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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내서 발견됐는데…퓨마의 안타까운 죽음

등록 2018-09-19 11:05수정 2018-09-19 16:03

[애니멀피플]
1차 마취 실패해 결국 사살…전문가들 아쉬움 토로
“멀리 가지 않는 습성 고려했으면” “위기 대처 능력 부족"
대전오월드를 탈출한 퓨마가 마취총을 맞고도 결국 사살됐다. 안전이 최우선이지만, 동물원 내부에서 발견됐고 마취가 가능했던 상황에서 사살까지 해야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대전오월드를 탈출한 퓨마가 마취총을 맞고도 결국 사살됐다. 안전이 최우선이지만, 동물원 내부에서 발견됐고 마취가 가능했던 상황에서 사살까지 해야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대전오월드를 탈출한 퓨마 ‘뽀롱이’가 마취총을 맞고도 결국 사살됐다. 마취가 되지 않는 동안 밤이 됐고 퓨마가 동물원 밖으로 달아달 수 있다는 이유였다. 안전이 최우선이지만, 동물원 내부에서 발견됐고 마취가 가능했던 상황에서 사살까지 해야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살 소식을 들은 동물원 업계에서는 “안타깝다”는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한 공영동물원의 수의사는 19일 “(마취총을 맞고) 2시간이면 1차 마취가 깰 시간이다. 2차 마취는 1차보다 더 잘 된다. 멀리 가지 않은 퓨마를 사살한 건 경찰과 소방의 과잉진압”이라고 말했다.

안전이 최우선인 것은 분명하지만 동물의 습성을 고려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나왔다. 2004년 1월28일 국립수목원으로 이송 중이던 서울대공원의 늑대(수컷·당시 7살)가 나무 우리를 탈출했다가 이틀 만에 생포됐다. 경찰은 서울대공원을 둘러싼 청계산 쪽을 수색했지만 늑대는 서울대공원 정문 쪽에서 발견됐고, 결국 주택가에서 붙잡혔다. 또 다른 동물원 관계자는 “퓨마도 처음에 동물원 안에서 발견됐다. 맹수도 가는 길만 가기 때문에 멀리 달아날 거라고 생각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근본적으로 한국 동물원은 동물을 치료한 경험이 적기 때문에 위기 상황에 직면했을 때 대처 능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한 동물원 관계자는 “동물 건강검진 같은 예방의학 개념이 한국 동물원에는 없다. 아프거나 다쳤을 때만 마취를 한다. 경험이 부족하다 보니 마취약 사용에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한 수의사는 “외국의 동물원은 정기적으로 건강검진도 하고 동물의 몸무게를 잴 수 있는 체중계를 바닥에 심어둔다. 국내에는 일부 대형 동물원만 그런 기능이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또 다른 동물원 수의사는 “우리 안에 있을 때도 눈대중으로 마취를 하고 마취가 잘 되기를 기다린 뒤 입실한다. 우리 밖 퓨마가 흥분한 상태에서 마취한다는 건 아무리 경험이 있는 수의사라도 쉬운 일이 아니다. 자칫 많은 양을 쓰면 퓨마가 죽을 수도 있었다”라고 반박했다.

사살된 대전오월드 퓨마는 동물원 직원이 청소하고 문을 닫지 않은 틈을 타 탈출했다. 사람의 실수가 동물의 죽음을 부른 것이다. 18일 오후 5시15분께 신고가 접수됐고 1시간20분이 지난 오후 6시34분 우리에서 오른쪽으로 500m 떨어진 천연기념물 시범사육장 근처 야산에서 처음 발견됐다. 15분 후 마취총을 맞았지만 2시간가량을 동물원 안을 배회했다고 한다.

생포시도가 좌절된 후 8시30분이 지나며 엽사와 경찰 수색견이 투입되면서 사살 가능성이 높아졌다. 결국 밤 9시44분께 동물원 건초보관소 뒤 야산에서 엽사가 쏜 총을 맞고 사살됐다. 뽀롱이는 암컷으로 서울동물원에서 2010년 8월 태어났다. 2013년 2월 대전오월드로 왔다. 몸무게 60㎏으로 추정했지만 40㎏이라고 한다.

뽀롱이의 죽음이 동물원 폐지 주장으로 번지고 있다. 19일 오후 3시 기준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50여건의 동물원 폐지 글이 올라와 있다. 4만여명이 서명을 했다. 녹이 슨 철창, 관람객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통유리, 거친 시멘트 바닥, 모양만 자연스러운 인조 구조물, 체계적이지 않은 관리 계획 등 낙후한 한국 동물원에 대한 성찰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퓨마. 위키미디어 코먼스
퓨마. 위키미디어 코먼스

퓨마. 위키미디어 코먼스
퓨마. 위키미디어 코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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