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애니멀피플 야생동물

치명적 개구리 감염병 돌자 열대 뱀 멸종 사태

등록 2020-02-14 15:34수정 2020-02-17 10:50

[애니멀피플]
파나마 열대림서 첫 확인…먹이 75% 줄자 종 다양성 3분의 2로
나뭇잎 위에 낳은 개구리 알을 먹는 열대 뱀. 양서류 곰팡이 돌림병으로 큰 타격을 받았다. 카렌 워켄틴 제공.
나뭇잎 위에 낳은 개구리 알을 먹는 열대 뱀. 양서류 곰팡이 돌림병으로 큰 타격을 받았다. 카렌 워켄틴 제공.

동아시아에서 세계로 퍼져나간 항아리곰팡이 감염병이 양서류의 대규모 멸종 사태를 빚자 그 파급효과로 열대지역 뱀의 생물 다양성이 급속히 줄어든 것으로 밝혀졌다. 먹이사슬을 통한 생물 종의 멸종 사태가 구체적으로 밝혀진 것은 드문 일이다.

항아리곰팡이는 20세기 초 한반도 등 동아시아에서 인위적으로 유럽에 옮겨진 무당개구리 등이 퍼뜨린 병원체로, 1970년대부터 아메리카와 호주 대륙 등 세계적으로 개구리와 도롱뇽 등 양서류 90종을 멸종시키고 500종이 감소하는 피해를 일으킨 사상 최악의 곰팡이이다.

엘리스 지프킨 미국 미시간 주립대 생물학자 등 미국 연구자들은 14일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실린 논문에서 “양서류가 감소한 뒤 뱀 집단이 붕괴한 것은 종종 눈에 띄지 않게 벌어지는 생물 다양성 위기를 잘 드러낸다”며 “눈에 보이지 않은 채 사라지는 희귀종과 연구가 되지 않은 종에 대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구리와 도마뱀을 잡아먹는 덩굴 뱀. 양서류 감소 이후 개체수가 줄지는 않았지만, 몸의 에너지 비축이 주는 등 몸 상태가 나빠졌다. 케빈 엥게 제공.
개구리와 도마뱀을 잡아먹는 덩굴 뱀. 양서류 감소 이후 개체수가 줄지는 않았지만, 몸의 에너지 비축이 주는 등 몸 상태가 나빠졌다. 케빈 엥게 제공.

이번 연구가 가능했던 것은 항아리곰팡이가 밀려오기 전인 1997년부터 중미 파나마의 엘 코페 인근 국립공원에서 양서류를 7년 동안 자세히 조사한 데이터가 있었기 때문이다. 2004년 말 항아리곰팡이가 들이닥치자 몇 달 안에 감염된 개구리들이 개울가에 즐비하게 널브러졌다. 2006년부터 다시 6년 동안 조사가 벌어졌다.

그러나 열대림의 뱀은 워낙 희귀한 종이 많아 주요 먹이인 양서류가 감소한 영향을 조사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주 저자인 지프킨은 “관찰한 뱀 36종 가운데 12종은 13년 동안의 현장연구를 통틀어 단 한 번씩만 목격했을 뿐”이라며 “애초 희귀하거나 은밀한 종은 너무나 빨리 줄어들기 때문에 모르는 사이에 멸종하기 쉽다”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연구자들은 이 지역 뱀의 주요 먹이인 양서류의 75%가 곰팡이 감염으로 사라지자 열대 뱀 종 수가 30종에서 21종으로 줄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모든 종의 서식실태를 일일이 확인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현장조사 결과와 통계학 모델을 이용해 85% 확률로 추정한 수치이다.

뱀의 종 다양성만 준 것이 아니라 개체수 자체도 줄었다. 연구자들은 “5회 이상 자주 관찰되던 뱀 17종 가운데 9종이 출현율이 떨어졌다”고 밝혔다. 영양 상태도 나빠져, 감염 전후를 비교한 6종 가운데 4종이 비쩍 마른 상태였다.

뱀은 종에 따라 1년에 한 번 사냥하고도 버티기 때문에, 먹이가 사라진다고 곧바로 죽지는 않는다. 연구자들은 “뱀들은 양서류가 사라지자 다른 먹이로 교체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큰 타격을 입었다”며 개구리 알이 주식인 시본 아르구스 종을 예로 들었다.

몸과 목이 극단적으로 가는 열대 뱀. 개구리와 도마뱀이 주 먹이이나 개구리 감소로 인해 영양 상태가 악화하고 있다. 앤드루 하인 제공.
몸과 목이 극단적으로 가는 열대 뱀. 개구리와 도마뱀이 주 먹이이나 개구리 감소로 인해 영양 상태가 악화하고 있다. 앤드루 하인 제공.

양서류의 돌림병은 개구리뿐 아니라 도마뱀 등 먹이사슬의 다른 구성원도 교란했고, 상위 포식자인 맹금류와 포유류에도 영향을 끼친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지프킨은 “생태계 교란은 다수의 패자와 소수의 승자를 낳겠지만, 종국적으로는 세계적으로 생태계의 균일화, 곧 어디 가나 점점 비슷한 생태계가 나타나는 현상을 부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슬픈 일이지만 생물다양성 위기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 왜냐하면 평가할 자료가 부족한 종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

인용 저널: Science, DOI: 10.1126/science.aay5733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애니멀피플] 핫클릭

일본 원숭이는 왜 꽃사슴과 성행위를 시도하나 1.

일본 원숭이는 왜 꽃사슴과 성행위를 시도하나

꼬리 달린 돼지, 항생제 안 맞는 닭…핀란드의 동물복지 2.

꼬리 달린 돼지, 항생제 안 맞는 닭…핀란드의 동물복지

새우가 바퀴벌레 ‘조상’이라던데, 사실인가요? 3.

새우가 바퀴벌레 ‘조상’이라던데, 사실인가요?

우리나라 천연기념물 수달, 일본 간다…“동물 상호 기증” 4.

우리나라 천연기념물 수달, 일본 간다…“동물 상호 기증”

푸른 뱀의 해 2025년…그런데 뱀이 무섭다고요? 5.

푸른 뱀의 해 2025년…그런데 뱀이 무섭다고요?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