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은 길고양이 출산율이 급증하는 ‘아깽이 대란’이 시작되는 시기다. 게티이미지뱅크
4월은 길고양이들의 출산이 시작되는 달입니다. 깊은 밤 어디서 새어 나오는지 모를 가련한 아기 고양이 울음소리를 듣거나 사람 눈을 피해 먹이를 물고 바쁜 걸음으로 어딘가를 향하는 어미 고양이를 본 적이 있나요? 매년 4~6월 무렵 새끼 고양이들이 대거 태어나는 이 시기를 일컬어 ‘아깽이 대란’이라고 합니다. 길에서 와르르 태어나는 새 생명을 위해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요? 길고양이 사진가이자 ‘캣대디’이기도 한 김하연 작가에게 아깽이 대란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를 물었습니다.
Q. 4, 5월을 아깽이 대란 시기라고 부르는 이유가 있나요?
A. 어미 고양이들은 새끼 고양이들이 생존율이 높을 때 출산을 합니다. 겨울을 무사히 보낸 다음, 날씨가 풀리고 장마가 시작되기 전에 아이를 낳고, 길러야 하는 거죠. 그 시기가 대체로 4~5월, 늦으면 6월까지 이어져요. 고양이는 철저한 모계 사회라 출산부터 육아까지 모두 어미 고양이가 해냅니다. 어미 고양이들은 새끼를, 짧게 3개월 길게는 6~7개월 정도 데리고 있다가 독립시킵니다.
Q. 새끼가 태어나고 며칠째 엄마 고양이가 보이지 않아요. 아기 고양이들을 구조해야 하나요?
A. 새끼 고양이들이 울고 있다고 ‘냥줍’하는 건 금물입니다. 적어도 이틀을 기다려보세요. 어미가 먹이 활동이 잘 안 되면 외출이 길어질 때도 있거든요. 보통은 하루 안에 돌아오지만 그 이상이 될 때도 있어요.
Q. 엄마 고양이를 기다리는 동안 새끼 고양이들에게 밥을 줘도 될까요?
A. 새끼들을 지켜보기만 하는 게 괴롭다는 건 알지만 어미가 없는 동안 새끼들에게 먹이를 주는 행동도 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새끼들에게 사람 냄새가 묻거든요. 어미가 낯선 냄새를 맡고 새끼를 버리고 도망갈 수도 있어요.
고양이 가족이 지내는 곳 가까운 장소에 급식소가 마련돼 있다면 새끼 고양이의 생존 가능성이 매우 커진다. 게티이미지뱅크
Q. 엄마가 나타나지 않아 혼자 있는 아기 고양이를 구조하게 되면 무엇을 해야 하나요?
A. 무조건 병원으로 갑니다. 고양이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그런데 구조에 앞서 더 중요한 게 있어요. 자신이 새끼 고양이를 품을 수 있는 상황인지 판단하는 겁니다. 예를 들어 태어난 지 한 달 된 새끼 고양이 4마리를 구조했다면, 일상생활이 불가능하다고 보면 됩니다. 돌아가며 2시간에 한 번씩 분유를 줘야 하니까요. 새끼 고양이가 구조된 다음 잘못되는 경우도 많아요. 측은지심만 가지고 접근해서는 구조자의 삶도 무너질 수 있어요. 지역에 품을 나눠 함께 도와줄 사람이 있거나 구조-임시 보호-입양까지 해결할 수 있다는 판단이 서면 구조를 하세요.
Q. 엄마 고양이가 몹시 쇠약해 보여요.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요?
A. 고양이들이 지내는 곳 근처에 물, 사료, 간식을 둔 급식소를 설치하면 어미에게도 새끼에게도 도움이 돼요. 엄마 고양이는 가깝고 안전한 밥 자리에서 안정적으로 영양 보충을 할 수 있고, 먹이 활동을 하러 멀리 가지 않아도 됩니다. 새끼 고양이가 엄마 고양이와 함께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생존율이 올라갑니다. 경험적으로 급식소가 근처에 있는 경우, 온 가족이 살아 있는 걸 본 적이 많아요. 함께 있는 시간이 많으면 엄마가 그루밍해줄 수 있는 시간도 많아진다는 뜻이고, 새끼들이 엄마 고양이가 없는 동안 잘못될 가능성도 작아지니까요.
새끼 고양이들은 엄마 고양이로부터 독립하기 전까지, 사회성을 기르고 먹이 활동하는 법을 배운다. 게티이미지뱅크
Q. 독립하기 전까지 새끼 고양이는 엄마에게 무엇을 배우나요?
A. 같은 길 생활일지라도 고양이가 어떤 환경에 처해있느냐에 따라 배우는 게 달라요. 고양이가 살기 척박한 곳이라면 엄마 고양이들은 새끼 고양이가 사람에게 함부로 다가가지 못하게 가르쳐요. 살기 좋은 곳이라면 영역을 물려주고 엄마가 떠나기도 해요. 먹이 활동을 알려주는 건 필수적이에요. 새끼를 독립시키기 전, 엄마 고양이는 아이들을 데리고 밥 자리를 찾아와요. 고정된 급식소가 없는 아이들은 쓰레기장에 새끼들을 데리고 오기도 해요. 새끼들이 먹이를 찾아서 먹는 모습을 엄마는 한발 떨어져서 지켜보곤 하죠.
Q. 만약 공동 주택이나 회사 건물에서 고양이가 몸을 풀었는데, 같은 건물을 쓰는 주민 가운데 고양이를 몹시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슬기롭게 공존하는 방법이 있을까요?
A. 보살피는 사람이 논리와 감성을 동원한 전투력을 가져야 해요. 그리고 절대, 사람들 몰래 밥을 주거나 돌보는 일은 없도록 합니다. 빌라나 상가 건물의 주차장이나 마당은 사유지인 동시에 같은 건물을 쓰는 사람들의 공유지이기도 하기 때문이에요. 아기 고양이들은 주머니 속의 바늘 같아서 사람 마음대로 움직이는 게 아니에요. 배변도 하고, 냄새도 날 거고, 소음이 생길 수도 있어요. 정보를 가지고 사람들을 설득해야 해요.
엄마 고양이가 새끼 고양이를 독립시키는 데는 3~6개월이 걸려요. 그 시간 안에 고양이를 쫓아내면 새끼들이 죽을 확률이 높아요. 정해진 기간만큼 고양이를 돌보겠다고 말하세요. 그리고 고양이들은 새끼를 낳고 이소하는 경우가 있어요. 대부분 한두 차례 자리를 바꿔 새끼를 돌봐요. 그러니 “길어야 2~3달, 고양이 가족에게 밥을 주고 주변 청소를 잘하겠다, 새끼들이 독립하고 나면 구청에 TNR(길고양이 중성화 수술)을 신청해서 하겠다”고 약속하고 협의하는 게 좋아요. 그리고 공유지에서 고양이를 돌보게 된다면, 화장실을 꼭 마련해두는 게 도움이 돼요. 고양이는 화장실만 갖춰져 있다면 기어코 거기에 가서 배변하니 사람들 사이에 분쟁을 줄일 여지가 생기죠.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