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미 새는 땅에 꿇어앉아 새끼를 돌아보고 있다. 기다란 다리를 가진 어미가 `ㄴ’자 모양으로 다리를 접고 앉아 새끼를 품었다. 다리가 모두 여섯개니 어미는 두 마리 새끼를 품은 모양이다. 새들이 서 있는 곳은 물 빠진 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아직은 축축해 보이는 습지다. 넓어 보이지만 새끼들이 작은 몸을 숨길만 한 곳은 보이지 않는다. 항상 천적의 공격에 노출되기 마련인 어린 새들에는 위험천만하다. 사진을 보면 어미는 초조하다. 어린 새를 품고 있는 어미가 뒤처져 있던 막내를 품으로 부르고 있다. 날이 저물고 있다.
장다리물떼새 가족이 저녁 늦게까지 잠자리로 돌아가지 못한 자초지종은 이렇다. 2016년 봄, 영종대교 근처 습지에서 장다리물떼새가 번식을 시도했다. 새들에게 영종도 갯벌은 예전부터 소중한 보금자리였다. 하지만 공항이 들어서기 시작하면서 갯벌은 대규모로 매립되고 빠른 속도로 파괴됐다. 공항으로 가는 영종대교 근처 갯벌에는 준설토 투기장이 들어섰다. 서해 항로 유지를 위해 바다에서 퍼낸 흙을 쌓아 두었다. 쌓은 흙이 다져져 맨땅이 됐고, 개흙이 썩어 냄새가 진동했다. 그해 봄 투기장 한 귀퉁이에 빗물이 고이자 신기하게도 새들이 다시 날아왔다. 옛 고향으로 돌아와 둥지를 만든 셈이었다.
새는 염초식물인 붉은색 칠면초가 듬성듬성 자란 곳에 둥지를 만들어 알을 낳았다. 새끼를 노리는 새호리기나 황조롱이가 습지 상공에 나타나기라도 하면, 새들은 공동으로 대처했다. 날카로운 쇳소리의 경계음을 내면서 쏜살같이 침입자를 향해 날았다. 위기 상황에서는 알을 품고 있던 새도 둥지를 박차고 나와 맹금류를 쫓아내는 데 힘을 보탰다. 덩치가 크고 사나운 갈매기나 까마귀도 얼씬거리지 못하게 했다. 어렵사리 다시 찾은 자신들의 터전에 둥지 10여개를 짓고 50여마리가 하나의 공동체가 되었다.
하지만 대규모 개발사업을 꾸미고 있던 사람들에게 둥지를 지은 새는 불청객에 불과했다. 고인 물에서 깔따구와 모기 유충을 없애겠다며 중장비로 도랑을 치고 대형 양수기로 물을 퍼냈다. 어린 새들은 물 없이 살 수 없다. 아직 날개에 힘이 붙지 않아 다른 곳으로 갈 수도 없다. 땅과 물 사이가 멀어지면서 어린 새들은 천적의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됐다. 불안을 느낀 어미는 힘겹게 물에 다녀오는 새끼를 살필 수밖에 없었다. 등하굣길 어린 자녀를 보살피듯 새끼와 함께 물과 땅을 오갔다. 수시로 날카로운 경계음을 내어 주위를 환기하거나 새끼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연방 가슴에 품기를 반복하는 중이다.
갯벌이었던 영종도 준설토 투기장 주변은 대규모 개발 사업이 예정돼 있다. 골프장과 워터파크, 쇼핑몰 같은 시설이 들어서면 사람이 몰릴 것이다. 새들은 떠나고.
사진·글 김진수 한겨레21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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