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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야생동물

먼 바다 건너 올해도 무사히 왔구나

등록 2018-07-09 07:59수정 2018-07-09 10:01

[애니멀피플] 김진수의 진버드
한쪽 다리 잃은 천수만 장다리물떼새
버려진 낚시줄에 다리 잘렸을 가능성
장애 딛고 이동·사냥 등 놀라운 생존력
천수만 간척지에 찾아온 한쪽 다리가 없는 장다리물떼새가 바닥을 딛고 날아오르고 있다.
천수만 간척지에 찾아온 한쪽 다리가 없는 장다리물떼새가 바닥을 딛고 날아오르고 있다.
한쪽 다리를 잃은 장다리물떼새를 올봄 천수만 간척지에서 만났다. 10여 마리 무리에 섞여 논에서 먹이를 찾던 새는 발걸음을 옮길 때 마다 뒤뚱거렸다. 물속에 주저앉고 다시 중심을 잡기를 여러 차례. 멀리서도 눈에 확 띄는 분홍색 긴 다리를 가졌는데 오른쪽 다리는 관절 아래가 잘려 나간 상태였다. 이 지역에서 오랫동안 새를 관찰한 전문가는 지난해 처음 이 새를 발견했다고 전했다.

해마다 장다리물떼새는 홍콩, 대만 등 동남아시아나 멀리 오스트레일리아까지 날아가 겨울을 보내고 온다. 우리가 2년째 볼 수 있었던 것은 그 새가 다리 하나로 위험천만한 장거리 여행을 무사히 마쳤기 때문이다.

습지서 생활하는 새에게 버려진 낚시 줄은 치명적이다. 눈에 잘 띄지 않고 다리에 한번 감기면 올무처럼 옥죄어 온다. 결국 다리가 잘려나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새의 경우, 다리만 보고 사고 경위를 짐작하기는 어려웠다. 잘린 다리 끝부분 상처가 완전히 아물어 굵은 마디가 졌다. 사고가 나고 이미 오랜 시간이 지났다는 뜻이다. 다행히 새의 체중은 200g이 채 되지 않는다. 습지에서 생활하는 덕분에 이착륙할 때 물이나 부드러운 바닥 면을 딛어 체중 하중도 상대적으로 덜 받을 것이다.

“능숙하게 헤엄을 쳐야 하는 지느러미발도요와 같은 경우가 아니니, 불편해도 일정 기간 버틸 것 같습니다.” 사진으로 새의 다리를 확인한 김영준 국립생태원 동물병원 부장이 말했다. “(하지만) 야생에서 전 생애에 걸쳐 항상 풍부한 먹이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보릿고개처럼 힘든 시기에 건강한 개체보다 먼저 도태될 가능성이 있어요. 녀석의 행운을 빌어봅니다.”

올봄 새는 짝을 찾아 수컷과 함께 나타났다. 지난해 무리에서 외롭게 지냈지만 이제는 혼자가 아니다. 수컷이 다리가 불편한 암컷 주변을 떠나지 않고 있다. 함께 먹이를 찾고 함께 쉰다. 위험을 느끼면 같이 날아갔다가 둘이 다시 논으로 돌아온다. 서로 구애를 하면서 짝짓기 하는 장면도 볼 수 있었다. 장애를 가진 야생조류의 놀라운 생존을 넘어 둥지를 만들고 알을 낳아 새끼를 키우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 하는 기대도 가졌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올해 이 쌍의 번식 장면은 확인하지 못했다.

김진수 <한겨레21> 기자 jsk@hani.co.kr

두 마리 장다리물떼새가 짝짓기를 하고 있다. 아래에 있는 새가 다리를 잃은 장다리물떼새.
두 마리 장다리물떼새가 짝짓기를 하고 있다. 아래에 있는 새가 다리를 잃은 장다리물떼새.

장다리물떼새 부부가 함께 먹이 사냥에 나섰다.
장다리물떼새 부부가 함께 먹이 사냥에 나섰다.

한 다리 없는 장다리물떼새가 무리와 함께 이동하고 있다.
한 다리 없는 장다리물떼새가 무리와 함께 이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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