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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야생동물

돌아온 수달…우리에겐 거리가 필요해

등록 2019-01-07 12:01수정 2019-01-07 16:08

[애니멀피플] 마승애의 내 이웃의 동물
자연 생태계 회복되며 마을에 나타난 수달
동네 주민 이목 집중되며 오히려 서식지 해쳐
자연이 회복되면서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 동물인 수달이 사람 주변에서 조금씩 눈에 띄고 있다. 서울동물원 제공
자연이 회복되면서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 동물인 수달이 사람 주변에서 조금씩 눈에 띄고 있다. 서울동물원 제공
“엄마! 저기 커다란 뭔가가 헤엄치고 있어!”

강가를 산책하던 중 아이가 갑자기 흥분한 듯 소리쳤다. 처음엔 물고기라도 발견한 것이겠거니 했다. 별 기대 없이 아이의 손가락 끝을 따라 건너편 강기슭을 바라봤다. 그런데 이럴 수가. 한때 멸종돼 우리 강에서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않던 천연기념물 수달이었다. 흥분하여 급히 핸드폰을 꺼내 수달의 모습을 찍어댔다. 하지만 워낙 먼 거리여서 흔적만 겨우 남았을 뿐이었다. 다시 쳐다보았지만 수달은 멀리 헤엄쳐 가버렸다.

그런데 알고 보니 수달을 발견한 것은 우리뿐이 아니었다. 어미와 새끼 2마리로 이루어진 수달 가족은 이미 한 달 전부터 온 마을 사람들에게 목격됐다.

“우와 너무 귀여워! 아기 수달 봤어? 난 진짜 가까이서 봤다니까.”

“난 엄마랑 아기 수달이 모여 모래톱에서 잉어 잡아먹는 것도 봤어!”

“선생님 말씀으로는 수달이 우리 강에 돌아왔다는 건 우리 마을의 자연이 그만큼 회복되었다는 뜻이래.”

마을 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수달 이야기로 꽃을 피웠다. 유명해진 수달은 결국, 신문에도 등장했다. 하지만 그때부터 나는 걱정이 시작되었다. 신문 기사 때문에 소문이 나고, 사람들이 많이 몰려 오면 수달에게 위협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며칠이 지났다.

“엄마 수달 보러 산책가요!” 아이들이 졸라댔다.

“그래, 조용히 근처를 걸어보자. 수달을 방해하지 않기로 약속해야 해!”

다짐을 받고는 강가에 나가보는데, 한쪽 강기슭이 무언가 이상해 보였다.

“뭐지? 여기가 왜 이렇게 되었지?”

아이가 먼저 알아차렸다.

“여기 있던 풀들이 모두 없어져 버렸어요. 마치 누가 뽑거나 베어버린 것 같아요”

“강가의 잡풀 정비 작업을 한 모양이야. 사람들 산책로 정비한답시고 무성했던 야생풀을 정리해버린 게지.”

“여기 봐봐. 이건 수달의 똥이야. 이곳은 수달들이 수풀 사이에 몸을 숨기거나 자주 다니던 이동 통로였던 것 같구나.”

잘린 수풀 바닥엔 꽤 시간이 지난 듯한 수달의 배설물이 널려있었다.

“아. 정말 그러네. 이제 수달들은 어디에 숨는 거예요? 그런데, 엄마 저기는 사람들이 다니는 주변도 아닌데 풀들이 뽑혀있어요!”

“일부 몰지각한 사진 작가들이 수달 사진을 찍겠다고 잘 자란 풀들을 통째로 뽑은 모양이다.”

“정말 나쁜 사람들이야. 수십 년 만에 돌아온 수달이 귀하고 고맙다더니 이게 뭐예요. 수달이 살 곳을 다 망가뜨려 버리고…. 이제 수달들은 못 살겠다고 다 이사가 버렸겠어요.”

아이의 말대로 이사를 가버렸는지 수달은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우리는 실망한 채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호기심이 많은 수달은 사람이 가까이 와도 낯을 가리지 않는다. 하지만 성격 때문에 오히려 생존에 위협을 받기도 한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제공
호기심이 많은 수달은 사람이 가까이 와도 낯을 가리지 않는다. 하지만 성격 때문에 오히려 생존에 위협을 받기도 한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제공
약 일주일이 지난 후 오랜만에 지인이 찾아왔다.

“오랜만에 뵈어요. 수달 때문에 오셨나 봐요.”

우리 연구소로 찾아오신 그분은 오래도록 환경운동을 하시는 지역의 전문가였다.

“네. 선생님, 아무래도 좀 도움을 주셔야겠습니다. 결국 안타까운 상황까지 생기고 말았어요.”

이야기를 시작하려는데, 마침 아이가 연구소로 놀러 왔다.

“아저씨! 오랜만에 뵈어요! 잘 지내셨어요? 그런데 안타까운 일이라니요?”

“아, 아직 발표는 안 되었지만, 얼마 전 강가 도로에서 수달 한 마리가 로드킬당하고 말았단다.”

“예에? 잘 이사 간 게 아니었어요?”

아이는 울상을 지었다.

“아마도 이사를 하려다가 마땅한 길을 찾지 못해 그렇게 된 듯하구나.”

“이제 어떡해요. 너무 불쌍해요.”

“나머지 수달들이라도 잘 살 수 있게 이제라도 환경을 만들어줘야지. 그래서 엄마네 연구소에 도움을 요청하러 왔단다.”

“어떻게 하실 건데요?”

“수달을 보호하려면 그 환경을 만들어줘야 하지. 그전에 우선 수달들이 어디 어디 몇 마리가 살고 있는지 알아야만 해.”

“아! 그렇군요. 어디 사는지 알고 나면 그쪽엔 저번처럼 풀을 베어내지 못하게 하면 되겠어요. 못된 사진작가들도 들어가지 못하게 하고요!”

“그래! 맞았어. 바로 그거야. 하지만 더 해야 할 일이 많단다.”

“뭔데요?”

“수달이 먹이를 잘 잡아먹을 수 있도록 쓰레기도 치워주어야 해. 길을 건널 수 있게 생태통로도 만들어 주어야 하고.”

“아. 맞아요. 저번에 물새들이 버려진 그물에 걸려서 다친 것을 봤어요. 수달도 그럴 수 있다는 거죠?

“그래 네가 참 잘 아는구나. 너도 가끔 도와줄 수 있겠지?”

“네! 친구들이랑 같이 강가에 쓰레기들을 치울게요. 강가가 깨끗해지고 수풀이 다시 자라면 수달들이 돌아와 줄 수 있겠죠? 수달을 꼭 다시 보고 싶어요!”

차라리 관심을 주지 마세요!

최근 자연이 회복되면서 멸종위기종인 천연기념물 수달도 서울 한강 등 도심에 까지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습성상 사람을 덜 두려워하는 수달은 사람 근처에도 자주 나타나는데, 귀여운 외모 때문에 종종 너무 큰 관심을 받아 오히려 그 생존까지 위협받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사진을 찍겠다고 근처 수풀을 훼손하는 행위는 수달의 집을 부수는 것과 같습니다. 수달이 좋다면 수달이 걱정 없이 스스로 잘 살 수 있도록 적당한 거리를 유지해주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돌아온 수달을 지켜 내려면?

돌아온 수달이 우리 근처에서 다시 살아가게 하려면 여러 가지 환경 요소를 가꾸어야 합니다. 첫째로, 풍부하고 안전한 먹이가 필요한데요. 물고기 사냥꾼인 수달은 하루에도 3~4kg의 물고기를 잡아먹습니다. 물고기를 잡기 위해 헤엄을 치던 중 간혹 수달이 낚싯바늘이나 그물에 걸려 죽거나 다치는 경우가 있습니다. 물 속과 강가 주변의 쓰레기를 치워줘야 합니다. 그리고 먹이 동물들이 농약 등 화학약품에 최대한 노출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상위포식자인 수달은 이러한 화학 성분이 몸에 농축되면 더 위험한 상황이 될 수 있습니다.

둘째로는 주변의 환경입니다. 수달은 스스로 구멍을 못 파서 바위틈이나 나무 뿌리 밑 등에 풀을 깔고 보금자리를 만듭니다. 보금자리는 여러 군데를 만들어 땅이나 물속을 왔다 갔다 할 수 있도록 하는데, 만약 강 둘레를 시멘트로 막아버리거나 수풀을 모두 제거해버린다면 수달이 살 곳을 잃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다른 동물들과 마찬가지로 수달은 독립하거나 짝을 찾거나 먹이를 찾아다니면서 이동을 하게 됩니다. 사람의 편의를 위해 수없이 많이 나 있는 도로에서 수달의 로드킬은 자주 일어납니다. 생태통로 만들기, 반사경 설치하기, 수달 사는 지역에서 차량 속도 줄이기와 같은 수달을 위한 배려가 필요합니다.

마승애 동물행복연구소 공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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