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시 상록구 보건소에서 쥐약을 살포해 길고양이가 피해를 당하였다는 항의 민원이 쏟아졌다. 현재 보건소 쪽은 쥐약을 전량 수거 중이다. 게티이미지뱅크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 상록수보건소에서 관할 지역 내 공원, 녹지 등에 쥐약을 살포했다가 주민 항의로 수거하는 일이 벌어졌다.
상록수보건소는 지난 1월16일부터 2월22일까지 상록구 일대 배수구, 녹지, 숲길 등에 쥐약을 살포했다. 지역구 내 31곳에 한 포당 30알이 든 쥐약 1천포를 뿌렸다. 지난 3월14일 길고양이 구조를 하다 이를 발견한 주민들의 항의로 현재는 전량 수거 중이다.
‘애니멀피플’에 상황을 제보한 상록구 주민 김아무개(48)씨는 “14일 몸이 아픈 길고양이를 구조하던 중 밥 자리 주변에 놓인 알사탕 크기의 하늘색 물체 여러 개를 발견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인근 지역에서 밥을 주는) 캣맘들과 밥 자리 4곳을 살펴본 결과 급식대가 있는 곳 주변에 다량 뿌려져 있었다. 길고양이들은 사람이 없는 시간에 나와 밥을 먹기 때문에 개체 수를 정확히 파악하긴 어렵지만, 10마리 정도 먹고 가는 급식대에 사료가 평소보다 70~80% 이상 남아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특히 어린 고양이의 경우 호기심이 많아 의심하지 않고 쥐약을 먹었을 것”이라고 말하며 최근 폐사한 개체 3마리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주민들은 죽은 고양이 가운데 한 마리는 17일 경찰 과학수사대에 의뢰했고, 폐사 원인을 파악할 예정이다.
상록수보건소 관계자는 22일 애피와의 통화에서 “안산은 도농 지역이라 쥐가 많이 출몰해 민원이 자주 들어오는 편이다. 그런 와중에 지난 1월 지역구 내에서 홍역 확진자가 나오면서 감염병 예방과 관련한 전반적인 관리를 위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예년에는 없었던 쥐약 다량 살포는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건소가 살포한 쥐약은 혈액 응고를 억제하는 플루코마펜 성분이 함유된 약품이다. 제품 설명서에는 “쓴맛의 약제를 포함해 사람이나 애완동물에게는 호식도가 낮아 인축의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쓰여있는 한편 ”독극물이라는 표시가 되어 있는 용기에 담아 다른 포유동물이 접근할 수 없는 곳에 놓아둘 것, 소·돼지 등 가축 및 개, 고양이 등 다른 동물과 접촉할 수 있는 상황에서는 사용하지 말 것”이라고 쓰여 있다.
질병관리본부의 ‘설치류 매개감염병 관리지침’에도 “질병 발생을 억제하기 위해 살서제를 이용할 때 다른 동물에게는 치명적인 피해를 줄 가능성이 커 제한적으로 사용”하라고 쓰여 있다.
보건소 쪽은 “쥐만 들어가서 쥐약을 먹을 수 있는 쥐잡이통을 사용했어야 하는데, 그 부분을 간과했다. 큰 실수가 있었다”며 잘못을 인정했다. 더불어 “민원이 들어온 즉시 구청과 인근 보건소의 인력 지원을 받아 수거에 나섰다”고 말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인근 안양 지역에서도 플루코마펜 성분이 든 쥐약 배포 사업을 중단하는 일이 벌어졌다. 안양시캣맘대디협의회 관계자는 “시내에 걸린 현수막을 보고 배포 전 사전 교육을 반드시 해달라고 민원을 했으나 교육 없이 배포되어 만안구청에 직접 찾아가 쥐트랩을 (포함시켜 쥐약을 배포할 것을) 건의했다”고 밝혔다. 안양시 만안구청 관계자는 “(주민 항의가 많아) 사실상 배포가 완전히 중단됐다. 대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