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 앞에서 ‘산천어 살리기 운동본부’가 ‘2020 얼음나라 화천 산천어축제’ 반대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동물·환경 단체들이 강원도 화천군의 산천어축제를 주최하는 재단법인과 화천군수를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
11개 동물·환경 단체 및 정당이 연합한 ‘산천어 살리기 운동본부’는 9일 오전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 앞에서 ‘2020 얼음나라 화천 산천어축제’에 대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재단법인 나라와 최문순 화천군수를 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운동본부는 축제 주최 쪽이 축제 기간 산천어의 불필요한 상해와 죽음을 유발하는 행위는 동물보호법 8조 ‘동물 학대 금지’ 위반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산천어축제는 길이 2km 얼음 벌판 아래에 약 80만 마리의 산천어를 풀어놓고 잡는 축제다. 얼음 벌판 위에 뚫린 수천 개의 구멍을 통해 산천어 낚시를 하는 것 외에 ‘맨손 잡기’ ‘옷 속에 넣기’ 등의 이벤트도 진행한다. 지난해까지는 산천어를 손으로 잡아 입에 물고 사진을 찍는 행위 또한 포함됐으나 운동본부 쪽의 민원으로 올해는 중단됐다.
운동본부는 “맨손 잡이 체험 시 공기 중에 노출돼 스트레스 반응을 일으키고, 낚시의 경우 바늘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물고기의 눈 안을 파고드는 등 안면 조직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며 “평상시 식용이라도 가능한 덜 고통받도록 법적 기준을 세계적 추세인데, 화천군은 이런 세태에 대한 인식이 없어 보인다”고 고발 이유를 밝혔다. 겨울방학 기간 가족 단위 참가가 많은데, 어린이 및 청소년이 무의식적으로 약자에 대한 폭력과 학대를 체득하게 되는 것도 우려했다.
2019년 산천어축제 풍경. 동물을 위한 행동 제공
동물·환경 단체들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축제는 거의 매해 기록을 경신했다. 2003년 방문객 22만 명으로 첫 회를 치른 뒤, 지난해 184만명의 관람객을 불러모았다. 동원된 산천어 물량도 확대돼 올해는 지난해 180톤에서 20톤을 더해 역대 최대 물량인 190~200톤이 공급될 예정이다.
올해 산천어축제는 이상 고온의 영향으로 두 차례 미뤄졌다. 당초 지난 4일 개막 예정이었으나 주최 쪽은 얼음판 안전사고를 대비해 오는 11일로 미뤘다가, 다시 6~8일 화천 지역에 내린 비로 결빙 여건이 마련되지 않아 잠정 연기한 상태다.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권혜성 최영은 교육연수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