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언트판다가 대나무를 먹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 이 이야기는 멸종위기 자이언트판다의 실제상황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스토리입니다.
“와웅, 와웅.”
갓 태어나 눈도 못 뜬 내 동생이 울었다. 인간들은 그 아이를 엄마에게서 떼어내 데려갔다. 싫다고 울었지만 소용없었다. 엄마는 꿀이 발린 달콤한 먹이에 속아 아기를 빼앗긴 것이 분해 급히 뛰어나왔지만, 이미 동생은 저 너머로 가고 있었다.
“걱정마, 잘 키워줄게. 넌 아직 몸이 좋지 않아서 두 마리나 키울 수 없어.” 사육사가 말했다.
막 태어난 우리는 엄마 체격의 900분의1 크기로 100g이 채 되지 않는다. 분홍색 피부에 털도 거의 없으며 눈도 뜨지 못했다. 엄마가 안아줘야 체온이 유지된다. 엄마가 핥아주지 않으면 오줌과 똥을 싸지도 못한다. 엄마는 마음이 내키지 않았지만 동생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아직 몸이 성치 않은 건 사실이었다. 나머지 하나라도 지켜야겠다고 다짐하며 엄마는 나를 입에 물고 구석으로 몸을 옮겼다.
쓰촨성 대지진에 살아남은 자이언트판다 가족
엄마는 2008년 쓰촨성 대지진에서 간신히 살아난 자이언트판다 가운데 하나였다. 갑자기 일어난 지진에 자이언트판다보호센터에도 엄청난 흙더미가 밀려왔다. 많은 건물들과 자이언트판다의 집들이 무너졌다.
마오마오라는 아기를 셋 낳았던 자이언트판다 하나가 무너진 건물에 깔려 죽었다. 부서진 잔해에서 가까스로 탈출한 우리 엄마는 임신한 채 여기저기 무너져 내리는 건물을 피해 숲으로 달아났다. 달아나지 못한 자이언트판다들은 나무 꼭대기와 건물 잔해에 매달려 며칠을 보내기도 했단다. 숲에서 길을 잃고 헤매던 엄마는 며칠을 굶주림에 시달렸다. 지진으로 대나무숲이 흙에 파묻혀 먹을 것을 구하기가 불가능했다. 엄마가 정신을 잃어가던 즈음, 보호센터의 직원들이 엄마를 구해주었다.
보호센터에 있던 60여 마리의 자이언트판다들 가운데 한 마리는 결국 찾지 못했다고 했다. 구조된 자이언트판다들 또한, 트라우마와 질병에 한동안 치료를 받아야만 했다. 치료를 받던 중 한 마리가 더 죽었다. 아팠던 자이언트판다들 중에는 뱃속에 아기를 가진 엄마 자이언트판다들이 꽤 많았다는데, 다행히 더 이상 죽지 않고 무사히 아기를 낳았다. 우리 엄마도 다행히 잘 회복하여 우리 쌍둥이를 낳았다.
동생이 인간들에게 간 뒤로 엄마는 나만 집중해서 키웠다. 나는 눈에 띠게 무럭무럭 자라기 시작했다. 일주일이 지나 몸에 희고 검은 반점이 생겼다. 두 달이 지나니 눈도 뜰 수 있었다. 엄마는 내내 나를 가슴에 안고 젖을 먹였다. 아기 판다들은 생후 4달이 넘어야 일어나 걸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약 6개월이 지나 잘 걷게 되자 나는 엄마 품에서 나와 나무타기를 했다. 9개월 정도까지는 엄마 젖을 먹어야 하지만 6개월만 되어도 엄마 곁을 잠시 떠나 놀 수 있었다. 우리 자이언트판다들은 6번째 손가락이 있어 대나무를 잡아타기에 매우 유리하다.
그러던 어느날, 나는 대나무 줄기를 잡고 신나게 놀고 있었다. 그때 누군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안녕?”
어디서 봤는지 익숙한 얼굴, 친근한 느낌. 누구일까, 혹시? 그 아이도 나와 비슷한 느낌을 받은 모양인지 나에게 물었다.
“혹시 내 형 아니야?”
내 쌍둥이 동생이 분명했다. 내 동생을 인간들이 데려가 잘 키워낸 모양이었다. 오히려 동생 녀석이 나보다 체구가 크게 잘 자란 듯 했다. 엄마와 나는 매우 기뻐했다. 그동안 동생을 키우느라 수고해준 인간들이 내심 고마웠다. 이후로 우리는 함께 어울려 잘 놀았다. 우리가 놀러 나온 마당엔 십여 마리의 아기 자이언트판다들이 무리 지어 있었다. 임신했던 다른 엄마 자이언트판다의 아기들도 무사히 잘 자란 모양이었다.
몸을 유지하기 위해 하루 약 38kg의 대나무를 먹는 자이언트판다가 야생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거대한 대나무숲이 필요하다. 대나무 씨앗을 옮기는 자이언트판다는 대나무숲 생태계의 우산 같은 존재이기도 하다. 하지만 도시개발로 자이언트판다에게 그럴 터전이 없다. 게티이미지뱅크
인간들은 우리 아기 자이언트판다들을 커다란 마당에 모아 놓고 자연에서 살아가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마치 유치원 같았다. 우리는 18개월 후 엄마에게서 독립하고 나면 청소년기를 지난다. 우리가 4~5살 즈음, 다 자라서 적응 훈련에 성공하면 야생으로 보낼 거라고 했다. 우리 자이언트판다들은 대나무를 주로 먹는데, 큰 몸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하루 종일 먹어야 한다. 14시간동안 약 38kg의 대나무를 먹고 최소한으로 움직여야 한다. 그래서 게으르다고 오해를 하기도 하지만, 그것은 우리의 생존비법이다. 우리는 이러한 야생의 생존기술을 익히고 배워야만 자유를 향해 나아갈 수 있다.
그렇게 자유를 향해 적응해 가던 중이었다. 어느날 우리 무리 중 한 마리가 눈에 눈꼽이 잔뜩 끼는 등 유독 피곤해보였다. ‘어디 아픈가’ 생각했했는데, 갑자기 그 판다가 다리를 떨고 턱에 침을 흘리며 경련을 하기 시작했다. 그 아이는 병원으로 실려가 격리되었고 우리는 그 친구의 생사를 알 수 없었다. 이어서 친구들 몇몇이 비슷하게 아파왔다. 우리를 보호해주던 인간들은 긴장했다. 초록색 가운을 입은 수의사들이 뛰어다니는 모습이 보였다. 격리된 입원실에서 아파하는 친구들의 가는 신음 소리가 들려왔다. 예감이 좋지 않았다.
쓰러진 내 친구…지진 이후 또다른 비극
일주일이 지나자 더 이상 신음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눈물이 앞을 가렸다. 사람들은 우리를 검사하러 왔다. 발바닥을 살피고 눈꼽이 있나, 경련을 하지는 않나 확인했다. 주사기로 피도 뽑아 갔다. 검사 후에 인간들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중얼거렸다. “야생에서는 별로 일어나지 않는 일인데, 그것 참 이상하네”라고 말했다. 아마도 보호센터에서 사람들과 함께 생활하기에 발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병명은 개홍역이었다. 개홍역은 개에서 유행하는 치명적인 바이러스 질병인데 야생 고양이과, 개과, 곰과에 모두 전염성이 있다. 야생동물에게서 옮았다기 보다는 사람과 사는 개에게서 옮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무려 5마리가 한 번에 죽었다. 이제 막 태어난 새끼 자이언트판다도 죽었다.
사람들의 모금 운동이 시작되었다. 중국내 모든 보호센터에서 보호되는 자이언트판다는 약 400여 마리였는데, 그 모든 동물이 위험했기 때문이었다.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 특수한 야생동물용 홍역백신을 맞는 것이었다. 멸종위기에 처해 있는 자이언트판다를 보호하기 위해 수많은 사람이 돈을 모아 해외에서 약을 사서 전달했다. 다행히 친구들과 나는 주사를 맞고 개홍역 감염의 위험에서 벗어났다.
전 세계 자이언트판다는 야생에서 1800여 마리, 사육되는 개체로는 약 400여 마리가 있다. 우리는 아직도 멸종위기라고 한다. 특별한 외모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아 심각한 멸종위기에서는 겨우 벗어났지만, 여전히 서식지인 대나무숲은 부족하고 그 또한 인간들의 도로와 도시들로 가로막혀 단절되어 있다.
우리 자이언트판다는 대나무를 먹고 그 씨앗을 옮긴다. 대나무숲을 우산처럼 지켜주는 동물인 셈이다. 그 대나무숲에는 우리를 포함한 다양한 동물들이 살고 있다. 동물들이 멸종의 그늘에서 과연 벗어날 수 있을까? 나는 과연 야생으로 무사히 돌아갈 수 있을까?
함께 어울려 야생적응 훈련을 받는 자이언트판다들. 게티이미지뱅크
멸종위기 동물 보전의 상징 자이언트판다
희고 검은 털색에 검은 눈두덩이를 가진 귀엽고 특이한 외모의 자이언트판다는 심각한 멸종위기 동물이었습니다 . 특별한 외모 덕분인지 1천마리가 남은 절망적인 상황에서 중국정부를 비롯한 세계야생동물기금 (WWF) 등 보전기관들의 관심으로 적극적으로 보호되었습니다 . 다행히 그 결과 개체 수가 늘고 있지만 , 지난 2008년 발생한 쓰촨성 대지진 , 그리고 이후 발생한 개홍역바이러스 전염 등 그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문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
야생에서 자이언트판다 멸종 막을 길 없지만…
야생에서의 자이언트판다의 서식지는 개발로 인해 그 규모와 크기가 너무나 부족한 상태입니다 . 결과적으로 이제는 야생 상태에서 자이언트판다의 멸종을 막을 길이 없습니다 . 왜냐하면 개발된 땅에서 사람들을 아내고 도시와 농지를 부수어 동물에게 그 땅을 돌려줄 수 없기 때문입니다 . 결국 서식지가 아닌 사육으로라도 그 동물의 유전자를 지켜내야 하는 방법을 택하게 됩니다 . 자이언트판다종이 향후 안정적으로 이어지려면 최소 500개체 정도의 사육동물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 이런 서식지외 보전은 보호센터 및 동물원에서 이루어집니다 . 또한 , 자연재해나 질병감염 등의 사고를 대비하여 중국 내에도 여러 곳의 시설을 확보하거나 , 혹은 세계 각국에 분산하여 자이언트판다들의 미래를 보호하고 있습니다 .
마승애 동물행복연구소 공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