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지정될 보호구역은 아델리펭귄이 7000년 이상 번식지로 이용한 곳이다. 사진은 아델리펭귄의 희귀한 알비노(백색증) 새끼. 환경부, 해양수산부, 극지연구소 제공.
남극 세종기지 인근의 ‘펭귄 마을’에 이어 장보고 기지 인접 지역의 아델리펭귄 번식지도 남극 특별보호구역으로 지정된다. 이로써 우리나라가 주도한 남극 특별보호구역은 2곳으로 늘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남극 보전에 기여하게 됐다.
환경부와 해양수산부, 극지연구소는 8일 체코 프라하에서 열리고 있는 제42차 남극조약 협의 당사국 회의(남극회의)에서 우리나라와 중국, 이탈리아가 공동으로 신규 남극 특별보호구역 지정을 공식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번에 세 나라가 공동 제안하는 보호구역은 동남극 장보고 기지에 인접한 인익스프레시블 섬 주변 지역 3.3㎢로 아델리펭귄이 7000년 이상 서식해 온 생태학적 가치가 뛰어난 곳이며, 최근 관광객 등 사람의 출입이 늘어 보호가 시급한 상황이다.
이곳은 지리적 특성상 해빙에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바다가 얼어붙지 않는 ‘폴리냐’가 형성되는 곳이어서 펭귄, 해표, 남극도둑갈매기 등 해양동물이 많이 찾는다. 아델리펭귄은 눈 테가 흰 중형 펭귄으로, 우리나라는 2014년 장보고 기지를 세운 이래 이 펭귄의 집단서식지를 해마다 모니터링해 오고 있다.
펭귄 집단서식지에 모니터링 카메라와 기상 관측 탑을 설치하는 우리나라 연구팀. 환경부, 해양수산부, 극지연구소 제공.
앞서 우리나라는 2009년 젠투펭귄과 턱끈펭귄 등 9종의 새가 번식하고 다양한 극지 식물이 분포하는 서남극 킹조지 섬 바톤 반도 일대를 남극 특별보호구역으로 제안해 지정된 바 있다.
정부는 이번 인익스프레시블 섬에 대한 특별보호구역 지정 제안은 남극회의 산하 환경보호위원회에서 이견 없이 전체 당사국의 지지를 받았기 때문에 내년 5월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리는 제43차 남극회의에서 무난히 최종 승인될 것으로 내다봤다. 남극 특별보호구역은 남극의 환경적, 과학적, 미학적 가치를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지금까지 16개국에서 총 72곳을 지정했다.
우리나라가 지정을 주도한 남극 특별보호구역 위치. 왼쪽이 세종기지, 오른쪽이 장보고 기지 주변의 보호구역이다. 환경부, 해양수산부, 극지연구소 제공.
유승광 환경부 자연생태정책국장은 “관련국과 긴밀하게 협조해 잘 준비해 왔기 때문에 내년 남극회의에서 제2의 펭귄 마을 지정이 최종 승인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 지정으로 우리나라의 남극 환경보호 지평을 넓히고 향후 남극 활동에 유리한 여건 조성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홍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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