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대명 제주동물테마파크 사업 중단 촉구 기자회견에 나선 아이들.
“도지사님, 안녕하세요. 저는 함덕초등학교 선인분교 4학년 꽃님반 김OO입니다. 제가 왜 이 편지를 쓰게 됐냐면, 선흘에 동물원을 짓게 돼서입니다. (…) 저는 동물원을 짓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동물이 우리에만 있고 평화롭게 못 살아서, 제가 동물원에 놀러 가면 동물들을 보고 불쌍하고 안쓰러울 것 같습니다.”
“동물들은 넓은 초원, 더운 지역을 원합니다. 근데 우리에 갇혀서 사람들한테 보이게 하면 스트레스받아 죽을 때가 많아요.”
27일 오전 제주 조천읍 선흘2리 마을 주민들은 제주도의회에서 제주동물테마파크 사업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 회견을 가졌다. 제주 동물테마파크 조성 예정지 인근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도 나섰다. 함덕초등학교 선인분교 아이들은 편지를 써 낭독하고 원희룡 도지사에게 전달했다.
제주동물테마파크는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 곶자왈 인근 58만㎡(약 17만평)를 대상으로 하는 대형 동물원이다. 2007년 말 중심 테마파크를 조성할 계획으로 시작됐으나 2016년 대명레저산업이 사업을 인수하면서 사파리 조성사업으로 내용이 변경됐다.
주민들은 도에 △제주동물테마파크 사업 승인 절차 중단 △승인 과정 전반의 정보 공개 △주민, 전문가, 언론이 참여하는 공청회 실시 등을 요구했다. 더불어 “제주를 찾는 사람들이 보고 싶은 것은 열대지방의 동물이 잡혀 와 고통을 당하는 살풍경이 아니라, 제주만이 가지고 있는 제주다운 자연환경”일 것이라고 주장하며 “이런 동물들을 살던 곳에서 잡아와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은 그 자체로 동물 학대이자 동물권을 보호하는 흐름을 거스르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