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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야생동물

도요물떼새, 유전자에 새겨진 여행 지도

등록 2018-09-07 17:54수정 2019-01-16 11:08

[애니멀피플] 이병우의 새 보기 좋은 날
늦여름부터 10월까지 국내서 만날 수 있어
서천 유부도는 10m 거리 탐조 가능한 명소
각인된 길 따르는 습성…망가진 새만금 안타까워
검은머리물떼새가 서천 유부도 갯벌에 모여 있다. 유부도는 10m 가까이에서 도요물떼새를 관찰할 수 있을 정도로 손에 꼽히는 탐조지다.
검은머리물떼새가 서천 유부도 갯벌에 모여 있다. 유부도는 10m 가까이에서 도요물떼새를 관찰할 수 있을 정도로 손에 꼽히는 탐조지다.
가을과 봄은 모든 철새들의 대이동 시기이다. 그 철새들 중에 도요물떼새는 특히 더 멀고 긴 담대한 여행을 한다. 도요물떼새 가운데에는 뉴질랜드에서 우리나라를 거쳐 알래스카로 가서 번식을 하는 큰뒷부리도요도 있다. 이 멋진 도요물떼새들이 가을이면 우리나라 갯벌을 찾는다.

늦여름에 들어서는 8월 말이면 큰 무리의 도요물떼새들이 이동을 시작한다. 나는 지난 8월말 도요물떼새 여행에서 20여종의 도요물떼새를 관찰하였는데, 우리나라의 도요물떼새들이 60여종인 것을 감안하면 꽤 많은 종류의 도요물떼새를 하루에 만난 것이다. 그들을 만나기 좋은 시기는 지금부터 10월 중순까지 이어진다.

도요물떼새를 볼 수 있는 곳은 대부분 갯벌이다. 이들은 내륙 습지 또는 동해안을 이용하여 이동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서해안 갯벌을 선호한다. 갯벌에서 아주 좋은 장소를 찾아 가만히 앉아서 밀물 때를 기다리면 도요물떼새들이 천천히 나에게로 다가온다. 그 순간은 탐조를 하는 절대적인 즐거움 중 하나이기도 하다.

순천만에서 먹이 활동을 하고 있는 큰뒷부리도요.
순천만에서 먹이 활동을 하고 있는 큰뒷부리도요.
도요새를 가장 가까이 볼 수 있는 명소는 서천 유부도다. 그 곳에서는 물때를 잘 맞추어 가면 도요물떼새를 10m 거리에서 관찰할 수 있다. 수천 마리 도요물떼새를 그 정도 거리에서 볼 수 있는 곳은 전세계적으로도 흔하지 않다. 그러나 유부도는 접근성이 좋지 않아서 초보자가 가기는 어려운 편이다. 대신 쉽게 갈 수 있는 좋은 갯벌이 많다. 강화도 남부 갯벌, 화성호 주변 갯벌, 홍성 갯벌, 금강 하구 갯벌, 순천만 갯벌, 낙동강 하구 등지에서 도요물떼새를 만날 수 있다. 새만금 갯벌 또한 도요물떼새가 단골처럼 찾던 곳이지만, 이제는 점점 찾지 않아 안타깝다. 도요물떼새의 이동 경로는 이미 태어날 때부터 유전자에 각인된 것이라 바꿀 수가 없다. 황폐화된 갯벌을 찾는 도요물떼새에게 미안하다는 말만으로는 충분치 않은 것 같다. 그들의 생존이 달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화성호 갈대 습지에서 휴식 중인 청다리도요.
화성호 갈대 습지에서 휴식 중인 청다리도요.
도요새는 바닷물과 갯벌의 경계에서 먹이활동을 많이 하므로 갯벌에서 도요물떼새를 만나고자 한다면, 밀물과 썰물의 시간을 맞추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물때 시간도 중요하지만 높이도 중요하다. 물이 너무 적게 차오르면 새들이 아주 멀리 있어서 관찰이 쉽지 않다. 또 밀물 때라 물 높이가 너무 높으면 갯벌이 완전히 잠겨버려 도요물떼새들은 아예 갯벌에서 멀찌감치 날아가버린다. 따라서 지역에 따라 물때와 높이에 대한 경험과 지식을 쌓고 또 그런 경험이 많은 사람들의 조언을 듣는 것이 좋다. 물때 정보는 국립해양조사원 홈페이지(www.khoa.go.kr)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갯벌에는 어민을 위해서 콘크리트 도로가 놓아져 있는 곳이 있다. 넓은 갯벌이라 안심하고 들어갔다가 갑자기 밀려들어오는 바닷물 때문에 낭패를 겪을 수도 있다. 탐조를 갔다가 바다에 차 한대가 둥둥 떠내려 가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서해 갯벌에 밀물은 생각보다 굉장히 빠르게 차 오를 수 있으니 안전한 곳에서 망원경으로 관찰하기 바란다. 이 가을 도요물떼새와 함께 즐거운 탐조를 시작해보자.

글·사진 이병우 에코버드투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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