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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야생동물

여우와 담비가 ‘진드기질병’에 미치는 영향

등록 2018-10-01 16:46수정 2018-10-01 21:14

[애니멀피플] 황주선의 안녕 생태계
진드기가 옮기는 신종질병들, 발생횟수·지역 확산 추세
포식동물 활동 활발할수록 야생쥐의 진드기 감염 감소
생태 고리 내 모든 동물이 연관…인간 활동과도 이어져
숲쥐(wood mouse). 픽사베이
숲쥐(wood mouse). 픽사베이
전세계적으로 진드기에 의해 매개되는 질병들의 발생은 해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잘 알려진 중증혈소판감소증(SFTS) 이외에도 라임병, 엘리히증, 재귀열, 크림-콩고 출혈열과 같이 다양한 질병들이 진드기에 의해 매개될 수 있습니다.

진드기매개질병들은 그 발생 기간도, 감염 지역도 확산하는 추세라 주요한 ‘신종질병’으로 여겨지고 있는데요, 이처럼 진드기매개질병의 발생이 증가하는 이유는 바로 진드기가 살고 있는 야생 생태계의 변화와 맞닿아 있습니다. 얼핏 진드기는 그저 풀밭에 항시적으로 존재하며 사람에게 질병을 전파시키는 무생물과 같은 존재로 생각될 수 있겠지만, 사실 진드기 또한 사람이나 다른 동물들처럼 이들이 살고있는 환경에 따라 그 생사와 번식의 성공 여부가 결정됩니다.

바위담비(Martes foina). 게티이미지뱅크
바위담비(Martes foina). 게티이미지뱅크
진드기가 많아지거나 진드기 매개질병이 증가하는 것은, 이들을 둘러싸고 있는 생태적인 조건들의 변화로 인해 나타난 자연적인 결과라고 볼 수도 있을 겁니다. 다른 모든 동물들과 마찬가지로 진드기도 숲속에서 혼자 살아갈 수 없습니다.

진드기의 운명, ‘동료’들 손에

먼저 어떤 지역에 진드기가 살아가기 위해서는 이들이 흡혈할 수 있는 동물들이 있어야 합니다. 진드기들은 야생에서 다람쥐, 들쥐부터 사슴, 멧돼지, 새와 파충류까지, 많은 동물들의 몸에 기생하며 살아갑니다. 그런데 그 많은 동물들이 모두 진드기에게 좋은 ‘서식지’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진드기들마다 ‘선호’하는 숙주 동물들이 있어서, 예컨대 초식동물과 식육동물들이 갖고있는 진드기들의 종 비율에 상당한 차이가 나타나기도 하고, 유사해 보이는 소형 포유류들 중에서도 땃쥐와 같은 식충목은 우리에게 익숙한 등줄쥐와 같은 야생쥐들에 비해 진드기 감염률이 현저히 낮습니다.

결국 해당 지역에 어떤 동물들이 얼마나 사느냐에 따라 이곳에서 발견되는 진드기들도 달라질 수 있는 것입니다. 헌데 이뿐만이 아닙니다. 특정 동물종이 단순히 사느냐 못사느냐 뿐만이 아니라, 어떤 동물들이 함께 살아가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소형포유류와 같이 작은 동물들은 경쟁심이나 경계심 때문에 활동량이 증가하기도 하고 감소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활동량의 증감은 해당 동물들이 진드기에 노출되는 빈도와 감염도에 영향을 미칩니다.

붉은 여우. 게티이미지뱅크
붉은 여우. 게티이미지뱅크
헌데 여기에 질병이 들어오면 더 복잡해집니다. 왜냐하면 진드기가 선호해서 흡혈하는 동물들 중에서도, 질병에게 좋은 숙주역할을 하는 동물들이 있는가 하면, 병원체의 번식과 확산에 그다지 협조적이지 않은 동물들도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진드기가 어떤 동물들을 흡혈하는지에 따라 진드기매개질병이 창궐할 수도 있고, 소멸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이쯤되면 뭐가 어찌된다는 건지 혼란스러울 만도 합니다. 진드기매개질병의 자연사는 복잡합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도 있습니다. 바로 진드기가 알에서 태어날 때부터 병원체를 갖고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알에서 부화한 진드기 유충 또한 이미 병원체에 감염되어 있는 어떤 동물을 흡혈함으로써 병원체를 몸속에 갖게 되는 것이지요. 다시 말해서 진드기매개질병은 진드기만으로 유지되는 것도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따라서 진드기가 흡혈하는 무수히 많은 동물들, 그리고 이러한 동물들의 생존과 번식을 결정짓는 사회생태적인 요인들 모두가 진드기매개질병의 발생에 영향을 주는 것입니다. 이는 ‘고라니같이 덩치 큰 포유동물들이 진드기를 많이 갖고 있으니까, 고라니가 많아지면 진드기매개질병도 증가할 거야’와 같이 단순한 인과관계로 진드기매개질병를 설명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제방들쥐(bank vole).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방들쥐(bank vole). 위키미디어 코먼스
미국 및 유럽국가들은 1990년대부터 진드기매개질병의 생태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 왔고 그 덕분에 현재 우리는 조금이나마 진드기와 그들에 의해 매개되는 질병들이 작동하는 원리를 이해해 가고 있습니다. 많은 연구 결과들을 관통하는 중요한 이론 중 하나는 바로 생태계가 복잡하고 생물다양성이 높을수록, 진드기매개질병이 발생활 확률도 낮아진다는 것입니다.

여우와 진드기의 상관관계

이를 설명하는 원리는 다양하지만 오늘 소개하려는 연구는 바로 호프미스터 박사와 그 연구팀이 진행한 것으로, 이들은 다양한 중소형 포식동물과 설치류, 그리고 설치류에 기생하는 진드기와 진드기매개질병 감염도간의 관계에 집중했습니다. 어떤 지역에 진드기 숙주역할을 하는 설치류의 포식자가 많을수록, 그 지역에 진드기와 진드기매개질병의 발생이 감소할 것이라는 생각이 연구의 발단이었습니다.

연구진은 유럽에 서식하는 진드기 주요 숙주동물인 제방들쥐(bank vole)와 숲쥐(wood mouse), 그리고 이들을 먹이로 삼는 주요 포식동물인 여우와 바위담비를 연구 모델로 삼았습니다. 연구 결과 야생쥐들의 몸에 기생하는 진드기 밀도와, 진드기매개질병에 감염된 진드기의 비율은 해당 서식지 내에 살고있는 여우와 바위담비의 활동 정도와 반비례했습니다.

북미산 야생고양이 보브캣(bobcat). 게티이미지뱅크
북미산 야생고양이 보브캣(bobcat). 게티이미지뱅크
헌데 이는 단순히 포식동물이 많으면 야생쥐가 많이 잡아먹히고 없어서는 아니었습니다. 연구진은 그 원인을 포식동물에 의한 야생쥐들의 행동 변화에서 찾았습니다. 포식동물들이 그 지역에 활발하게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야생쥐의 행동에 변화를 일으킴으로써 진드기에 감염되는 빈도와 감염 정도가 낮아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다른 유사 연구에서도 관찰된 바 있는데, 포식자나 경쟁자가 다양하게 존재할수록 설치류 동물들 중 활동성이 적고 행동반경이 작은 개체들의 비율이 높았습니다. 다시 말해 ‘대담’하게 행동하는 동물들이 훨씬 적었던 것입니다.

결국 생태적인 연쇄고리에 의해 해당 서식지 내 여우나 담비같은 포식동물들의 활동 여부가 야생쥐들이 진드기에 노출되고, 진드기매개질병이 전파되는 정도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고 연구팀은 설명했습니다. 만일 이 무대를 우리나라로 가져온다면, 야생쥐에 먹이감을 가장 많이 의존하는 삵이 유사한 역할을 하고 있지 않을까 추측해봅니다.

진드기. 클립아트코리아
진드기. 클립아트코리아
진드기매개질병의 발생은 앞으로도 증가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습니다. 이는 사람에 의해 진드기를 둘러싸고 있던 환경들이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가장 먼저 ‘지구온난화’가 막연히 떠오릅니다. 이는 분명 중요한 원인 중 하나이지만 사실 이 뿐만은 아닙니다. 진드기가 기생하고 있는 동물들이 사는 서식지의 변화 또한 진드기매개질병의 발생을 예측하기 어렵게 하는 주요 원인입니다.

예컨대 야생 초지를 밀고 전원주택 단지가 들어선다면 갈대밭과 같이 특정한 서식지에서만 살 수 있는 다양한 소형포유류들은 사라질 것입니다. 경쟁자가 사라진 곳에서 인공화된 서식지에도 적응력이 좋은 소수의 동물들만 그 수가 늘어나겠지요. 또는 숲을 깎고 펜션, 카페 같은 상업시설들이 들어설수록, 삵이나 여우같은 중소형 포식동물들은 떠나고 이들이 먹이로 삼던 소형포유류의 수에도 변화가 일어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진드기매개질병과는 무관할 것으로 생각되던 사람들의 크고작은 활동들이 결국 생태계를 통해 질병으로 우리와 이어져 있다는 사실이 섬뜩하면서도 자연스럽다는 생각이 듭니다. 조금은 소속감을 가져봐도 좋겠습니다.

황주선 질병생태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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