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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야생동물

“사과가 제일 좋아”…사육장 구출 곰의 생애 첫 생일상

등록 2019-01-11 11:06수정 2019-01-11 16:17

[애니멀피플] 반달곰 구출 프로젝트 ③
웅담 채취용 사육곰 반이, 달이, 곰이…사육장 나온 뒤 한달
정형 행동 줄고 새 환경에 적응 중…“잘 먹고 활동적”
10일 오전 충북 청주시 청주동물원에서 반달가슴곰 반이가 음식을 먹고 있다. 웅담 채취 사육장에서 구출된 반이는 이날 태어나 처음 생일 축하를 받았다.
10일 오전 충북 청주시 청주동물원에서 반달가슴곰 반이가 음식을 먹고 있다. 웅담 채취 사육장에서 구출된 반이는 이날 태어나 처음 생일 축하를 받았다.
“농장 밖에서 맞는 첫번째 생일 축하해.”

1월10일 오전 10시, 충북 청주동물원 곰사에서 작은 생일 파티가 열렸다. 이날은 반달가슴곰 반이와 달이의 다섯번째 생일이자, 동물원에서 맞는 첫 생일이었다.

식사 메뉴 중 반이가 가장 좋아하는 사과에 생일 축하 메시지를 쓴 장식품이 꽂혔다. 곰사를 관리하는 권혁범 사육사를 비롯해 지난달 곰들을 사육장에서 동물원으로 이송한 수의사 김정호 청주동물원 사육팀장과 녹색연합 활동가들이 곰들의 생일을 축하했다.

반달가슴곰 반이, 달이, 전주동물원에 사는 곰이, 그리고 여전히 동해시 사육곰 농장에 남은 들이는 2014년 1월10일께 강원도 동해시의 웅담 채취용 사육곰 농가에서 태어났다. 태어난 날짜가 정확하지 않은 까닭은, ‘어차피’ 웅담 채취용 곰이기 때문에 생일 같은 건 중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1월10일은 농장주가 이들 곰의 개체 이력 카드를 처음 작성한 날짜다.

반달가슴곰 반이가 문에 앞발을 걸친 채 활동가와 기자 등 동물원을 찾은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다.
반달가슴곰 반이가 문에 앞발을 걸친 채 활동가와 기자 등 동물원을 찾은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다.
반이, 달이, 곰이는 꼭 한 달 전인 지난해 12월7일 사육곰 농장에서 구출됐다. 시민들의 후원으로 녹색연합이 사육곰 농장에 사는 세 마리 곰을 매입해 청주동물원과 전주동물원으로 이송했다.(관련 기사 ▶처음 먹는 사과 한쪽…사육곰들의 긴 여행이 시작됐다) 철창을 벗어난 지 한 달, 곰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매직펜으로 커다랗게 ‘곰’이라고 쓴 양동이가 내실 밖 바닥에 놓이자 반이와 달이가 코와 입으로 “푸르르” 소리를 내며 흥분했다. 둘은 현재 분리된 사육동에서 지낸다.

철창을 사이에 두고 익숙한 사이지만, 섣불리 합사했다간 싸움이 일어날 수도 있으므로 둘뿐만 아니라 기존에 청주동물원에 있던 다른 곰들과도 아직 방을 나눠 쓰지 않는다.

반달가슴곰 달이가 아침 식사 시간이 되자 흥분해서 철창에 매달려 오르고 있다.
반달가슴곰 달이가 아침 식사 시간이 되자 흥분해서 철창에 매달려 오르고 있다.
권혁범 사육사가 반이가 지내는 내실 바깥 방사장에 음식들을 쏟아부었다. 곰들은 하루에 한 번, 매일 오전 10시께 식사를 한다. 사과, 동태, 전갱이, 메추리알, 생닭, 곰 전용 사료, 밀웜 등 한 상이 차려졌다.

생일이라고 특식을 차린 것은 아니었다. 곰들은 매일 건사료를 비롯해 생닭과 과일 등 신선한 음식을 함께 먹는다. 사육장에서 5년 가까이, 정량의 3분의 1밖에 먹지 못했던 개 사료에 비하면 식단이 매우 풍성해진 셈이다.

반이가 먼저 밥을 먹었다. 사과에 가장 먼저 입을 댔다. 반이는 처음 청주동물원에 온 지난달에도, 동물원이 마련한 첫 식사에서 유독 사과를 맛있게 먹었다. 형제인 반이와 달이는 식성이 닮았다.

“다른 곰들은 당근과 고구마를 좋아하는데, 얘네들은 잘 안 먹더라고요.” 권혁범 수의사가 말했다. 반이는 사과와 생선을 차례로 먹은 뒤, 생닭을 입에 물고 내사로 들어갔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닭은 꼭 사람들의 시선이 잘 닿지 않는 내사에 들어가서 먹는다고 한다.

달이는 메추리알부터 깨물었다. 다음으로 사과를 씹었다. 달이도 반이처럼 닭을 소중하게 입에 물고 내사로 들어갔다. 두 마리는 바닥에 남은 밀웜 한 마리까지 깨끗하게 훑은 다음, 만족한 듯 밥 먹은 자리를 한 바퀴 돌고 내사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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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보호’는 언제 끝날까

곰들은 전보다 살이 붙고, 털에도 윤기가 흘러 보였다. 사육장에서 잘 못 먹고 자란 두 마리는 만 5세의 성체지만, 덩치는 다른 반달가슴곰의 절반밖에 되지 않았다. 김정호 사육팀장은 체중과 건강 상태에 대한 질문에 “건강검진 전이라 체중이 정확히 얼마만큼 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잘 먹고 활동적”이라고 말했다.

이날 동물들에게 제공된 생일 음식. 동물원으로 이사 온 곰들은 매일 생닭, 밀웜, 신선한 과일 등을 사료와 함께 먹는다고 했다.
이날 동물들에게 제공된 생일 음식. 동물원으로 이사 온 곰들은 매일 생닭, 밀웜, 신선한 과일 등을 사료와 함께 먹는다고 했다.
정형 행동도 눈에 띄게 줄었다. 곰들은 지난달 구출 당시, 내내 고개를 흔들고 사육장 내부를 빙글빙글 맴도는 정형 행동을 심하게 하고 있었다. 김 사육팀장은 “정형 행동은 굳어져 완전히 개선되긴 어렵지만, 전에 비하면 빈도가 줄었다”고 설명했다.

식사를 마친 곰들은 내사와 방사장을 오가며 시간을 보냈다. 겨울철인 데다 평일 오전 시간이라 관람객 한 명 없는 동물원은 이따금 사자가 으르렁 소리를 낼 때 빼고는 고요했다. 날씨 탓인지 콘크리트 벽의 사육장들이 유독 삭막해 보였다.

청주동물원은 다가오는 봄이면 곰사를 개선하는 공사를 할 계획이다. 김 사육팀장은 “동물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때는 종의 특성을 무시한 채 무조건 담을 높이 쌓고 덮어씌워 막으려고만 했는데, 이제는 그런 (가두는) 시설을 하지 않고도 사육사를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개인적으로 국내 동물원도 결국 토종 동물 생추어리 비슷하게 가야 하지 않나 고민을 한다”고도 말했다.

녹색연합 임태영 활동가는 시민 모금액이 곰 한 마리를 더 매입할 수 있을 만큼 남아 있어 이들 남매 가운데 남은 한 마리인 들이를 받아줄 동물원을 다시 적극적으로 찾아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달이가 나와 있는 방사장 앞에 ‘사육곰 출신인 이 곰은 전시관람용 곰이 아니며, 임시보호 개념으로 동물원에서 지낸다’는 내용의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언제쯤 이 동물들의 이름 앞에 아무런 목적이 붙지 않는 날이 올까.

청주/글·사진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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