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사업 후 금강에서 사라진 멸종위기종 흰수마자. 환경부 제공
4대강 보 개방 뒤 다양한 멸종위기종 야생생물들이 다시 강으로 돌아오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환경부와 국립생태원은 금강 본류에서 사라졌던 민물고기 ‘흰수마자’가 2012년 이후 처음으로 발견됐다고 17일 전했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 민물고기인 흰수마자는 2012년 4대강 사업 이후 자취를 감췄으나 4월 초 7년 만에 금강 세종보 하류에 나타난 것이다.
국립생태원 연구진은 ‘환경유전자를 활용한 담수어류 조사’ 과정에서 4월4일 금강 세종보 하류에서 흰수마자 1마리를 처음 발견했다. 다음날인 5일에는 ‘4대강 보 개방에 따른 수생생태계 변화 조사’를 수행하는 장민호 교수 연구진이 추가로 이곳 일대에서 흰수마자 4마리를 확인했다.
지난 4월5일 흰수마자 조사 장면. 환경부 제공
환경부 4대강 자연성 회복을 위한 조사평가단(이하 조사평가단)은 이번에 흰수마자가 발견된 지역은 세종보 하류 좌안 200~300m 지점으로, 보 개방 이후 모래 여울이 조성돼 기존 서식처와 유사한 환경이 조성된 곳이라고 전했다.
흰수마자는 모래가 쌓인 여울에 사는 잉엇과 어류로 한강, 임진강, 금강, 낙동강에 분포하는 우리나라 고유종이다. 그동안 4대강 사업과 내성천 영주댐 건설 등으로 모래층 노출 지역이 사라지면서 개체 수와 분포지역이 급감해왔다. 금강에서는 2000년대까지 강 본류인 대전에서 부여까지 흰수마자가 폭넓게 분포했으나, 보 완공 시점인 2012년 이후에는 본류에서 흰수마자를 볼 수 없었다.
조사평가단은 ‘흰수마자 귀향’의 주요 원인으로 세종보·공주보 완전 개방으로 대규모 모래 노출지 등 서식환경이 개선된 점을 꼽았다. 돌아온 야생생물은 물고기뿐이 아니다. 환경부가 지난해 2월 발표한 ‘4대강 11개 개방 관측(모니터링) 종합 분석 결과’에 따르면, 4대강 11개 보(금강 3개, 영산강 2개, 낙동강 5개) 개방 이후 모래톱 등 생태 공간이 확대되면서 물새류와 맹꽁이, 삵, 수달 등의 멸종위기 야생생물의 서식환경이 좋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강 이포보의 경우 개방 전월 대비 백로류의 개체 수가 11마리에서 129마리로 11.7배가 증가했다. 세종보, 창녕함안보에서는 물 흐름이 바른 곳에서 주로 서식하는 피라미, 참마자, 참몰 개 등 어류가 증가하고, 오염에 강한 참거머리, 물자라 등이 감소하는 등 수생생태계의 건강성이 향상된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 흰수마자 조사에 참여한 장민호 공주대 교수는 “지난해 1월 이후 세종보와 공주보의 완전 개방으로 물의 흐름이 빨라지면서 퇴적물이 씻겨 내려가고 강바닥에 모래가 드러나면서 흰수마자가 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다. 금강 주변의 작은 냇가에 살고 있던 일부 개체가 이동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