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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슬란드 사람들은 고래 고기를 먹지 않는다

등록 2018-09-06 14:13수정 2018-09-07 16:38

[애니멀피플]
유럽의 중요 고래 서식지, 아이슬란드
수출·관광 상품용 고기로 포획 남발
‘고래 관광’ 고수익에 보호구역 넓혔지만
멸종 위기종 참고래 포획엔 여전히 침묵
아이슬란드 북부 연안에 위치한 도시 후사비크 앞바다에서 고래가 수면 위로 뛰어오르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아이슬란드 북부 연안에 위치한 도시 후사비크 앞바다에서 고래가 수면 위로 뛰어오르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지난달 20일, 아이슬란드 포경회사 크발뤼르가 새끼를 밴 어미 참고래를 포획해 국제적 비난을 받았다. 육상의 고래 해체장을 감시하던 해양환경단체인 독일 하드투포트와 영국 시셰퍼드 소속 활동가들이 촬영하여 공개한 사진에는 고래 해체장에 올린 어미의 사체에서 꺼낸 태아를 고래 해체 작업자들이 서둘러 옮기는 장면이 포착되었다.

7월초에는 이 해체장에 커다란 고래 한 마리가 실려왔는데, 포획 허가를 받은 참고래와는 색깔이나 지느러미 모양과 위치가 달랐다. 환경단체 활동가들은 그 사진을 전세계에 공개하며 이 포경업체가 멸종위기종인 대왕고래를 포획했다고 주장하여 떠들썩했다. 그런데 나중에 아이슬란드 해양수산연구소가 고래의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대왕고래와 참고래 사이의 잡종인 것으로 드러났다.

국제적 포경 금지 조처에도 불구하고…

현대적인 포경선단과 작살포를 동원한 상업포경이 등장하면서 전세계 바다에서 대형 고래류가 급격하게 줄자 국제사회는 1946년에 국제포경규제협약을 체결하고 국제포경위원회를 구성하여 고래 포획량을 규제하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이러한 조처에도 불구하고 고래 남획이 계속 되어 대부분의 고래가 멸종위기에 처했다. 1982년 국제포경위원회는 상업적인 포경을 중단하기로 결정하였고, 이는 1986년부터 시행되었다.

당시 아이슬란드는 이러한 결정에 대해 반대하지 않았지만, 포경 중단 이듬해인 1987년부터 ‘과학조사 포경’이라는 명목으로 고래잡이를 재개해 1989년까지 해마다 평균 80여 마리의 고래를 포획했다.

이후 한동안 아이슬란드는 고래를 잡지 않았다. 그러다가 1992년에 국제포경위원회에서 탈퇴하고 2002년에 다시 가입하더니, 2003년부터 과학조사 포경을 재개해 2007년까지 총 200마리의 밍크고래를 잡았다. 2006년부터는 국제포경위원회의 상업포경에 대한 금지 조처를 무시한 채 자국의 포경회사에게 고래 포획 허가를 내주며 상업적인 포경을 허용하였다.

아이슬란드는 참고래와 밍크고래에 대한 포획을 허용하고 있다. 현재 이 나라에는 두 개의 포경회사가 있다. IP수산밍크고래를 잡고 크발뤼르는 참고래를 잡는다.

그런데 아이슬란드 사람들은 대체로 고래 고기를 잘 먹지 않는다. 이 나라에서 포경 산업은 20세기초에나 시작되었기 때문에 고래 고기를 먹는 것은 이들의 오랜 전통이 아니며, 식단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크지 않다. 그러면 이들은 왜 고래를 잡는 것이고, 잡힌 고래 고기는 어떻게 소비되는 것일까?

2003년에 아이슬란드는 밍크고래 포획을 재개했지만 고래 고기는 잘 팔리지 않았다. 고래 고기 섭취를 권장하기 위해 정부 차원의 다각적인 노력이 있었고, 훈제 고래 고기까지 개발했지만 소비는 그다지 증가하지 않았다.

2005년 한 조사에서 아이슬란드의 밍크고래 고기 시장은 연간 5~15톤 규모에 불과하다고 나왔다. 2006년 갤럽 여론조사에서는 아이슬란드 가구 가운데 매주 고래 고기를 먹는 비율은 1.1%에 지나지 않았다. 2013년 갤럽 여론조사에서는 인구의 3.2%만 고래 고기를 정기적으로 먹는(1년에 6회 이상) 것으로 나타났으며, 매달 먹는 사람은 1.7%뿐이었다.

2006년에는 참고래 포획이 시작되었지만 역시 소비는 저조했다. 아이슬란드 언론의 보도에 의하면 2007년 초에 179톤의 참고래 폐기물이 매립지에 묻히기도 했다. 이후 포경업자들은 외국인을 겨냥했다. 밍크고래는 아이슬란드 국내 시장에서 소비되긴 하지만 실제 수요의 대부분은 외국 관광객이다. 이국적인 아이슬란드 ‘전통 음식’을 맛보고 싶어하는 관광객에게 밍크고래 고기가 팔린다. 참고래의 경우 거의 전량 일본으로 수출된다.

어미 참고래 사체에서 태아를 분리해 이동하고 있다. 하드투포트(Hard to Port) 트위터 갈무리
어미 참고래 사체에서 태아를 분리해 이동하고 있다. 하드투포트(Hard to Port) 트위터 갈무리
급격히 증가한 관광객, 고래에게 위기인가 기회인가?

1980년대만 해도 아이슬란드를 찾는 관광객은 연간 8만 명 수준에 그쳤던 것이 2000년대 들어 30만 명 선을 넘어섰다. 2012년에는 전체 외국 관광객 수가 64만 명, 2015년에는 126만 명, 2017년에는 220만 명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이처럼 많은 관광객들이 몰려오기 때문에 아이슬란드는 2016년 선진국 가운데 국내총생산(GDP)이 가장 많이 늘어난 나라가 되었으며, 관광산업이 창출하는 수익은 국가 전체 수출액의 30%에 맞먹는다. 이처럼 급증하는 관광객은 아이슬란드 경제에 커다란 도움이 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다양한 부작용도 초래한다.

밍크고래를 전문적으로 포획하는 IP수산은 2012~2013년 파산했다가 최근의 관광객 급증으로 되살아났다. 이 회사는 2016년에 밍크고래 46마리를 잡았는데, 그것은 최근 몇 년 사이에 가장 많이 잡은 것이었다. 이들이 잡은 고래 고기의 60%는 주로 관광객을 위한 식당에 공급되고, 나머지 40%는 자국민을 위한 식료품점에 공급된다. 5년 전에는 그 반대 상황이었고, 고래 고기 가격도 더 저렴했다.

아이슬란드 관광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결과. 2009년 아이슬란드를 방문하는 외국 관광객의 40%가 고래 고기를 맛보았지만, 환경과 동물 보호단체들의 적극적인 홍보활동으로 관광객의 고래 고기 소비가 줄었다. 2012~2015년 사이에는 18-20%, 2016년에는 12%로 되었다. 하지만, 매해 관광객 수 자체가 증가하고 있으므로 고래 고기를 소비하는 이들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2017년 방문객 220만 명 가운데 12%만 고래 고기를 맛보았다 하더라도 26만4천 명으로 아이슬란드 전체 인구의 2/3가 넘는다.

다행히 아이슬란드를 찾는 관광객 가운데는 고래 고기를 좋아하는 사람보다 고래 관광선을 타고 바다로 나가 고래를 관찰하려는 사람이 더 많다. 아이슬란드 바다는 유럽에서 다양한 종류의 고래를 볼 수 있는 곳이다. 여름을 전후한 시기에 고래를 볼 수 있는 확률이 95~99%에 달하기 때문에 고래 관광은 아이슬란드에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영국에 본부를 둔 고래와돌고래보전회에 따르면 2016년에는 당시 아이슬란드 인구보다 더 많은 35만 명 이상이 고래 관광에 참여해 140억 원이 넘는 수익을 창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숙박과 식사 등에 지불한 비용을 더한다면 훨씬 큰 경제적 이익을 얻었을 것이다. 아이슬란드를 찾는 관광객 다섯 명 가운데 한 명꼴로 고래 관광에 참여했는데, 살아있는 고래가 죽은 고래보다 아이슬란드 경제에 더 큰 기여를 하고 있는 셈이다.

올해 아이슬란드 정부는 밍크고래 262마리를 포획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IP수산은 6월에 겨우 6마리만 잡았고, 가장 많은 고래가 잡혀야 하는 7월에는 한 마리도 잡지 못 한 채 지난 7월말로 올해의 포경을 종료하겠다고 발표했다. 2016년에는 43마리, 2017년에는 17마리를 잡았던 것이 올해는 6마리로 급격히 줄었다.

IP수산이 올해 밍크고래 6마리만 잡은 채 예년보다 한 달이나 일찍 포경을 그만둔 이유는 고래잡이가 더 이상 경제적으로 타산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고래를 잡으려면 이전보다 더 먼 바다로 나가야 했고, 더 많은 선원이 필요했기 때문에 비용이 크게 증가했다.

포경선이 더 먼 바다로 가야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아이슬란드 정부가 지난해 말에 이 나라 서부에 있는 팍사만 고래보호구역을 만 전역으로 크게 확대시켰기 때문이다. 수도 레이캬비크를 끼고 있는 팍사만은 이전에는 아이슬란드에서 포획되는 고래의 85%가 잡히던 곳이다. 고래보호구역이 넓어진 것은 점점 시장 규모가 커지는 고래 관광산업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밍크고래가 꼬리를 물밖으로 내민 채 바닷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밍크고래가 꼬리를 물밖으로 내민 채 바닷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보호대책이 절실한 참고래

이처럼 아이슬란드의 밍크고래는 어느 정도 보호를 받을 수 있게 되었지만, 참고래는 여전히 해마다 140여 마리가 잡히고 있다. 멸종위기종인 참고래는 몸길이가 20m가 넘고 무게는 50t 가까이 나가는, 지구에서 두 번째로 큰 고래다. 최대 수명은 적어도 94살 이상이며, 135~140살로 추정되는 표본도 있다.

참고래 고기는 전량 일본으로 수출된다. 아이슬란드 참고래 포획이 일본 시장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가 있다.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 발생 이후 일본에서 고래 고기 시장이 얼어 붙은 여파로 아이슬란드는 2011년과 2012년 참고래를 잡지 않았다.

크발뤼르는 일본의 까다로운 식품 안전 규정을 비판하면서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2년 동안은 참고래를 잡지 않았다. 그러다가 일본 정부가 아이슬란드산 참고래 고기 수입 관련 규제를 일부 완화해주자 크발뤼르는 올해 참고래 포획을 다시 시작해 238마리를 잡겠다고 밝혔다.

크발뤼르의 참고래 포획 발표에 전세계적으로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크발뤼르 고래잡이에 반대하는 국제 서명운동에 1백만 명 이상이 동참하기도 했다. 국제 해킹그룹 어나니머스는 아이슬란드가 고래 포경을 중단할 때까지 이들에 대해 사이버 공격을 계속 하겠다고 공언했다. 실제 2015년 11월 아이슬란드 정부 부처 홈페이지 몇 개가 이틀 동안 다운된 일이 있었는데, 이에 대해 어나니머스는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밝혔다. 미국 정부도 아이슬란드가 계속 고래를 잡을 경우 경제적인 제재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위협해왔으며, 실제로 2014년에 일부 제재가 시행되기도 했다.

2017년 10월에 있었던 여론조사에서 아이슬란드 사람들의 35.4%만 참고래 포획에 찬성했는데, 이것은 2016년의 42%에 비해 상당히 줄어든 비율이다. 현재 좌파녹색당이 이끌고 있는 연립정부가 포경허가를 내주지 않으면 될 일인데, 그것은 쉽지 않은 것 같다. 좌파녹색당은 2015년에 강령을 통해 비인도적이라는 이유로 포경에 반대한다고 표명했지만, 좌파녹색당 소속 총리와 환경부 장관 모두 포경 문제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아이슬란드의 고래는 언제 완전히 보호받을 수 있을까?

마용운 객원기자·굿어스 대표 ecoli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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