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도에서만 번식하는 것으로 알려진 노랑부리백로와 저어새가 사람이 사는 백령도에서 최초로 번식에 성공했다.
환경부와 한강유역환경청(이하 한강청)은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 노랑부리백로와 저어새가 사람이 사는 국내 섬에서 처음 관찰됐다고 9일 전했다.
한강청 생태계 변화관찰 조사단은 지난해 5일부터 실시한 ‘백령도 생태계 변화관찰’을 통해 노랑부리백로 19쌍(번식 둥지 확인)이 번식에 성공한 것을 확인했다. 노랑부리백로 번식지 주변에서 저어새 3쌍이 둥지를 지어 새끼 3마리씩(총 9마리)을 기른 모습도 함께 확인됐다.
노랑부리백로 백령도 번식지 전경. 환경부 제공
백로과 여름 철새인 노랑부리백로는 국제자연보전연맹 적색목록에서도 취약(VU, Vulnerable) 범주에 포함되는 국제적인 보호조류로 세계적으로 3,000~4,000마리 정도밖에 남아있지 않다. 한반도 서해안 일부와 중국 동남부, 러시아 남부의 두만강 접경 지역 무인도에서 주로 번식한다. 조사단은 이번 관찰로 노랑부리백로 19개 둥지에서 최소 40여 마리 이상의 새끼를 확인했으며, 정밀 조사에 따른 인간의 간섭으로 번식지 포기를 방지하기 위해 정확한 개체 수 파악은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번 관찰을 통해 총 9마리의 번식을 확인한 저어새도 국제자연보전연맹 적색목록에서 위기(EN, Endangered)의 범주로 평가받는 국제적인 보호조류다. 저어새는 동아시아 지역에서만 서식하고 있으며, 세계적으로 알려진 번식지는 한반도 서해안과 중국 동부의 무인도다. 홍콩조류협회가 지난 지난해 실시한 국제 저어새 동시 조사(The International Black-faced Spoonbill Census 2018)에서 확인한 전 세계 개체군은 3,941마리로 알려졌다.
백령도 번식에 성공한 저어새 성조와 새끼. 환경부 제공
조사단은 백령도에 번식하는 두 조류가 연평도 인근 구지도(무인도)에서 번식하던 일부가 백령도로 넘어왔을 거라고 보고 있다. 기존 번식지가 가치를 상실했거나, 포화상태로 새 번식지가 필요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현재까지 노랑부리백로와 저어새의 번식지는 인간의 간섭이 없는 무인도서 알려져 있어, 사람이 사는 유인도의 번식사례는 동물지리학적 측면에서 학술적 가치를 평가받을 전망이다.
나정균 한강유역환경청 청장은 “이번 생태계 변화관찰에서 확인된 멸종위기종의 번식지 발견은 우리나라 자연 생태계의 학술적 기초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앞으로 생물자원 보존을 위한 정책수립에 귀중한 자료로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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