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주걱철갑상어가 멸종함으로써 공룡시대부터 2억년 동안 살아온 주걱철갑상어는 이제 아메리카주걱칼갑상어 한 종만 남게 됐다. 티모시 넵, 미국 어류 및 야생동물국 제공.
중국 양쯔강(장강)에 마지막으로 살아남았던 주걱철갑상어가 최근의 전 유역 조사에서도 확인되지 않아 최종적으로 멸종한 것으로 판명됐다. 길이 7m에 이르는 세계 최대 민물고기의 하나인 이 철갑상어는 야생은 물론 포획해 기르는 개체나 살아있는 조직도 보관돼 있지 않아 종을 되살릴 길이 완전히 사라졌다.
후이 장 중국 우한 어류학 중국과학아카데미 등 중국과 영국 연구자들은 ‘종합 환경 과학 저널’ 2020년 3월호 온라인판에 실린 논문에서 “세계 최대 담수어의 하나인 중국주걱철갑상어가 완전히 멸종했다”고 보고했다. 올해 들어 처음 들려온 대형 척추동물의 멸종 소식인 셈이다.
길게 돌출한 주걱 모양의 입이 이채로운 이 철갑상어는 2억년 전 중생대 쥐라기 때부터 살았던 ‘살아있는 화석’으로 현재 지구에 단 2종이 남아 있다. 바다에서 자라 번식기에 큰 강 상류로 올라와 산란하는 이 물고기는 황하 등 서해로 흐르는 강에 두루 분포했지만 1950년대에는 양쯔강으로 서식지가 좁아졌다.
1981년 양쯔강 본류를 가로막으며 들어선 거저우댐은 급감하던 중국주걱철갑상어에 치명타를 가해 이후 멸종의 길로 접어들었다. 1993년 이 댐 하류에서 포획된 주걱철갑상어. 후이 장 외 (2020) ‘통합 환경 과학 저널’ 제공.
중국주걱철갑상어의 역사적 서식하천. 황하 등 서해로 흐르는 대부분의 강에 살았다. 후이 장 외 (2020) ‘통합 환경 과학 저널’ 제공.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연구자들은 “다른 물고기를 잡아먹는 최상위 포식자로 애초 양쯔강에도 개체수가 그리 많지는 않았다”면서도 “1970년대까지만 해도 제법 흔해 연간 어획량이 25t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그러나 남획과 댐 건설 등 서식지 파괴로 급격히 개체수가 줄었다.
연구자들은 2017∼2018년 동안 양쯔강의 본류와 모든 지류를 대상으로 음향측심기 조사와 그물 포획을 통한 전면적 실태조사에 나섰다. 이와 함께 과거 이 철갑상어를 포획해 길이·나이·장소 등의 기록이 남은 믿을 만 한 정보 45건을 포함해 1981∼2003년 사이의 목격담 210건을 분석했다.
현장 조사에서 모두 332종의 민물고기를 확인했지만, 주걱철갑상어는 단 한 마리도 찾지 못했다. 연구자들은 목격담을 분석한 결과 “(이 물고기의 마지막 개체가 죽은) 멸종 시기는 2005년, 아무리 늦어도 2010년 이전”이라고 결론 내렸다.
중국 우한 수문학 박물관에 전시된 중국주걱철갑상어의 표본.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한 해 수십t을 잡던 물고기가 어떻게 이렇게 단시간 안에 사라질 수 있을까. 연구자들은 남획과 서식지 단절 그리고 세계에서 내수면 항행이 가장 잦은 양쯔강의 개발과 오염을 원인으로 꼽았다.
주걱철갑상어는 매우 느리게 자라고 오래 사는 종이다. 번식을 할 수 있는 몸길이 2m, 25㎏이 되려면 7∼8년이나 걸린다. 남획에 매우 취약한 이유이다.
특히, 양쯔강 중류에 1981년 완공된 거저우바댐은 치명타를 가했다. 연구자들은 “이 댐으로 주걱철갑상어의 회유로가 차단돼 개체군이 둘로 나뉘었다”며 “댐 상류의 개체는 성장할 바다로 가지 못하고, 바다에서 자란 개체는 상류 알 낳을 곳으로 가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고 논문에 적었다.
중국 정부는 1989년 이 물고기를 최고 등급의 보호종으로 지정했지만, 절멸을 막지 못했다. 연구자들은 “이번 조사가 1973∼1975년 조사에 이은 41년 만의 조사”라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마지막 목격이 2003년까지 이어진 사실에 비춰 좀 더 일찍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해 대책에 나섰다면 상황이 달라졌을 것이란 얘기다. 연구자들은 “이 물고기가 번식 능력을 상실해 기능적으로 멸종하기 전인 1993년 또는 적어도 2005년이 이 종에 대한 구조대책을 세울 수 있는 마지막 시기였다”고 적었다.
난징 근처의 양쯔강 모습. 양쯔강은 생태적으로 뛰어난 강이지만 유역에 4억의 인구가 중국 국내총생산의 40%를 생산하는 곳이기도 하다. 류철,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양쯔강은 유로가 6300㎞에 이르는 세계에서 3번째로 긴 강으로 세계적인 멸종위기종인 양쯔강돌고래, 양쯔강상괭이, 양쯔강악어, 중국장수도롱뇽 등이 서식한다(▶관련 기사:
5m 거대 철갑상어, 양쯔강서 댐 건설로 멸종 위기). 연구자들은 “양쯔강에는 400종 이상의 물고기가 살며 이 가운데 45%는 세계에서 이곳에만 사는 고유종”이라며 “효과적인 보호대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양쯔강 수생생태계는 붕괴할 우려가 크다”고 강조했다.
인용 저널:
Science of Total Environment, DOI: 10.1016/j.scitotenv.2019.136242
조홍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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