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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야생동물

반달가슴곰이 겨울잠에 빠져든 사이

등록 2018-12-28 17:38수정 2018-12-28 18:02

[애니멀피플]
동면 상태에서 출산하기도 하는 신비한 곰의 겨울
새봄에 깨어날 지리산 곰 위해 우리가 할 일은
야생 동물 옥죄는 올무 없는 자연 되돌려 주는 것
반달가슴곰은 동면하며 출산을 하기도 한다. 아기곰들은 오로지 엄마곰이 가진 영양분과 체온을 나누며 겨울을 버틴다. 게티이미지뱅크
반달가슴곰은 동면하며 출산을 하기도 한다. 아기곰들은 오로지 엄마곰이 가진 영양분과 체온을 나누며 겨울을 버틴다. 게티이미지뱅크
지리산 반달가슴곰들이 겨울잠을 잘 채비를 한다. 곰들의 행동권이 눈에 띄게 짧아지고 깊은 골짜기 바위틈에 숨었는지 우리의 수신기에도 그들의 신호가 잘 들리지 않는다. 생태 학습장에 있는 곰들은 몸이 많이 불었다. 먹이가 있어도 먹지 않고 연구원들이 다가가도 보는 둥 마는 둥 눈만 껌뻑거리고 있다. 곰이 겨울잠을 잔다는 것은 춥고 먹을 것이 없는 겨울을 보내기 위해 지난 가을 동안 열심히 살을 찌우며 준비를 잘 마쳤다는 뜻일 것이다.

많은 사람이 곰의 동면을 신기하게 생각한다. 그중 하나가 그렇게 큰 덩치로 어떻게 안 먹고 몇 달을 버텨낼 수 있냐는 것이다. 겨울은 춥기도 하지만 먹을거리가 없다. 오히려 먹을 것을 찾으러 다니는 데 에너지 소비가 더 많을 수 있다. 반달곰들은 도토리와 각종 열매를 먹고 몸속에 지방을 축적하여 평소보다 30% 이상의 살을 찌우고 털을 촘촘하게 해 겨울을 보낼 준비를 한다. 동면하는 동안에는 먹지 않고, 배설도 하지 않는다. 체내에 비축한 지방을 분해하며 살아가고, 노폐물을 재처리하여 신진대사를 최소화한다. 그래서 곰들에게 가을철 먹이량은 매우 중요한데 지리산이나 우리나라의 산림은 낙엽활엽수림, 참나무림 비율이 50%가 넘어 먹이 자원은 넉넉한 편이다.

또 하나 신기한 것은 곰은 겨울잠을 자는 중에 새끼를 출산한다. 6∼8월 사이 짝짓기를 한 후 몸에 착상되지 않은 상태로 지내다가 12월이 되어서야 자궁에 착상한다. 가을철 충분한 먹이섭취와 엄마 몸을 만드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이렇게 임신을 하고 거의 1∼2개월 만에 새끼를 낳는다. 자기 몸도 가누기 힘든 시기에 새끼를 낳아 어미곰의 영양분만으로 새끼곰을 키운다. 어미곰은 새끼곰들의 털이 복슬복슬해질 때까지 품에서 놓지를 않는다. 새끼곰이 추위에 떨까 봐 뒷다리에 올리고 앞발로 쓰다듬으며 몸을 구부정하게 웅크린 채로 새끼를 길러낸다. 이런 습성 때문에 생태 학습장의 곰들이 새끼를 낳았을 때도, 2월이 다 지나도록 어미곰이 새끼를 낳았는지 종복원기술원 직원들이 눈치채지 못할 때도 있다.

이렇게 신비한 겨울 활동을 하는 곰들은 어디에서 잠을 자고 추운 겨울을 이겨낼까? 곰은 겨울잠을 자기 위해 대부분 오래된 나무의 밑동을 이용하거나 바위굴을 이용하고 어떤 개체는 조릿대 숲에서 겨울을 보내기도 한다. 평균적으로 해발 1천 미터 높이에서 동면한다. 낮은 지역으로 내려오는 게 더 따뜻하지 않을까 생각되지만 곰에게 더 중요한 것은 몇 도 차이보다는 안전하고 조용히 지낼 수 있는 그들만의 공간이 필요한 것 같다.

야생의 곰이 겨울을 나는 바위굴. 환경부 제공
야생의 곰이 겨울을 나는 바위굴. 환경부 제공
노지에서 동면했던 한 개체가 종복원기술원이 설치해둔 무인카메라에 잡혔다. 환경부 제공
노지에서 동면했던 한 개체가 종복원기술원이 설치해둔 무인카메라에 잡혔다. 환경부 제공
곰의 겨울잠은 새로운 봄을 맞기 위한 자연의 순리에 적응한 현상이다. 곰이 동면하는 사이, 겨울에는 사람들도 조금은 움츠리며 한 해를 마무리하고 조용하고 차분한 시간을 보낸다. 새해 구상을 하고 새 학기를 준비하며 새봄을 기다린다. 사람도 곰도 새봄이라는 희망을 품고 겨울잠을 자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온 세상이 평화롭게 새봄을 기다릴 때에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야생 동물을 밀렵하기 위해 동물이 다니는 길목에 올무를 설치하는 사람들이다. 여전히 올무는 뒷동산에도 있고, 깊은 산골짜기 동물이 다니는 길목에 남아있기도 하고, 새로 놓이기도 있다. 곰들은 겨울잠을 자고 나면 먹이를 찾아 자연스럽게 산밑으로 내려오기 마련이다. 그 길에는 사람들이 지난해 가을부터 설치한 올무들이 여기저기 놓여 있을 수 있다. 물론 거기에는 멧돼지도 노루도 오소리도 걸려들 수 있다.

반달곰이 겨울잠을 자는 사이 새봄을 기다리며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이 하나 있다면 지리산자락에서 멀리 수도산까지, 올무 없는 서식지를 준비하는 데 힘을 보태는 것이다. 환경부 국립공원 종복원기술원 직원들은 곰이 동면할 때에도 분주하기만 하다. 곰을 괴롭히는 올무를 하나라도 더 걷기 위해 산을 헤매야 한다. 매년 겨울 밀렵 도구 수거 행사 뉴스는 반복적으로 나오고, 올무도 반복적으로 거둬진다. 이제 그만 올무 없는 자연으로 되돌려 줄 때도 된 것 같다. 이번 겨울에는 곰도 사람도 자연의 순리에 맞게 겨울을 지내면 좋겠다.

2018년 봄은 우리 곰들이 교통사고로, 올무로 분산 활동에 큰 제약이 있었던 한해였다. 교통사고를 당했던 KM-53과 올무에 희생된 KM-55가 지리산을 넘어 새로운 서식지에서 자유롭게 활동했다면, 그들 뒤를 따라 갈려던 새로운 친구들이 기다리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희망의 새봄을 맞이하는 것은 사람뿐만 아니라 온 대지의 생명에게 주어진 권리이다. 그래서 2019년 봄에는 멀리 수도산에 가있는 KM-53이나 지리산자락에서 새로운 환경을 찾아 나서는 반달곰들이 무사히 영역을 넓혀나가 꿈을 접는 일이 없기를 바라며 모든 야생동물에게도 희망과 함께하는 봄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종복원기술원 남부센터장 문광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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