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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야생동물

수리 심장 찌른 물새의 ‘모정’

등록 2020-05-25 11:09수정 2020-05-25 11:45

[애니멀피플]
아비 반격으로 심장 찔린 흰머리수리 즉사, 부검으로 밝혀져
단검처럼 날카로운 아비의 부리. 사냥과 동료와 경쟁에 쓰이는 이 부리가 포식자에 치명적 반격을 가하는 데도 쓰일 수 있다. 라이언 아스크렌, 미 국립지질조사국(USGS) 제공.
단검처럼 날카로운 아비의 부리. 사냥과 동료와 경쟁에 쓰이는 이 부리가 포식자에 치명적 반격을 가하는 데도 쓰일 수 있다. 라이언 아스크렌, 미 국립지질조사국(USGS) 제공.

번식기 물새들은 호시탐탐 새끼를 노리는 매 등 수리류를 경계하느라 바쁘지만, 종종 새끼를 잃는다. 그러나 물새와 맹금류의 관계가 늘 일방적이지만은 않다. 흰머리수리가 물새인 아비 새끼를 잡아먹으려다 어미의 반격으로 죽은 사례가 처음으로 밝혀졌다.

대니얼 다우리아 미국 메인주 야생동물학자는 최근 블로그에 올린 글을 통해 지난해 일어난 ‘먹이의 반격’ 사례를 상세히 보고했다. 야생동물 특히 아비, 해오라기, 검은배제비갈매기 등 물새의 사체를 조사해 온 그는 아비 연구자로부터 메인주의 한 호수에서 죽은 새끼 아비 옆에 흰머리수리가 함께 죽어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비는 유라시아 북부와 북아메리카에 분포하는 큰 오리 크기의 물새로 잠수와 헤엄을 잘 치며 물고기를 잡아먹지만 오리보다는 가마우지에 가까운 물새이다. 우리나라에는 드문 겨울 철새로 항만이나 연안에서 가끔 관찰되며, 제주도와 남해 연안에서 월동하기도 한다.

미국 메인주 브리지톤 하일랜드 호수에서 죽은 채 발견된 흰머리수리. 냇 우드러프, 메인주 내수면 어업 및 야생동물부 제공.
미국 메인주 브리지톤 하일랜드 호수에서 죽은 채 발견된 흰머리수리. 냇 우드러프, 메인주 내수면 어업 및 야생동물부 제공.

미국의 상징인 흰머리수리. 국가 보호종으로 죽이거나 사체도 소유할 수 없다. 앤디 모르퓨,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미국의 상징인 흰머리수리. 국가 보호종으로 죽이거나 사체도 소유할 수 없다. 앤디 모르퓨,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문제는 미국의 나랏새이자 보호종인 흰머리수리가 죽었다는 사실이다. 사인 규명을 위해 엑스선 사진을 찍었지만, 금속은 검출되지 않아 밀렵은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수리의 외부를 조사해 보니 가슴에서 관통상이 나 있었다.

다우리아는 “어미 아비가 새끼를 수리의 공격으로부터 지키려고 부리로 수리의 가슴을 찔렀던 것 같다”고 밝혔다. 부검의의 소견도 이를 뒷받침했다. 가슴을 관통한 상처의 크기가 아비 성체의 부리 크기와 비슷했고, 심장을 곧바로 향해 수리는 즉사했을 것으로 분석했다. 죽은 수리는 물속에 얼굴을 처박은 채 물 위에 떠 있는 모습으로 발견됐다.

아비는 공격성이 강해 포식자가 섣불리 덤벼들지 못한다. 그러나 개체수가 급증한 맹금류는 위험을 무릅쓰고 사냥에 나설 수밖에 없다. 벵트 나이먼,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아비는 공격성이 강해 포식자가 섣불리 덤벼들지 못한다. 그러나 개체수가 급증한 맹금류는 위험을 무릅쓰고 사냥에 나설 수밖에 없다. 벵트 나이먼,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아비는 단검처럼 날카로운 부리가 나 있는데, 먹이 사냥뿐 아니라 종종 동료와의 다툼에 부리를 무기로 쓴다. 부리를 위로 치켜든 채 잠수해 경쟁 상대의 가슴을 찌르는 공격을 하는데, 많은 아비 성체의 가슴에 이런 공격으로 인한 상처가 아문 흉터가 남아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함께 발견된 죽은 아비 새끼에서도 관통상이 발견됐다. 상처의 간격은 수리의 발톱 간격과 일치해 수리가 움켜쥐어 죽은 것으로 추정됐다. 물론 이 수리가 아비 새끼를 사냥하려다 이를 지키려는 어미의 반격으로 죽었다는 직접 증거는 없다. 주민으로부터 “전날 호수에서 요란한 소동이 벌어지는 소리를 들었다”는 증언이 있을 뿐이다.

다우리아는 “최근 흰머리수리의 개체수가 급증하면서 새끼 아비는 물론 성체까지 포식하는 사례가 늘고 있었다”며 “그렇지만 아비가 그렇게 강력한 포식자에 이렇게 대항할 줄 어떻게 상상할 수 있겠나”고 놀라워했다.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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