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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위기 한국표범 연해주서 122마리 확인

등록 2019-05-23 16:47수정 2019-05-23 17:43

[애니멀피플]
한때 30마리, ‘표범의 땅’ 국립공원 설립 뒤 증가세
‘표범의 땅’ 국립공원의 신갈나무 아래에서 햇볕을 쬐는 한국표범. ‘표범의 땅’ 국립공원 제공.
‘표범의 땅’ 국립공원의 신갈나무 아래에서 햇볕을 쬐는 한국표범. ‘표범의 땅’ 국립공원 제공.
한때 전 세계에 30마리 정도밖에 남지 않아 멸종 직전에 몰렸던 한국표범(아무르표범)이 러시아 연해주에 2012년 설립된 ‘표범의 땅 국립공원’에서 개체수를 4배 이상 늘려 현재 120마리 이상에 이르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이 국립공원에는 표범뿐 아니라 한국호랑이(시베리아호랑이, 아무르호랑이)도 크게 늘어 39마리가 서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도 2017년부터 ‘표범의 땅’ 국립공원 건너편 국경지대에 호랑이와 표범 보호를 위한 대규모 국립공원 조성에 나섰다. 경기도 면적의 1.4배인 1만4600㎢ 면적인 이 국립공원에는 호랑이 약 45마리가 사는 것으로 지난해 5월 밝혀졌다.

두만강 하류에 인접한 이들 지역은 앞으로 표범이 북한으로 서식지를 넓혀 나갈 토대이자 동북아 생태계의 요충지여서, 남·북한이 참여하는 생태환경 협력이 기대를 모으고 있다.

러시아의 ‘표범의 땅’ 국립공원과 중국 북동 호랑이·표범 국립공원 위치도. 한국범보전기금 제공.
러시아의 ‘표범의 땅’ 국립공원과 중국 북동 호랑이·표범 국립공원 위치도. 한국범보전기금 제공.
한국범보전기금(대표 이항 서울대 교수)이 25일 서울대 수의대에서 여는 ‘한국범 세미나’에 참가하는 빅토르 바르듀크 러시아 ‘표범의 땅’ 국립공원 원장은 23일 미리 공개한 발표문에서 이런 사실을 밝혔다. 그는 “국립공원 조성 이후 표범과 호랑이의 먹이동물에 대한 밀렵 감시를 강화하고 도로건설 계획을 터널로 변경하는 등 서식환경 개선에 노력한 결과 이런 성과가 나타났다”며 “불어난 표범과 호랑이가 국경을 넘어 중국 쪽 국립공원으로 확산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해주의 한국표범은 국경을 넘어 새롭게 조성된 중국 국립공원으로 퍼지고 있다. ‘표범의 땅’ 국립공원 제공.
연해주의 한국표범은 국경을 넘어 새롭게 조성된 중국 국립공원으로 퍼지고 있다. ‘표범의 땅’ 국립공원 제공.
표범의 한 아종인 한국표범은 과거 연해주 남부, 중국 동북부, 한반도에 걸쳐 널리 분포했으며, 그 가운데 한반도가 개체수나 서식밀도 면에서 가장 두드러진 분포의 중심지였다. 그러나 남획과 서식지 파괴로 살던 곳의 98%에서 사라져 대형 고양잇과 동물 가운데 세계적으로 가장 멸종 위험이 큰 동물로 꼽힌다. 남한에서는 1960년대까지만 포획 기록이 있을 뿐 멸종한 것으로 추정된다.

1963년 경남 합천군 묘산면에서 진돗개와 함께 새끼 표범을 돌로 잡은 주민 네 명이 동네 주민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1970년 경남 함안에서 표범이 잡혔다는 사진 기사가 일간지에 실리기도 했다.
1963년 경남 합천군 묘산면에서 진돗개와 함께 새끼 표범을 돌로 잡은 주민 네 명이 동네 주민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1970년 경남 함안에서 표범이 잡혔다는 사진 기사가 일간지에 실리기도 했다.
바르듀크 박사는 “2000년 러시아 쪽 표범 개체수는 모두 25마리로 멸종 직전에까지 몰렸지만 2012년 국립공원 설립 뒤 개체수가 불어 지난해에는 92마리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중국 국립공원의 개체수까지 합치면 2000년 30마리에서 2017년 122마리로 4배 이상 증가했다.

그는 가장 큰 증가 이유로 보호구역 확대를 꼽았다. 1995년 러시아에만 보호구역이 1240㎢ 있었지만 2017년에는 중국 쪽을 포함해 5541㎢로 4배 이상 늘었다. ‘표범의 땅’ 국립공원에는 400개의 무인카메라가 설치돼 있어 러시아 안에서 가장 촘촘한 모니터링 체계를 갖추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러시아(파랑)와 중국(빨강)의 한국호랑이 개체수 증가 추세. 보호구역 확장(오른쪽)에 따라 지난 20여년 사이 개체수(왼쪽)가 4배 이상 늘었다. 빅토르 바르듀크 제공.
러시아(파랑)와 중국(빨강)의 한국호랑이 개체수 증가 추세. 보호구역 확장(오른쪽)에 따라 지난 20여년 사이 개체수(왼쪽)가 4배 이상 늘었다. 빅토르 바르듀크 제공.
흥미롭게도 지난해 이 카메라에는 표범 암·수가 포함된 4마리가 북한과의 접경지역에 서식하는 모습이 촬영됐다. 러시아 공원 당국은 4월 김정은 위원장의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방문을 계기로 북한 당국에 호랑이와 표범 서식지 보존을 위한 협력사업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표범의 땅’ 국립공원 최남단인 북한과의 접경지역에서 무인카메라에 찍힌 표범 암·수. 빅토르 바르듀크 제공.
‘표범의 땅’ 국립공원 최남단인 북한과의 접경지역에서 무인카메라에 찍힌 표범 암·수. 빅토르 바르듀크 제공.
한국호랑이 보전에 관해 발표하는 유리 달만 세계자연기금(WWF) 아무르지사 수석 고문은 “1940년대 50마리 수준으로 떨어졌던 호랑이 개체수가 차츰 늘어나 가장 최근의 조사인 2015년 발자국 조사에서는 새끼 98∼100마리를 포함해 523∼540마리로 추정됐다”고 밝혔다. 이는 2005년 조사 때보다 15% 늘어난 수치다.

그는 “보호구역 체계를 만드는 것이 호랑이 보전의 기초”라면서 “아직도 보호구역 면적은 호랑이 서식지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러시아에서 지난해 말 현재 호랑이 보호구역은 서식지의 17.7%에 지나지 않으며(다시 말해 호랑이의 80% 이상이 보호구역 밖에 산다), 중국은 최근 보호구역이 신설되면서 그 비율이 21.2%라고 그는 밝혔다.

한국호랑이의 개체수 변화. 유리 달만 제공.
한국호랑이의 개체수 변화. 유리 달만 제공.
이항 서울대 수의대 교수는 “‘표범의 땅’ 국립공원은 한국호랑이와 표범 보전과 복원을 주목적으로 설립된 곳으로 두만강을 경계로 북한과 접해 있고 또 중국의 ‘동북 호랑이·표범 국립공원’과도 접해 동북아 생태계의 요충지에 자리 잡고 있다”며 “이들 최상위 포식자뿐 아니라 여우, 사슴, 스라소니 등 한반도에서 절멸되거나 멸종위기에 놓인 대부분의 야생동물이 살고 있어 미래 한반도 멸종위기종 복원의 교두보 구실을 할 수 있는 한반도와 대륙의 생태축 연결점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 국립공원에 한국인들이 관심을 갖고 잘 운영되도록 협력하는 것이 미래 한반도 생태축 회복에 매우 중요한 일”이라며 “동북아 생태환경협력이 지역의 긴장 완화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오전 10시부터 서울대 수의대 3층 김인영 강의실에서 열리는 한국범 세미나에 이어 오후 2시부터는 스코필드 홀에서 제7회 한-러 어린이 호랑이 그리기 대회 시상식이 개최된다.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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