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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야생동물

‘걱정’과 ‘죄책감’으로 담아낸 펭귄의 일상

등록 2019-07-09 17:51수정 2019-07-09 18:07

[애니멀피플] 책 <펭귄의 여름>
여름을 대비하는 인간처럼, 지구 반대편에 사는 펭귄들도 그들만의 방식으로 여름을 난다.
여름을 대비하는 인간처럼, 지구 반대편에 사는 펭귄들도 그들만의 방식으로 여름을 난다.
무더위와의 싸움이 시작됐다. 연일 폭염이 이어지고, 우리는 에어컨으로 맞춰 놓은 쾌적한 실내 온도에 몸을 맡긴다. 유럽에는 기록적인 폭염이 찾아와 지구온난화에 대한 전 세계적 논의가 더욱 중요해졌다.

여름에 대한 크고 작은 대비책을 마련하면서 살아가는 우리처럼, 반대편에 사는 펭귄들도 그들만의 방식으로 여름을 난다. 극지연구소의 이원영 선임 연구원은 2017년과 2018년에 걸친 한 달 반의 시간 동안 펭귄을 관찰하고, 때로는 그들과 교감하며 보낸 짧은 남극의 여름을 책 <펭귄의 여름>에 담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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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없이 바쁜 펭귄의 여름

12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는 남반구의 여름이자 펭귄의 번식기이다. 우리가 추운 겨울을 보내는 동안 남극에 사는 펭귄들은 평균 영상 1도 정도의 따뜻한 여름 날씨를 맞이한다. 날은 포근해졌지만 펭귄들은 새끼를 낳고, 먹이기 위해 정신없이 바쁜 날들을 보내야 한다.

펭귄마을에 모인 5000여 쌍의 젠투펭귄과 턱끈펭귄은 둥지를 만들어 알을 품고, 부화한 새끼 펭귄을 키운다. 새끼에게 줄 먹이를 찾기 위해 바다로 떠나야 하는 그들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3일 정도를 바다에서 헤엄친다. 하지만 원래 펭귄들은 육지에서 평균 12시간 이상의 잠을 잔다고 한다. 육아에 전념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사람들과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펭귄을 지켜보는 이원영 연구원
펭귄을 지켜보는 이원영 연구원
부모가 육아에 전념하는 동안, 새끼 펭귄들은 도처에 도사리고 있는 갈매기들의 위협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아직 어리고 약한 새끼들은 한데 모여 체온을 나누며 포식자의 위협에 공동으로 대응하는데, 이를 프랑스어로 보육원을 뜻하는 크레쉬(cr?che, 영유아 위탁 시설)라고 한다. 인간의 보육원과 매우 닮아있기 때문에 보육원이라는 말을 그대로 가져다 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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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가까운 곳에서 본 펭귄의 삶

펭귄의 여름
펭귄의 여름
펭귄들이 어디서 먹이를 찾고 어떤 경로로 이동하는지 알기 위해 저자는 건강한 펭귄을 골라 그들의 몸에 위치기록계를 매단다. 또 새끼들의 무게를 재며 얼마나 성장했는지 기록한다. 위치기록계를 매달고, 그들을 기다리며 새끼들을 직접 들어 올리고, 돌아온 펭귄들의 위치기록계를 떼는 작업을 반복하면서 저자는 가장 가까운 곳에서 그들을 지켜본다.

이 과정에서 혹여나 그들이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을지 걱정하고, 인간이 만든 기계를 매단 펭귄이 돌아오지 않으면 자신 때문이 아닌가, 죄책감을 느낀다. 그에게 펭귄은 연구대상이 아니라, 알고 싶고 이해하고 싶은, 우리와 동등한 주체이다.

이런 저자의 시선이 담겨서인지, 펭귄들의 일상은 인간의 그것과 다르지 않아 보인다. 계절에 맞춰 옷을 갈아입고 더위를 이겨내며 매년 각자의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처럼, 펭귄은 여름이 되면 같은 장소로 돌아와 번식하고 올해 잘 안되면 내년을 기약하며, 계절이 바뀌면 다시 따뜻한 곳으로 먹이를 찾아 떠난다. 이렇게 바쁜 펭귄들을 따라 함께 분주해진 펭귄 연구자는 그들의 분변냄새를 온몸에 묻히면서 우리에게 남극의 여름을 보여준다.

송주희 교육연수생 allyinsev0325@gmail.com, 사진 이원영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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