 시간을 들이기 어려운 가정을 위해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개나 고양이의 사회화에 비용을 지불하는 반려인이 많아지는데, 다람쥐 교육 역시 마찬가지라는 논리였다.

야생동물을 애완화하는 것이 옳은가라는 질문에 ㄹ사는 하늘다람쥐도 인간을 좋아하고, 야생에 두면 남부하늘다람쥐가 멸종될 수 있으니 종보전 차원에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김영준 국립생태원 동물병원부 부장은 “종보전은 서식지 보전과도 연결된다. 동물복지 측면에서 볼 때 가정분양을 새 서식지를 찾아주는 행위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동물보호단체는 ㄹ사처럼 야생동물 애완산업이 고도화되고 있다고 우려한다.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는 ㄹ사가 소비자의 항의나 불만도 잠재우면서 동시에 돈도 버는 ‘영리한’ 영업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대표는 “야생동물을 기르다가 사육을 포기하는 주된 이유가 순치가 잘 안 되어서이다. 이런 프로그램이 있다면 순치 과정도 돈이면 다 해결되니 사람들은 다람쥐 구매를 더 쉽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케이지에 있는 남부하늘다람쥐.
케이지에 있는 남부하늘다람쥐.
현재로선 법으로 이 업체의 영업을 막을 방법은 없다. 다만 외국에서 들어오는 야생동물이니 다른 동물에게 질병을 옮길 가능성이 남아있다. 영국 토종인 붉은다람쥐에게 미국에서 온 회색다람쥐가 병원체를 옮겨 치명적인 질병을 유발한 사례도 있다. 황주선 강원대 야생동물학연구실 연구원은 “앞으로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누구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ㄹ사는 수의사가 철저하게 관리·통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농림축산검역본부 자료를 보면 2015년부터 2017년까지 2747마리의 남부하늘다람쥐 등 하늘다람쥐가 수입됐다.

허술한 법 뚫고 ‘동물 배달’

동물을 고속버스 화물칸에 실어 보내는 운송 방식도 문제다. ㄹ사뿐 아니라 온라인으로 동물을 사고파는 많은 업체가 버젓이 고속버 스 택배를 이용하고 있다. 업체들은 동물보호법에 개·고양이·토끼·햄스터·기니피그·페럿 6종만 운송 규제가 있음을 악용하고 있다. 다만 ㄹ사는 “우리 회사는 고속버스를 통한 배달(배송)을 한 적이 없으며 ‘근두운 서비스’라는 배달 서비스로 (동물을) 직접 데려다 주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농림축산식품부 문의 결과 모든 동물에 해당하는 동물보호법 9조 1항 위반 가능성이 있다. ‘운송 중인 동물에게 적합한 사료와 물을 공급하고, 급격한 출발·제동 등으로 충격과 상해를 입지 아니하도록 할 것’이라는 조항과 어긋난다. 또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 따라 살아있는 동물을 운송한 버스회사에도 과징금이 부과된다. 하지만 한 고속버스 업체 관계자는 “느낌으로 걸러내고 있다. 하지만 포장을 뜯어보자고 할 수 없어 난감하다”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개인이 소유하고 있는 야생동물로 어떤 종이 있는지 조사하고, 이제라도 일부 종만 애완화할 수 있도록 제한을 둬야 한다. 환경부는 ‘(질병을 포함해) 지금까지 아무 일도 안 일어났다’는 말만 하지 말고 팽창하는 야생동물 애완산업에 대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글·사진/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애니멀피플] 핫클릭

소·돼지 도살 직전까지 이런 고통 줘야 하나?…“당장 개선해야” 1.

소·돼지 도살 직전까지 이런 고통 줘야 하나?…“당장 개선해야”

[웹툰] 우린 계속 걷자 2.

[웹툰] 우린 계속 걷자

반려동물 방광암 예방, 방향제도 조심…먼지 제거 청소 열심히 3.

반려동물 방광암 예방, 방향제도 조심…먼지 제거 청소 열심히

우아한 겨울 손님 흑두루미, 전세계 절반이 순천만 찾는다 4.

우아한 겨울 손님 흑두루미, 전세계 절반이 순천만 찾는다

누워서 하늘로 오줌 쏘는 분홍돌고래…영역 표시일까 놀이일까 5.

누워서 하늘로 오줌 쏘는 분홍돌고래…영역 표시일까 놀이일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